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양성 결혼제도에 균열 내는 “즐거운 투쟁”

[인터뷰] 동성결혼 선언한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동성결혼을 공식 선언한 첫 번째 동성애자, 김조광수 감독. 9월 7일로 예정된 결혼을 3달 앞둔 그는 결혼 의식을 소재로 마치 다른 사회를 위한 실험에 나선 예술가 같다. 다른 성(性)이 같은 성으로 단순히 바뀌는 것부터 결혼을 둘러싼 모든 것이 새로 쓰여지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김조광수 감독에게 동성결혼은 결혼으로 맺어지는 “부부”라는 호칭부터 하나 하나 고쳐 가부장제 사회에 균열을 내는 “결혼시위”자 “즐거운 투쟁”이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퀴어문화축제 기간, 동성결혼 합법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현재, 김조광수 감독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동성결혼에 나선 이유, 가족과의 사연, 동성애자인권운동에 있어 동성결혼이 갖는 의미,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 내 쟁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동성애자 인권운동과 함께 한 그의 삶을 반영하듯 오랜 고민이 녹아있다.

결혼 발표 후 길거리에서 우연히 꽃다발을 받기도 했다는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 부조리에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스스로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놀이에 나선 아이 마냥 행복해 보였다.

ㅡ 해외 동성결혼 합법화 소식과 맞물려 최근 발표한 동성결혼 계획이 큰 이슈가 됐다. 동성결혼에 나선 이유를 이야기해 달라.

[출처: 김용욱 기자]

우리는 동성결혼이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한국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동성애 운동은 “우리 여기에 있어요”라는 이번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처럼, 우리의 존재를 증명받는 것이었지만, 여기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존재 증명 이후에, 우리들도 이성애자와 똑같이 법적인 권리를 획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헌법에 평등권이 보장돼 있는데, 이성애자들에게는 주어지는 결혼이 동성애자에게는 왜 안 되는 것인가? 뿐만 아니라 동성결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확하게 평등권을 침해하는 헌법 위반의 바로미터다. 그 점에서 동성결혼을 매개로 다양한 평등권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

재미있는 것은 동성결혼이 새로운 운동 방식, 혹은 즐거운 운동 방식하고도 맞는다는 점이다. 결혼식이라는 것이 일종의 공연이고 퍼포먼스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방식이라면, 이성애자의 결혼이 따분하고 지겨워서 관심 없었던 사람들에게도 “어머, 결혼식이 저렇게 재미있을 수 있는 거야”라며 “동성애자들이 하니까 많이 다른데?”하면서 동성애자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점에서 결혼식이 아주 좋은 출발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위력적인 활동도 필요하지만 재미있는 활동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싸웠던 것을 토대로 하지만 내용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새로운 운동이 될 것 같다.

[출처: 김용욱 기자]

나와 딱 맞는 방식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결혼식을 좋아했다. 이성과 하긴 했지만 소꿉놀이를 하면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결혼식 놀이를 해 인기가 많았다. 1981년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세계적인 결혼식을 보고 나 또한 그런 결혼식을 하고 싶었지만 나는 남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할 수가 없어 낙담했다. 이후 다른 나라에서 동성들도 결혼식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며 꿈을 가지게 됐지만 결혼은 하고 싶다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꿈으로만 간직해 왔다. 지금 파트너에게 3년 전 이런 나의 꿈을 말했고 그 또한 나의 꿈을 함께 꾸겠다고 말하며 현실화될 수 있게 됐다. 준비하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다.

하나 하나를 새로 고민하고 만들어야 한다. 기존 가족제도에 균열 내는 의미가 있다. 어떤 사람은 스타의식이 있다고 말하지만 영화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보다 앞장 설 수 있고 그런 점에서 결혼식을 통해 국내 성소수자 문제를 보다 공론화하는 데 애쓰고 싶다.

ㅡ 계속 “재미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출처: 김용욱 기자]

상상만 해왔던 것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이 재미있다. 한국에서 웨딩사진의 대가 3명에 속하는 한 사람은 웨딩사진을 찍어주겠다고도 연락해 왔다. 그는 자신의 웨딩사진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 주 웨딩 시연을 할텐데, 신랑 신부 결혼 예복을 모두 같이 입어볼 계획이다.

ㅡ 가족을 설득하는 과정 등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결혼은 우리가 하는 것이지만 가족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결혼을 하면 양가가족 또한 가족 중 동성애자가 있다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좋자고 공개적으로 동성결혼을 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고민도 했다. 그러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가족 또한 걱정 보다는 기대를 더 많이 한다. 어머니는 이를테면 호기심 어린 얼굴로 “사회는 누가 보니”라고 물어보시며 잔뜩 궁금해 하신다.

ㅡ 1993년 게이, 레즈비언들이 함께 결성한 초동회를 시작으로 국내 동성애자인권운동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다. 그 동안 동성애자인권운동의 맥락에서 동성결혼이 갖는 의미를 듣고 싶다.

우리 사회는 외국과는 달리 동성애를 불법화하던 법제도와의 싸움을 겪지 않았다. 군 형법은 문제지만, 나머지는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 적이 거의 없었던 나라이기 때문에 존재를 드러내는 싸움의 역사였다.

그런데 동성애운동 역사에서 봤을 때 제도를 획득하는 싸움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도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이 최근 통과됐는데, 프랑스의 경우, 시민결합을 인정한 지 꽤 오래 됐다. 10년이 넘었는데, 시민결합 형태만으로는 안 되는 여러 가지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결혼이라는 제도를 매개로 만들어진 법제도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동성결혼 합법화로 다시 왔다. 그런 점에서 우리 나라도 동성결혼 합법화를 근거로 자신들의 권리, 소수자들의 권리를 법적으로 획득해 나가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는 큰 의미가 있고 이 때문에 책임도 크다고 본다.

