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향우 민주당 강령안, 한미FTA에 이어 ‘노조법 개정’도 삭제

‘재벌 근본적 개혁’, ‘87년 노동자 대투쟁’ 문구도 빠져

오는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개정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인 민주통합당 강령개정안이 중도노선 논란과 함께 노동문제를 풀겠다던 핵심 약속도 삭제해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는 ‘강령·정책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강령·정강정책 개정안을 발표했다.

애초 민주당 강령 개정안은 한미FTA 전면 재검토 문구 수정, 북핵 위기 상황을 반영한 안보 문제 강화 정도로 알려져 큰 폭의 수정은 없다는 것이 전당대회준비위 측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강령개정안은 전문에서부터 애초 담고 있던 문제 의식이 대폭 수정됐고, 경제민주화와 보편적복지, 한반도평화정책으로 대변되던 주요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상당수 삭제되고 애매한 중도 유화적 표현으로 대체됐다.

특히 재벌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노동문제 해결을 통한 경제민주화 관련 핵심 내용들도 빠지거나 표현이 바뀌어, 개정안을 그대로 전당대회에 제출할 경우 당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계승할 정신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 촛불민심도 삭제

이중 한국노총과 통합당시 이용득 전 위원장(현 민주당 비대위원)이 통합의 최대 명분으로 삼아, 강령에 구체적인 문구로 존재했던 ‘노조법과 노동관계법 개정’ 문구도 아예 삭제됐다.

현행 강령은 노동 정책을 두고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권익을 보장하고,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의 다층화를 통한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 체제를 구축하고, 노동 친화적 기업문화를 육성하며, 헌법이 규정한 노동 3권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조법 및 노동관계법을 개정한다”고 돼있다.

반면 강령개정분과에서 제시한 개정안은 “~ 헌법이 규정한 노동3권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공정하고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한다”로 표현됐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할 것 없이 노동계가 노조법 개악을 통한 노조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한도(타임오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등으로 유례없는 탄압 속에 위축된 상황을 감안하면 노조법 개정이 빠진 것은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실제 노동계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노조법 개정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한국노총은 아예 대선 직전 전국 노동자대회에 대선 후보들을 모두 초청해 노조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강령 전문에서도 노동관련 부분이 삭제되고 애매한 표현으로 대체됐다. 전문엔 “우리는 항일독립운동의 애국애족정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정신, 4.19혁명·부마민주항쟁·5.18광주민주화운동·6월민주항쟁의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자유·평등·인권·민주의 정신,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실현한 노동 존중과 연대의 가치, 국민의정부·참여정부가 이룩한 정치·사회·경제 개혁 및 남북화해협력의 성과,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이 표출한 시민주권의식 및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계승한다”한다고 돼 있지만 개정안은 “~6월 항쟁을 비롯한 민주개혁운동, 노동차별 해소와 노동인권확장을 위한 노동운동~”으로 87년 노동자대투쟁과 촛불민심 문구가 빠졌다.

심지어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강력한 규제 정책을 추진하는 근거가 됐던 문구도 유화적이고 애매한 문구로 대체됐다.

강령의 경제정책은 “우리는 당면한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한 시장경제의 확립이 필요하며,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한다”고 돼 있지만, 개정안은 “재벌에 대한 경제력 집중억제와 통제, 그리고 중소기업 등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공유한다”고 제시됐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라는 문구에는 사실상 친기업 중심 노사관계를 노동친화적 노사관계로 역전시키겠다는 의지가 포함돼 있지만, 개정안은 이런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우상호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사회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 양극화에 노출된 것을 반성하며 통합과정에서 그 내용을 담았다”며 “그런 문제인식이 개정안에서 약화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경제정책에서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왜 수정되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가고, 노조법 개정 문구 등이 삭제 된 부분도 한국노총과 통합 당시 반드시 개정하겠다고 약속한 사항인데 반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공청회를 객석에서 지켜본 장하나 의원도 “왜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우리의 경제민주화 의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빼앗겼는가를 봐야한다. 우리가 강령 정신과 다르게, 실천을 통해 노동복지 문제 해결 의지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문구 조정 같은 서면작업만으로 내용을 바꿀 것이 아니라 어떻게 경제민주화를 해낼 수 있는 정치 집단인지 입증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