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피해자 1639일 생존의 기록 출간

도서출판 메이데이 <하늘을 덮다>...피해생존자,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다”

“이 글이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를 생각해보았다. 수없이 복잡한 상황들이 떠오르면서 머리가 아팠다. 이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백서가 발간되고 또 다시 내게 고통이 따르더라도 피눈물 흘리며 견뎌내는 수밖에…… 만약 견뎌내지 못하면 죽으면 된다. 마음의 각오를 한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다. “나를 비난하는 자들이여. 당신들이 나와 같은 고통을 겪었다면 어찌했을까?”

지난 2008년 12월 6일 발생한 ‘민주노총 김모 성폭력 사건’의 기록 “하늘을 덮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진실(도서출판 메이데이/ 18,000원)”이 출간됐다. 민주노총 김모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지지모임)은 1일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와 공공부문 결의대회에 부스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책 판매에 돌입했다. 책은 교보,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에서도 판매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 사건이 발생한지 1639일. <하늘을 덮다> 출간은 지지모임이 피해생존자의 치유와 아직도 미결 처리된 사건의 공론화를 목적으로 추진했다. 책에는 피해생존자가 직접 작성한 사건의 기억과 성폭력 사건 발생에서부터 해결과정,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사건 처리 과정의 평가와 과제, 지지모임 회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담겼다.

피해생존자는 이 책에 자신이 겪었던 수많은 일들을 120여 페이지에 걸쳐 하나하나 기록했다. 자신을 죽고 싶도록 내몰던 이들은 보수언론이나 교육청 장학사, 수사기관 만이 아니었다. 동지였던 그들, 함께 민주노총 위원장 도주를 도왔던 이들, 믿었던 조직이 던져준 고통은 1639일 동안 이어져 왔다.

특히 스스로를 진보라 부르는 사람들이 조직보위라는 논리 속에서 자기잘못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순간 어떻게 그들이 잔인해지는지가 담겼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인간의 욕망과 본성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은 또 노동과 진보의 역사적 무능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운동사회 반성폭력 운동이 역사로 기록되며 시작됐지만, 노동과 진보정치 안에서도 성폭력과 2차가해의 역사는 계속 반복되고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책은 또 다른 피해생존자의 고통에 찬 글과 피해생존자를 지지하고 함께 아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노동-진보진영의 조직보위론과 2차 가해의 문제점을 정면에서 다뤘다.


지지모임의 한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4년이 지나면서 이 사건은 잊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생존자와 수많은 여성활동가들은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건”이라며 “노동조합운동이 공동체의 기억으로 다시 이 사건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책 발간의 1차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피해생존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녀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민주노총과 전교조 조합원들에게 들려주고, 그런 피해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며 “백서를 통해 운동진영이 반성폭력 운동을 자기과제로 하고, 성평등한 조직문화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늘을 덮다>는 진실을 덮고 피해생존자를 죽이는 방식으로 진행된 사건에 대해 우리가 진실을 말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피해생존자가 글을 쓰면서 복받치는 감정 때문에 글쓰기가 힘들어 중단하기도 할 정도로 어렵게 책을 발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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