ㅡ 지난 달 15일 결혼 계획 공식 발표 후 동성애자인권연대 등 축하논평이 이어졌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폭넓은 지지와 지원을 받는지 궁금하다.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대체로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제도에 반대하며 시민결합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는데, 나 역시 이들의 논의를 지지한다. 그러나 현재 동성결혼 합법화 운동은 우리 사회가 보장하지 않는 평등권을 문제로 한 동성애자 권리 운동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다양한 가족문화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우리의 실험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출처: 김용욱 기자]

ㅡ 최근 동성애허용법안반대국민연합이라는 단체가 “며느리가 남성이라니”라며 동성애를 소재로 한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해 비난 광고를 실었다. “며느리가 남성이라니”라는 말은 양성 중심의 결혼제도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를 반영하지만 한편으로는 가부장제 중심의 고정된 역할을 전제한다. 그러니까 이성애자들의 결혼은 성별 역할이 고정돼 있는데, 이런 차별 없이 결혼 생활을 꾸리기 위한 계획이 있는가?

결혼 발표 후 언론이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 하리수 씨 커플과 우리 커플이 나온다는 것을 보도하며 “동성부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나는 “부부”라는 말에 반대한다고 얘기했다. “부부”라는 말 자체가 남녀의 결합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댁”, “처가”, “시어머니”, “시아버지” 등 기존 가부장제 사회 속 혼인 관계를 지칭하는 용어와는 다른 표현을 찾고 있다. 다른 결혼문화, 가족문화를 표현하고 구성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같이 연구해 달라.

우리의 결혼과정은 양성 중심의 결혼제도가 만든 고정된 가족 관계의 변화를 수반한다. 이를테면, 어머니는 나의 파트너를 만나면 거리감을 느끼신다. 며느리보다는 멀지만 타인 보다는 가까운 관계.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되는 면이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로서의 관계가 아닌,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의 관계. 나는 이런 거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ㅡ 결혼 후 혼인신고와 함께 필요한 법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동성결혼 합법화 후에도 반대 시위와 동성애자에 대한 린치가 계속되고 있어 이후 반작용이 우려스럽기도 하다. 결혼식 후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세계적으로 동성애자,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고, 법적으로 보장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반대로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는 사라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어떤 권리를 획득하면 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들도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범죄로까지 나가고 있기도 하다. 우리 사회도 어떻게 보면 그런 시기가 온 것이다. 동성애자,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는 다른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안심했다면, 이제 성소수자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자기 권리를 획득하려 하니까 두려움 같은 것을 가지는 것 같다. 불행하게도 린치나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좀 더 대중성을 획득하면서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식이 잘 치러진다면 대도시에서 다른 성소수자 커플의 결혼식을 또 만들어주고 싶다. 도시를 돌아가면서 전국 투어를 해볼 생각이다. 다양한 많은 국민들에게 화두를 던지고 그분들의 생각을 듣고. 제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는 영화를 하는 사람이니까 이 결혼식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있는데, 상영하면서 관객들과 만나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성결혼을 매개로 평등권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했는데 토크쇼 등으로 성소수자들의 평등 문제를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다.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할 계획인데 반려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생각이다. 헌법재판소가 보수적인 사람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전향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그래도 헌법재판소가 논의하는 것 그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입법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ㅡ 자녀 입양 계획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고민이 있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자신은 있는데, 여전히 사회적인 편견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가 아이를 입양한다면 아이도 감당하면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고민스럽다. 결혼을 한 커플이 아니었다면, 평범한 동성애자 커플이었다면 저는 별로 망설이지 않고 했을 것 같다. 아이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다.

ㅡ 참세상 독자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참세상은 사회적인 약자, 소수자와 계속 연대해왔다. 독자들도 대부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똑같이 열려 있는 것은 아닌 분들이 꽤 있다. 그 분들에게 사회적 약자와 연대한다는 큰 틀에서 성소수자 문제도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인정하고 알려는 노력을 해주시면 좋겠다. 인정이 출발인 것 같다.
태그

성소수자 , 김조광수 , 동성결혼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김조광수 파이팅

    축하합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수많은 성수소자가 사회적 차별 받아가며 때로는 폭행당하기도...오해와 편견으로 가득한 자본가세상 이제 성소수자가 나설 때이다. 힘내시고 우리 노동자와 연대하고 승리하자

  • 전태일

    대중들의 상식에서 동성간의 결혼은 허용 될수없다.

    어떻게 살건 자신의 자유이지만 그 자유를 강요하려 하는것은 폭력이다 동성간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을 폭력적 수단이 아닌 정당한 표현이나 시위로 나타내는것 또한 자유다. 이렇게 사회를 또 분열 시키려는게 자본가들과 제국주의다 그들의 속셈을 잘알고 서로 싸우지들말고 존중하고 살아야 할것이다.

    동성간 결혼에 반대한다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때 자연과 더불어 공존할수있는 오직 인간만이 각종 환경파괴등 반자연ㅠㅇ니 행동을 하고 있고 심지어는 같은성끼리 결혼한다 라는 결혼의 의미를 마음대로 해석하는 일을 벌이고 있는데 일반대중들은 이오

  • lets

    멋진 삶입니다, 응원해요 ^^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