“장애인 흉내 내며 자기소개해봐” SNS 일파만파

JM 사건, “장애인에 대한 인식 총체적으로 드러내”

“장애인 흉내 내며 자기소개해봐”

대학 신입생들이 미팅자리에서 “장애인 흉내 내며 자기소개하라”라고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6일, 여대 소속의 학생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서울 소재의 사립대 정보통신공학부 남학생들은 서울의 한 여자대학 특수교육과 학생들과의 미팅 술자리 초반, 여학생들에게 “JM으로 자기소개를 해봐라”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여학생들은 화를 내며 거절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특수교육학과 학생의 페이스북 글 [출처: 비마이너]

JM은 ‘장애인 버전의 FM’을 뜻하는 은어이며, FM이란 군대용어로 야전 교범(Field Manual)을 의미한다. ‘FM으로 해봐라’라는 것은 자신의 소속과 학번, 이름 등을 정확히 밝히며 자기 소개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JM으로 해봐라”라는 것은 이러한 방식의 자기소개를 장애인 흉내 내며 하라는 것이다.

이 여학생은 글에서 “미팅이 끝나고 우리 과 한 명이 JM 시킨 아이한테 카톡(카카오톡)으로 말실수한 거 아느냐고 했더니 상황파악 못 하고 웃으면서 대했다”라며 “심각하게 우리 화난 거 알고(나서야) 미안하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그게 자기들 문화라 했다”라며 “문화라니, 대체 어디 문화가 그럽니까”라고 분개했다.

그 후, 정보통신공학부 남학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짜 **, ○○특수학과 ○○들이랑 미팅하지 마.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라며 욕설 섞인 글을 올렸다.

이러한 내용의 글이 누리꾼들의 캡처로 인터넷에 퍼지면서 논란은 확산했다. 사건이 커지자 두 대학 소속 학과의 학생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견해를 밝히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여대 특수교육학과 공동대표 이 아무개 씨는 “저희는 더 이상 사태가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며 “해당 학생에게 사과문을 받기로 하고 미팅에 나갔던 학생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사과전화를 돌린 상황”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상대 학교와 남학생들에게 비난이 쏠리자 이 씨는 “상대 학교와 학생에 대한 인신공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라며 “개인의 일을 전체로 확대해서 매도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 것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잖아요”라면서 문제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이 씨는 “특수교육과 재학 중인 학생들 모두 우리 스스로의 모습에는 그런 모습이 없는지 깊게 반성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라며 “당사자에 대한 비난보다는 우리 사회 내에 퍼져 있는 소수자 비하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주십시오”라고 제안했다.

장애인 비하로 불거진 문제임에도 이러한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들을 향해 “장애인 같네”라고 질타하는 누리꾼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 씨는 일침을 가했다.

이 씨는 “댓글에 달리는 수많은 말 중에서 ‘장애인 같네’, ‘수준이 장애다’와 같은 말들은 그 자체가 소수자에 대한 비하이며 우리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됩니다”라면서 “남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기 전에 이런 분위기가 당연해진 우리 사회에 대해서 한 번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JM으로 자기소개를 하라”라고 말한 학생이 속해 있는 대학도 18일 성명을 냈다. 학생회장 채 아무개 씨는 성명서에서 사건에 대한 경위를 밝히며 해당 본교생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채 씨는 이번 사안이 한 개인이 저지른 잘못이기는 하나 전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올바른 지속적 대처방안은 “학우 모두의 인식 개선과 올바름에 대한 추구”라고 제시했다.

채 씨는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이 일이 단순히 하나의 흥밋거리 혹은 지나가는 잠깐의 시간 때우기로 취급될까 걱정이 된다는 것”이라면서 해당 본교생에 대해 “‘저 몹쓸 놈을 매우 쳐라’, ‘후배 “교육” 시켜야겠다’, ‘우리 땐 FM, AM(Adult manual, 섹시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것을 의미)정도 했는데 쯧쯧’ 하는 반응은 언제라도 지금과 같은 문제적 상황의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줍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채 씨는 “이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잊어서도 안 됩니다.”라면서 “이번 사태가 단지 상처로 끝나지 않고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면서 지속적 대처 방안을 논의할 것을 밝혔다.

“미국에서 ‘흑인처럼 자기소개하기’를 했다면?”

