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해 12월 4일 용산참사 유족 및 ‘함께살자 농성촌’ 연대단위 10여 명이 행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용산참사 유가족인 권명숙(고 이성수 열사 처) 씨가 경찰 5명을 폭행해 상해를 입혔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종로경찰서는 올 1월, 권 씨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으며 권 씨가 소환에 불응하자 3월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지난 25일, 권 씨는 용인에서 운전 중 검문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됐으며 성남 중원경찰서로 연행됐다. 또한 같은 날, 종로경찰서 소속 수사관은 성남 중원서에서 권 씨에게 수갑을 채운 채 종로서로 이송했다. 권 씨는 현재 종로서 유치장에 입감된 상태다.
당시 행진에 참여했던 용산참사 유족 및 관계자들은 권 씨가 경찰을 폭행한 것을 목격하지 못했고, 여성인 권 씨가 경찰 5명을 폭행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표적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한 경찰이 이송 과정에서 권 씨에게 수갑을 채우고, 구속영장 청구 움직임까지 보이는 등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서선영 변호사는 “경찰이 도주 우려가 없는 권 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특히 경찰 진술만을 가지고 구속영장을 운운하고 있고, 권 씨에게 수갑을 채워 무리하게 연행하는 행동 역시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경찰은 변호인 접견 과정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다른 유가족 채증 사진도 확보한 상태라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경찰이 국가폭력 희생자들에게 또 다시 표적수사와 사후보복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용산참사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사회 등은 26일 오전 10시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 씨를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박래군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는데, 검찰과 경찰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며 “만약 권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대대적인 석방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용산참사로 희생된 고 이상림 열사의 처 전재숙 씨는 “힘없는 여성이 5명의 경찰을 폭행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며 “경찰은 용산참사 유족에게 누명을 씌우고 두 손에 수갑을 채웠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고 양회성 열사 부인 김영덕 씨 역시 “행진 당시, 경찰이 길을 가로막아 항의를 했을 뿐 폭행은 없었다”며 “왜 힘없는 약자들이 또 다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분하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기자회견단은 “유가족 한 명이 경찰을 폭행해 5명의 경찰이 상해를 입혔다는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파렴치한 주장이며, 그 일로 유가족에게 소환장을 보내고 체포영장을 발부해 연행한 것은 명백히 사후 보복적인 표적 수사이고 연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감옥에 갇혀야 하는 것은 살인진압을 지휘한 경찰책임자 김석기이지 유가족이 아니다”라며 “유가족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