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청과 서귀포경찰서는 10일 오전 8시 해군기지 공사장 앞 천막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하며 천막과 조형물, 텐트 철거를 단행했다. 작년 10월 해군이 철야공사까지 감행하자 같은 해 11월 강정마을 주민 등이 불법공사 감시 목적으로 설치한 천막농성장이었다.
[출처: @nuruk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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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강제 철거 현장에는 서귀포시청 소속 공무원 100여 명, 경찰병력 800여 명 등 총 1800여 명의 인원이 동원됐다. 강정마을 주민, 평화활동가 등 40여 명이 철거에 항의해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으며, 1시간 30분가량 대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평화활동가 1명이 실신했으며,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고권일 강정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은 천막에 쇠사슬을 묶어 자신의 목에 걸고 격렬히 저항했다. 경찰은 쇠사슬을 절단해 강동균 회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오전 9시경 연행했다. 강동균 회장을 포함해 마을 주민, 평화활동가 등 총 4명이 연행된 상황이다.
또한 경찰과 공무원의 무리한 철거에 항의하던 강정마을 주민 김 모 씨가 대치 과정에서 6미터 높이의 강정하천 다리 밑으로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관 2명도 하천으로 함께 추락했다. 마을 주민 김 씨는 현재 복부가 찢어지는 등 중상을 입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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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주민들과 군사기지범대위가 천막이 철거된 자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병력 투입과 농성장 강제 철거에 항의했지만, 서귀포시는 농성장 철거 자리에 바로 화단을 조성했다.
이번 강제 철거는 지자체와 경찰뿐만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해군의 불법공사가 폭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는 이를 추궁하는 대신 강정마을 주민을 탄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제주해군기지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으로, 사업의 비민주성, 폭력성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앞서 지난 4월 25일 800여 명의 경찰병력은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주변을 에워싸며 공사 중단 항의 시위를 벌이는 강정마을 주민, 평화활동가 등을 물리적으로 막아 문제가 된 바 있다. 경찰이 마을에 체포조까지 투입해 박근혜정부의 ‘공권력 남용’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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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는 긴급 성명서를 내고 “참극이 발생한 것에 일차적인 모든 책임은 지역주민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묵살하고 대집행을 결정한 서귀포시청에 있으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보호의 원칙을 망각한 안이한 업무방침을 내리고 체포사유가 아님에도 체포를 남발한 서귀포 경찰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마을회는 “우리는 탄압에 결코 흔들리지 않고 불법한 해군기지 사업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며 저항할 것이고, 행정과 공권력의 부당한 인권침해와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물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진보정의당은 10일 논평을 내고 “부상을 입은 주민의 빠른 쾌유를 바라고 연행된 마을 주민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 강정은 평화의 상징이다”며 “무리하게 강행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강동균 마을회장은 제주 동부경찰서로 연행된 뒤 강제 철거, 해군의 불법 공사에 항의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강동균 마을회장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메세지
주민은 자기 동네의 불법공사를 감시할 권리가 있다.
불법공사, 환경오염 통제도 못하는 무능한 도지사의 주민들 억압에 분노하며 지금부터 무기한 단식을 한다.
오늘 오전의 행정대집행 상황은 기가 막히고 비상식적이며 몰상식 그 자체의 아수라 상황이었다. 지역주민들을 이렇게까지 우롱할 수 있단 말인가. 아직도 지역주민들을 억누를 일이 남아 있는 것인가.
오늘의 행정대집행은 주민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다. 해군과 공사업체의 불법공사의 증거와 그 근거를 제시하고 행정이 못하는 일을 우리 강정마을회 등이 하고 있었다.
오늘 우리의 행동이 도로법에 저촉되었다고 하는데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우리는 하천부지에서 항의했고 하천부지에서 불법공사를 감시해왔다.
주민은 자기 동네의 불법공사를 감시할 권리가 있다. 그와 반대로 행정은 주민들을 억압하였다. 결국 불법공사, 환경오염 통제도 못하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허울 좋은 빈껍데기 약속만 한 것이다. 철저히 기만한 것이다.
오늘의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도정의 책임자로서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도록 만든 것은 지역주민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처사이다.
대집행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내가 올라섰던 탁자를 밀치는 바람에 미끄러지며 목이 조여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까지 연출 되었었는데 도리어 우리의 체포사유가 특수공무방해라고 하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폭행을 휘두른 쪽은 경찰과 대집행 공무원 측인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이다.
이 사태에 대한 도지사의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답변과 지역주민에 대한 사과 그리고 불법공사와 환경오염 통제에 관한 즉각적 행동을 할 때 까지 나는 무기한 단식을 하겠다. 내가 갇혀있는 한 단식은 계속하겠다. 여기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2013년 5월10일 오후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