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철도 KTX 경쟁체제 도입 입장 고수

“제2공사 설립해도 경쟁 안 돼...철도민영화 폐기해야”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철도산업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4일 업무보고에서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철도민영화 추진 의사를 내비쳤다. 국토해양부는 이명박 정부때 2011년 12월 업무보고를 통해 마찬가지로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안을 발표했다. 양 정부의 큰 차이점은 민간기업 참여 방식이냐 제2철도공사 설립이냐 인데, 두 방식 모두 철도산업 민영화의 한 방편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운영 독점, 부채 증가 등을 들어 KTX 경쟁체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했다. 민간참여 방식은 민영화, 특혜 논란을 야기했기 때문에 민․관 합동방식, 제2철도공사 설립 등 현재 제기되는 안들에 대한 검토를 거쳐 오는 5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부가 KTX 경쟁체제 도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수서발 KTX는 2015년 완공 예정으로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출발해 경부선(부산)과 호남선(목포)로 이어지는 KTX이다. 국토부는 수서발 KTX 운영권을 코레일이 아닌 다른 사업자에게 줘서 서로 경쟁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앞서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수차례 KTX 경쟁체제 도입에 대해 역설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6일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서 장관은 KTX 경쟁체제 도입은 “현재 방식도, 민간에 주는 것도 문제가 있다. 제3의 대안이 있는지 중점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달 25일 장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제3의 대안은 제2공사 설립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방식도 있을 수 있다”며 “현재까지 제2공사를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KTX 경쟁체제 도입 방편이 제2공사 설립인지 대해 확답을 하고 있지 않지만 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언론을 통해 이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성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까지 언론을 통해 KTX 경쟁체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자 결국 속도를 조절하며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때 추진된 철도 민영화가 국민의 반발로 막히자 막무가내 정책이 ‘떠보기식 정책’ 추진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 정책 추진 방식도 문제지만 제2철도공사 설립이 철도민영화 포석깔기라는 주장이 강하다. 새로운 공사 설립은 새로운 노선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길을 열어주는 철도민영화의 우회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8년 8월 정부의 ‘정부출연 위탁기관 경영혁신계획’으로 두 개의 공사로 분할된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알짜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민영화가 추진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인천국제공항과 청주공항의 운영권 매각을 추진했는데, 청주공항의 운영권은 국내공항 가운데 처음으로 민간업체로 넘어갔다.

당시 인천국제공항은 민영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전문공항운영사와 전략적인 제휴 등을 통하여 정부 지분 49%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추진됐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가 여론과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정부는 인천공항 급유시설의 운영권 매각을 통해 인천국제공항 민영화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실효성도 논란인데, 운수노동정책연구소는 “철도 운송서비스는 일반 재화와 같은 특성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수서발 KTX를 운영하는 제2철도공사가 설립된다면 경쟁보다는 기존 고속철을 이용하던 강남이나 수도권 동남부 지역의 이용수요를 흡수하면서 지역독점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공공부문민영화반대․공공성강화공동행동은 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철도공사 설립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해 철도공사의 경영효율성과 대국민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철도산업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억지주장”이라며 “시장만능 경쟁만능의 색안경을 벗지 못한 실패한 철도정책의 반복”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제2철도공사가 설립되어도 경쟁이 성립되지 않는다. 수도권 동부지역 시민들은 수서역을 이용할 것이고, 수도권 서부지역 시민들은 서울역, 용산역을 이용할 것인데 여기에 무슨 경쟁이 있는가”라며 “알짜배기 고속선을 독점한 제2철도공사와 철도공공성을 위해 적자선과 일반철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철도공사를 무리하게 경쟁시키려는 것은 철도공공성 훼손이며, 일반철도와 고속철도의 연계망과 철도네트워크를 약화시켜 철도안전을 위협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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