두 학교 학생회 측의 입장 발표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누리꾼들의 분개와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번 사건에 대해 “두 주체가 사과하고 합의했든 안 했든 가장 중요한 장애인 입장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사건 발생 주체들의 합의를 떠나 이번 사건 발단이 된 장애인 비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또한 이번 문제를 인권 부재의 교육 현실에서 원인을 찾는 지적도 나왔다. 영화감독 이송희일(@leesongheeil) 씨는 트위터에서 “이게 다 공부만 시키고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무시한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교육을 포함해 경쟁 위주의 교육 체계와 사회 분위기 속에서 타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배울 수 없기에 지속해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발언을 한 학생의 모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Achime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누리꾼도 “학내에서 인권이란 개념에 대한 공감대가 전혀 없었던 게 아닐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 누리꾼은 “JM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게 왜 나왔을까요? 생각해보면 장애인을 같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라면서 “여성을 타자화하고 장애인을 타자화하고 성소수자를 타자화하는. 나는 아니니까, 나는 메이저리티니까, 나는 '정상'이니까. 이런 사고가 우리에게 있었던 게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누리꾼은 그러한 발언을 가능하게 한 사회 문화적 분위기를 지적하며 인권 개념에 대한 성찰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실제 한 누리꾼은 JM이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을 표하며, 그러한 용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러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또 다른 누리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런 모습은 소수의 일탈이 아니라, 능력주의, 성취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이면”이라며 “결국 그 능력의 테두리 바깥에 있는 사람은 우생학적 절멸의 대상이 되거나 유머코드로 놀림의 대상이 되어, 인간이 아닌 대상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 당사자인 한 누리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미국에서 ‘흑인처럼 자기소개하기’가 유행이었다면 아마 대학 총장은 사과문을 발표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불편함과 함께 심각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러나 장애인 비하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정작 장애인 비하 발언이 섞여 있기도 했다. [출처: 비마이너]

“약자에 대한 따돌림, 비하, 조롱 등 모든 것이 뒤섞여 드러난 현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윤경 활동가는 이번 사건이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윤경 활동가는 “장애인을 희화화하고 혐오하는 두 가지 측면이 모두 포함된 사건”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특정 대상의 비윤리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사회적 약자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 비하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로 이에 대해 집단 내에서 암묵적 합의와 동의의 지점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문제의 핵심은 개인이 아니라 그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한 교육 현장의 폭력성이며 해당 학생은 그러한 환경을 당연시하며 자라왔을 거라는 것이다.

윤경 활동가는 “학교 현장 자체가 다양한 것들이 어울리는 공간이 아니라 나보다 낮은 사람들을 구별해내고 짓밟을 수밖에 없는 문화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라면서 “그 안에서 (표적으로) 아주 쉽게 선택되는 사람들이 장애인이며, 그들을 때리지만 않으면 학교 안에서는 제재를 가할 수 없고 죄책감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구타는 사라졌으나 소수자에 대한 비하와 조롱의 언어는 집단 내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문제로 ‘장애인 비하’ 발언이 지적되었으나 이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반응 중에는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이 장애인”, “그들이야말로 인격적 장애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장애인 비하 발언을 비난하는 목소리 안에 무의식적으로 장애인 비하가 섞여 있는 것이다.

윤경 활동가는 이러한 누리꾼들의 반응에 대해 “장애인을 여전히 불완전하고 미숙한, 무언가 결핍된 자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이는 장애란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경 활동가는 “상대방에게 ‘그건 장애 비하 발언이다’라고 지적했을 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며 “이를 단지 도덕적, 윤리적 올바름으로만 볼 뿐 장애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윤경 활동가는 이러한 시각의 한계를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적 문제로 전환해 고민되지 않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어떠한 문제로 죽었을 때, 그것이 사회적 문제로 넘어가지 않고 단지 팔다리 없고 인지적 기능이 부족한 장애인 개인의 문제로 설명되기 편한 것”과 맥락이 닿아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역시 이번 사건이 “장애인의 사회적 위치와 인식들을 적나라하게 나타낸 현상”이라면서 “약자들에 대한 따돌림과 그에 대한 비하의 내면적 발산, 현실 사회의 경쟁으로 말미암은 약자들에 대한 굴림과 희화화, 이 모든 것이 뒤섞인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