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공농성 200일, 정몽구 회장은 ‘경제사절단’으로 방미

“정몽구 회장이 가야할 곳은 미국이 아닌 감옥”

오는 4일이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송전탑에 오른 최병승, 천의봉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200일째를 맞는다. 이들이 유난히 길었던 겨울을 꼬박 송전탑 위에서 보내는 동안, 현대차 촉탁직 사내하청노동자의 자살과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이 잇따르며 현대차 비정규직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 와중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송전탑 200일 농성과 비정규직 사태를 뒤로하고, 대규모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따라나선다. 오는 5일,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오너들은 역대 최대 규모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예정이다.

회사가 철탑농성과 불법파견 문제해결에 침묵하면서, 70여 개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내하청 대책위’는 “정몽구 회장은 미국이 아닌 감옥에 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3일 오후 2시, 한남동에 위치한 정몽구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회장 구속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김효찬 현대차 전주 비정규직지회장은 “10년째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있는 정몽구 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박근혜 정부와 미국을 간다고 한다”며 “미국에 갈 게 아니라, 당장 불법파견을 해결하고 1만 3천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성민 현대차비정규해고투쟁위원회 의장은 “10년 넘게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있는 정몽구 회장은, 불법파견의 해답이 신규채용이라고 사람들을 속이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또한 윤갑한 현대차 대표이사는 담화문을 통해 해고자들이 불법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윤갑한 현대차 대표이사는 2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신규채용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윤 이사는 “비록 현재 특별협의가 중단돼 있지만, 하청문제의 선도적인 해결을 위해 회사는 3500명 신규채용 등 기존 특별협의에서 제시했던 내용들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2일부터 300여 명의 추가채용을 진행해 올해 말까지 총 1750명을 순차적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또다시 ‘외부세력’을 언급하며,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본사 노숙 농성과 지회의 파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하청지회는 4월말부터 시작된 불법파업 및 본사 불법 노숙농성 등으로 또다시 조합원들을 불법행위로 내몰고 있어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하청문제와 사실상 무관한 소수 외부세력의 선동에 의한 불법파업으로 하청지회 조합원들이 또다시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호동 전해투 위원장은 “한국은 현대차와 같은 재벌들이 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법치 질서를 유린해도 정권의 비호를 받는 재벌들의 천국”이라며 “저들의 오만이 하늘을 찔러도,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재벌에 파열구를 내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기자회견단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0일 동안 40m 송전 철탑에서 대법원 판결을 지키고, 불법을 바로잡으라고 호소했다”며 “정몽구 회장이 가야 할 곳은 미국이 아니라 감옥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어야 할 곳은 철탑이 아닌 공장”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와 기아차 비정규직 3분회, 사내하청 대책위 등은 철탑농성 200일을 맞는 4일 오후 4시,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죽음 부른 신규채용 중단과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동자 시민 연대마당“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오늘부터 오는 8일까지 전국 현대, 기아차 직영영업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간다. 10일 오후 2시에는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민교협 등 교수4단체 주최로 ‘사내하청은 정규직 고용안정의 방패막인가?’ 토론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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