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전국 천막농성장 싹쓸이 철거하나

쌍용차 평택, 콜텍·콜트 등 위기...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시기 철거 위협

최근 전국 각지의 천막농성장이 강제 철거될 위기에 놓여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농성장 ‘싹쓸이 철거’로 노동자·서민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강제 철거 자체도 불법 논란이지만 ‘법치주의’를 강조한 새 정부의 잣대가 노동자·서민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 각지의 농성장이 비슷한 시기에 철거되거나 자진철거 계고장이 통보되면서 행정안전부의 ‘농성장 철거 지침’으로 각 지자체가 나선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 협진여객, 콜텍·콜트, 코오롱 등 농성장 위기
행안부 공식 지침 의혹...“농성장 강제 철거는 악순환의 반복”


경기도 평택시는 쌍용차 평택공장 인근 송전탑 앞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을 5월 15일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계고장을 보냈다. 농성자들은 계고장 수령을 거부한 상황으로, 송전탑 고공농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천막농성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해고자 2명은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15만4천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또한 협진여객 버스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을 오는 5월 25일까지 자진철거 하라는 공문이 보내졌으며, 평택역 광장의 쌍용차 국정조사 요구 천막농성장도 자진 철거 압박중이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협진여객 버스 노동자들은 민주노조 인정,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2달째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평택지역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등은 쌍용차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1년째 평택역 광장에서 천막농성과 서명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기홍 진보신당 평택안성당원협의회위원장은 “평택역 광장 농성장에 평택시청 관계자가 찾아와 자신들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며 ‘윗선’의 지시로 평택 지역 내의 모든 천막 농성장을 철거할 수밖에 없다며 자진 철거 협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한문 농성장까지 철거됐는데 ‘쌍용차 사태 해결 농성장을 철거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사태가 해결되면 우리가 판단할 문제’라고 평택시청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며 “평택역 광장에서 시민 1만8천여 명이 쌍용차 문제 해결에 동참했다. 광장 농성장 천막 철거는 시민에 대한 협박이다”고 반발했다.

  [사진: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서울 중구청이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강제 철거를 강행해 사람들은 맨몸으로 철거에 항의했다.[사진: 민주노총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

‘더 이상 갈 곳 없는 사람들의 보루’ 천막농성장 강제 철거 위협은 경기도 과천시, 인천광역시 부평구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부평구는 앞서 계고장을 보낸 데 이어 콜텍·콜트 공장 앞 천막농성장을 4월 30일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을 시 행정대집행을 강행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경기도 과천시도 과천 코오롱 본사에서 천막농성중인 코오롱 노동자들에게 5월말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을 시 강제 집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장석천 금속노조 콜텍지회 사무장은 “2월 초 공장에서 강제로 쫓겨난 뒤 설치한 천막농성장도 강제 철거한다고 한다”며 “부평구청은 민원이 들어온다는 것을 근거로 철거한다고 하는데,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장기간 농성중인 노동자들은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최일배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장도 “오는 5월 1일은 천막농성 1년, 투쟁을 시작한 지 3천 일이 되는 날”이라며 “농성장을 철거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 콜텍콜트지회]

특히 이들은 행안부가 농성장 강제 철거를 공식 입장으로 각 지자체에 지침을 하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비슷한 시기에 자진철거를 압박하는 계고장이 통보된 점과 이미 강제철거가 시작된 점을 들었다. 지난 3월 4일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4월 9일 북아현동 재개발 지역이 한 달 간격으로 강제 철거된 바 있다.

또한 현장에 나온 공무원, 경찰관들이 ‘윗선의 지시’라던가 ‘관계기관 대책회의’ 등을 언급해 농성자들은 정부 지침으로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반면 행안부를 비롯해 평택시, 과천시, 부평구 등 각 지자체는 농성장 철거에 대한 일관된 지침은 없다고 부정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행안부 공식 지침은 “전혀 없었다”며 “민원이 발생하고, 미관상 좋지 않으며, 교통광장은 공유재산이므로 무단점거일 수 있어 자진철거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행안부가 각 지자체 등에 농성장 철거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며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시기에 철거 위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은 국민을 대하는 자세에서 판가름할 수 있는데,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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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철거 , 농성장 , 천막농성 , 코오롱 , 행정대집행 , 행안부 , 콜트콜텍 , 쌍용차 ,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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