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 4년 만에 자동차 조립...기름때 묻혀 만든 H-20000

“자동차 조립, 내 몸은 기억했다”...6월 7일 서울광장 모터쇼에서 공개

쌍용차 해고자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한 공업사에 모여 자동차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쌍용차 회사가 외면한 해고자들은 자체 제작 작업복을 입고 부품을 하나씩 조립했다. 왼쪽 가슴에 ‘희망’의 상징 배지가 달린 새 작업복은 어느새 기름때로 물들었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2만 개의 부품을 모아 자동차를 만드는 ‘H(heart)-20000’ 프로젝트는 쌍용차 국정조사, 정리해고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쌍용차 희망지킴이가 기획했다. 비록 쌍용차 현장은 아니지만 이들은 얼마 만에 만져보는 자동차 공구인가라며 감회에 젖었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77일간 옥쇄파업을 벌였던 해고자 30여 명은 4년 동안 거리에서 싸웠다.

[출처: 참세상 김용욱 기자]

  참세상 김용욱 기자

[출처: 참세상 김용욱 기자]

작년 국회 청문회에서 ‘회계조작’, ‘기획파산’ 등의 의혹이 드러나 쌍용차 정리해고의 부당성이 사회적으로 폭로되었지만 해고자 복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하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서 입을 모았던 국정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24명의 쌍용차 노동자와 그 가족의 죽음을 추모하는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는 강제 철거됐다.

4년 동안 단식, 노숙, 고공농성 등 몸을 사리지 않고 투쟁해 빨간 머리띠가 더 어울렸던 해고자들도 오늘만큼은 작업복 입은 노동자로 돌아갔다. 근속년수가 기본 10년이 넘은 해고자들이라 웬만한 기술자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숙련공’ 포스를 뽐냈다. 자동차 프레임의 기름때를 벗기기 위해 뿌린 솔벤트 냄새가 진동해 속이 거북하지 않냐고 묻자 “마치 고향에 온 것 같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부산 정비사업소 출신 해고자 윤충열 씨는 “오랫동안 해고자 신세로 살아왔기 때문에 자동차를 조립하자고 했을 때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하지만 어릴 적에 바다에서 수영했던 것처럼 몸으로 체득한 일은 몸이 잊어버리지 않는 것 같다. 바로 감각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해고 4년 동안 일하지 못했다고 해서, 쌍용차에 93년 입사해 2008년까지 15년 동안 정비노동자로 살아온 세월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자동차 조립의 총책임을 맡은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의 얼굴에도 미묘한 표정이 서린다. 그는 “감회가 새롭다”며 “아직까지 잊어버리지 않았다. 나는 일할 수 있다. 다만 처음에는 더딘 감이 있어도, 일을 하다 보니 작업순서, 방법 등 모든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문기주 지회장은 쌍용차에서 30년 동안 정비노동자로 살아왔다.

자동차를 조립하기 시작하면서 ‘숙련공’의 진가가 발휘됐다. 수년 전 쌍용차 노동자들의 손을 거쳐 완성된 2004년식 코란도는 조립 하루 전날 해고자들에 의해 분해됐다. 갈기갈기 분해된 코란도는 낡은 부품이 교체되고, 기름때가 닦여지고, 헐거운 부품이 조여지며 세상 어디에도 없는 H-20000 프로젝트 자동차로 태어나기 시작했다. 녹슬지 않는 해고자 손에서 프레임에 바퀴가 달리고, 엔진과 몸체가 장착되어 갔다.

해고자들이 수많은 쌍용차 제품 가운데 코란도를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해고자 고동민 씨는 “어떤 차종을 선택할 지 고민했는데, 코란도로 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해고되어서 투리스모, 코란도C와 같은 신차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 또한 우리가 근무하던 시절 쌍용차 제품 중 코란도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참세상 김용욱 기자

[출처: 참세상 김용욱 기자]

문기주 지회장은 조립의 시작을 알리며 “작업장과 장비 등 어려운 조건에서 자동차 조립을 시작하지만 현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 국정조사가 추진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며 “이런 마음들이 모여 정리해고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희망지킴이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시민들과 함께 국정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H-2000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해고자 복직도 중요하지만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은 쌍용차 사태 해결의 실마리로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H-20000 프로젝트 사업 시민 참여율이 저조하지만 오늘 자동차를 조립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알리기 시작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홍보와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 국정조사 또한 시민의 거대한 요구로 가능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완성된 자동차는 다음달 6월 7일 서울광장에서 모터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은 2009년 당시 법적으로 정리해고가 시작된 날로, 범국민대회와 사연 당선자에게 자동차 기증 행사 등이 열린다. 4월 1일~30일까지 프로젝트 참가자 2만 명 모집과 자동차 이름 공모, 5월 10일~6월 4일 조립단계와 이동단계를 거치고, 조립 이후 미술 작가들이 자동차 외장 디자인을 한다.

[출처: 참세상 김용욱 기자]

[출처: 참세상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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