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의 출근길...현장 복귀한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눈물

조합원 10명 2일 현장복귀, “일당백으로 싸우겠다”

“8년 5개월 만의 출근이라 새 옷을 입고, 새 신발을 신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발이 너무 아픕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언제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8년 5개월의 기다림 끝에 회사로 복귀하게 된 이미영 기륭전자분회 조합원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 조합원을 비롯해 현장복귀의 꿈을 이룬 10명의 조합원들 역시 한참을 울고, 또 한참을 웃었다.


8년 5개월 끝에 현장 복귀
“기다려준 동지들, 8년 6개월 버텨준 조합원들 감사합니다”


지난 2005년 해고 이후 약 6년간의 거리투쟁과, 2년 6개월의 복직 유예를 거친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10명이 5월 2일, 약 8년 5개월 끝에 현장으로 돌아갔다.

그 긴 기다림의 시간 동안 조합원들은 ‘투쟁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벼랑 끝 투쟁을 이어나갔다. 1,895일이라는 최장기 투쟁 기록을 세우며, 생사를 넘나드는 세 차례의 단식농성과 두 차례의 고공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8년 만에 출근길에 나선 기륭 조합원들은 그 고통의 시간과 떠나간 조합원들의 생각을 지울 수 없어 눈물을 흘렸다.

김소연 전 기륭전자분회장은 “투쟁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300명의 현장 노동자들이 있었고 200명의 조합원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 어디로 사라지고 우리 10명만 달랑 남았다”며 “이곳에는 수많은 노동자의 한이 서려 있기 때문에 우리 10명은 노동자들의 한을 풀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일당백으로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의 현장복귀 날인 2일 오전 8시 30분, 신대방동에 위치한 기륭전자 신사옥은 그 어느 때 보다 시끌벅적했다. 그동안 기륭 투쟁에 연대해 왔던 이들과,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이곳에 모여, 기륭 조합원들의 출근을 배웅했다. 기륭전자분회는 출근 전,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투쟁에 함께 한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유흥희 기륭전자분회장은 “처음 노조를 건설했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현장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금까지 기다려준 동지들과 8년 6개월을 버텨준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종희 조합원은 “2005년 4월 30일 해고전화를 받고, 5월 3일 출근하지 말라는 문자를 받은 후 8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앞으로 공장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어떤 상황이 와도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선숙 조합원은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두고 복직하려니 마음이 아프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다시 현장에서 힘을 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문제 해결에 앞장서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는 ‘경영악화’로 복귀 꺼려...“현장 세워내는 투쟁 이어간다”

8년 넘게 기륭전자 투쟁에 함께했던 연대단위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황철우 기륭공대위 집행위원장은 “노사합의 후 2년 6개월 동안, 기륭분회 조합원들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투쟁하는 곳에서 함께 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며 “이제는 자본이 거덜 낸 공장안으로 들어가, 현장을 세워내는 새로운 투쟁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구자현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장은 “9년간의 수많은 노력을 딛고 현장으로 들어가는 기륭 조합원들 앞에 또 다른 과제들이 놓이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이 있기에 그들을 믿는다”며 “남부지역지회도 조합원들이 앞으로 걸어가는 길을 함께 걸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무려 8년만의 복직인 만큼 조합원들에게 가장 큰 기쁨의 시간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앞선다. 회사 측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조합원들의 복직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으로 복귀되더라도,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앞서 기륭전자 노사는 2010년 11월 1일, 노사합의서를 통해 2012년 5월 1일부로 복직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회사는 생산시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복귀 시점을 1년 6개월 연장할 것을 주장했으며 결국 노사는 1년간 복귀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또 다시 복귀 시점이 다가오자, 회사 측은 경영이 어렵고 들어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기륭전자분회는 “합의서 이행 관련한 노사협의회에서 노조는 5월 2일 출근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회사는 ‘회사가 어렵고 들어와도 할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전 분회장은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회사가 잘 될 수 없다”며 “어렵게 노사가 합의한 만큼, 약속을 지키고 노사가 노력해 살맛나는 일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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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우

    제가 대학새내기시절에 해고된 동지들이

    8년만에 복귀하신다니 정말 감동입니다!!

    승리할때까지 끝까지 투쟁하신 동지들꼐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 울산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복귀모습을 보니
    너무행복합니다.
    처절한투쟁 정말고생많이 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올때까지 열심히 함께 투쟁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현대미포조선 복직노동자 아내-

  • 김진한

    동지여러분!그동안 수고 많이하셨 읍니다.투쟁 의 승리와복직을 감축 드립니다.
    대우조선 노동자 김진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