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의원도 밀양 노인 송전탑 반대 이유 조목조목 설명

조해진, “최대 용량 송전탑 밀양만 논, 마을 지나...주민 코 베는 법”

한전이 지난 20일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8년 만에 재개하자 밀양 마을 주민들이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고 공사를 저지하면서 유독 밀양만 거세게 공사를 반대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평온했던 밀양 산골 마을은 전쟁터가 됐고, 80대 노인들이 실신하고 다리 깁스까지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도 한전 공사강행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20일 저녁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전의 송전탑 설치 관련법인 ‘전원(전기원천)개발촉진법’을 두고 “한전 입장에서 볼 때는 누워서 떡먹기 법이고, 앉아서 돈 벌기 하는 법이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눈뜨고 코 베이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조해진 의원은 “전원개발촉진법은 산업개발 시기 전기에너지 공급이 굉장히 중요해 한전이 전원개발 사업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특례법이었다”며 “해당 사업지에 주민들의 실질적 동의 없이도 사업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고, 보상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손해를 강요하면서 그냥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밀양 송전탑은 논밭과 민가를 많이 지나가도록 애초에 설계를 그런 식으로 선으로 일방적으로 그어놨다”며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한 적조차 전혀 없었고 주민들이 나중에 알고 이걸 민가 쪽으로 내려오지 말고, 산 쪽으로 변경해 달라고 했지만 일체 한 기도 못 옮긴다는 게 한전의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이 부산 해운대 기장을 거쳐 양산, 밀양, 창녕까지 연결되는 과정에서 다른 지역은 산 쪽으로 대부분 우회를 하는데 유독 밀양만 수려한 경관 지역이나 주민생활 환경 바로 가까이에 송전탑을 세운다는 것이다.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이 나무가지에 자살용 목줄을 내건 채 저항하고 있다. [출처: 울산저널]

조 의원은 밀양은 송전탑 뿐만 아니라 송전 선로에도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밀양은 송전 선로가 76만 5000볼트 초고압”이라며 “우리가 보통 보는 송전선로 전력은 대개 15만 4000볼트나 34만 5000볼트 정도인데 밀양 선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초고압으로, 그 초고압을 실어 나르는 송전탑도 높이만 100m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엄청난 초고압으로 인해 송전탑 뿐만 아니라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곳도 땅값 하락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조 의원은 “그 지역에 송전탑이 지나가는 설계가 됐다는 소문만 공개가 됐는데도 주민들이 평생을 일군 논밭 전 재산의 땅값이 대폭 떨어지고 그나마 팔려고 해도 살 사람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해진 의원은 “주민들이 고맙게도 일단 한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대화 테이블에 나와 있는 상태”라며 “이번 주에도 한 두세 차례 만나기로 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전이 협상은 협상대로 하고 공사는 공사대로 하겠다면서 공사 들어가면 협상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강하게 한전을 비난했다.

“국가 정책이라 어느 정도 피해면 수용할 텐데 피해 너무 커”

이계삼 밀양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도 21일 오전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밀양 지역의 반대가 유독 강한 이유를 두고 “보통 수도권에 있는 고압선 송전탑이 154,000V, 154라고 부르는데, 밀양 765는 수송되는 전기의 양이 18배 정도 많다”며 “탑신 140m, 45층 정도 건물 높이 되는 정도의 송전탑 아래에서 살아갈 주민들은 건강 피해에 대한 공포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다른 지역은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마을을) 많이 우회하는데, 밀양 구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논바닥 바로 위를 지나가고 마을 앞을 치고 지나가고. 집 앞을 지나간다”며 “이런 구간이 너무 많아 졸지에 어르신들이 살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다보니 격렬하게 8년간 반대해 왔다”고 덧붙였다.

혐오시설이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님비 현상이 아니냐는 주장을 두고는 “밀양 어르신들은 전기를 거의 쓰지 않고, 시간이 되면 TV도 끄고 자고, 에어컨도 사용하지 않는다”며 “전력소비를 아주 적게 하시는 분들에게 생산과 유통의 책임을 거의 전가하는 이런 상황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무엇보다 765 송전선로 같은 경우 국가의 일이라 그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면 받아들이고 인정을 할 텐데 피해가 커도 너무 크다”며 “토지 문제만 하더라도 어르신들은 토지를 담보로 잡아 자녀들 결혼도 시키고 학교도 보내고 했는데 765 송전선로는 땅이 아예 거래가 안 되고 농협에서 갑자기 대출 담보 신청을 반려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6차 전력 수급 계획에 의하면 발전소를 20곳이나 더 지어야 하는데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송전 선로 문제에 대해서 집 위를 지나가거나 땅 위를 지나가는 식이 아닌 땅으로 묻는 방식 등 정책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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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호

    송전탑이 1km에 55억이란 막대한 예산이 든다고 하더군요 그리하여 우회해서 송전탑은 건설하면 대략 10km이상 증가가 될텐데 그 막대한 예산은 어찌할꺼고 송전탑을 꺼려하는 입장은 알겠지만 휴대폰 전자파 보단 송전탑이 더 적게 나온다는 것을 알아줬음 합니다 물론 풍경도 좋겠지만 국민을 위해 송전탑을 짓는것인데 다른 나라에 빛을 져가며 송전탑을 짓는 것보단 낮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