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퇴진 운동 10일...“물리칠 수 없는 권력은 없다”

신자유주의 독재에 쌓인 분노의 폭발

터키 이스탄불 탁심광장 뿐 아니라 진입로 상업지구까지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찼다. 누군가 어떤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즉시 따라 외쳤다. 사람들은 “정부는 퇴진하라”, “파시즘에 맞서 어깨를 걸자”, “도처에 탁심을, 도처에서 저항을”이라고 외치고 현수막을 들었다.

지난 달 30일, 활동가들이 탁심 광장 인근에 위치한 게지공원 재개발 사업에 반대하고 나선 후 정부 퇴진 운동으로 확대된 저항운동은 이제 10일을 넘어섰다. 31일 이 운동은 전국으로 확대됐고, 수만 명이 에르도안 총리와 여당에 맞선 대중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occupygezipics.tumblr.com]

탁심광장, “두려움 없는 자유의 공동체”

외신에 따르면, 8일 시위대와의 격렬한 대치 후 경찰이 철수한 후 탁심광장은 시위대의 손에 맡겨졌다. 시위대는 광장에 진입하는 주요 거리를 따라 보도블록, 거리표지판과 자동차로 만든 수십 개의 바리케이트를 50미터 간격으로 세웠다.

탁심광장과 그 주변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모였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광장에 있는 한 사람은 “사람들은 여기에 백만 명이 모였을 것이라고 어림잡는다”고 전했다.

탁심광장 인근 지하철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내려 광장으로 진입하면 사람들은 새로운 시위대를 환호했다. 한 사람은 “나는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게지공원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occupygezipics.tumblr.com]

경비를 서는 조직들은 무선통신기구로 서로 연결하며, 안경, 가스마스크, 고무줄 새총과 돌이 쌓여 있는 집하장을 감시한다. 탁심광장에 모인 이들은 천막과 부서진 버스에서 또는 맨 바닥에서 밤을 보내며 농성 중이다. 곳곳에 식료품과 잡지가 비치됐고, 모두를 위한 식료품, 물, 의약품 공급을 위한 방송도 진행된다.

터키 지중해 인근 아다나에서는 9일 밤 시위대와 경찰의 대치가 벌어졌다. 그러나 탁심광장에 경찰은 더 이상 보이지 않으며, 경찰헬리콥터만 광장 상공을 정찰하고 있다.

8일에는 이전 시위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이 우리를 공격할지라도 멈출 순 없을 것”이라고 확성기를 든 공산주의자는 시위대 앞에서 말했다.

[출처: occupygezipics.tumblr.com]

계속되는 탄압과 왜곡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질긴 압력 아래 여당 대표단은 총선을 2015년에서 2014년 초로 앞당기자는 제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에르도안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9일 조기총선을 거부하고 시위대를 “반달리즘”이라고 비난하며 “우리는 인내했고 인내할 것이다. 그러나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터키 전국을 순방하고 자신의 지지자 동원에 나섰다. 여당 AKP는 내주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 대중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기적으로 통신을 마비시키고, 감시카메라를 이용하며 봉기와 이에 대한 경찰 탄압 모두를 무시하는 국영언론를 통해 시위를 탄압하고 있다.

경찰은 탁심광장에서 철수했지만 앙카라 등 다른 도시에서는 여전히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하고 있다. 앙카라 시위대는 거리에 불을 지르고 바리케이트를 세우려 시도했다. 지난 10일간 전국에서 3명이 사망했으며 5천 명 가까이 부상당했다.

시위의 요구, 대중 속으로

그러나 정부의 강경 대응을 비난하는 여론은 보다 확대되고 있다.

터키 경찰노동조합은 9일 최대 120시간 연장 근무 후 6명이 자살했다며 지도부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터키의 3개 축구클럽, 갈라타사라이(Galatasaray), 페네르바체(Fenerbahce)와 베식타스(Besiktas)는 9일 오후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시위대에 대한 지원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베식타스(Besiktas)는 경찰의 바리케이트에 맞서 굴착기를 투입하기도 했다.

<융에벨트>가 전한 사회주의 정당 ESP의 의장 피겐 윅세닥(Figen Yüksedag)에 따르면, 최근 그리스 활동가들은 탁심 광장 시위에 합류해, 서로의 정보와 전술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다양한 경찰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 사람들이 그들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며 “오늘날의 세대는 이러한 경험을 잊지 않을 것이다. 운동이 도래하면, 그들은 여기서 만들었던 경험을 이용할 것이고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독재에 대한 분노의 적재

이는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신자유주의적 사유화 조치를 강행한 에르도안 정권에 대해 오랫동안 쌓여갔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여성과 청년에 대한 보수적 이슬람주의의 억압, 쿠르드족, 사회주의자, 노동조합 범죄화, 공공영역에 대한 사유화, 친미적 제국주의 정책 등이 성토되고 있다.

“이 땅의 어느 누구도 시리아에 대한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이 투쟁은 또한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이기도 하다”고 좌파민족주의적 케말 그룹의 한 활동가는 <융에벨트>에 10일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있고, 고문, 격리돼 있으며 적합한 치료도 거부당하고 있다.

[출처: occupygezipics.tumblr.com]

이 언론에 따르면, 현재 운동은 또한 여성운동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결정권을 더 이상 양보하지 않고자 한다”고 윅세닥 의장은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여성은 최소 3명의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임신 중절은 매우 제한돼 있다.

쿠르드족, 케말주의자, 알레비파, 아르메니아인, 혁명적 사회주의자 조직, 아나키스트, 반자본주의적 무슬림 모두가 현재 광장에서 농성 투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점점 더 함께 하고 있다. 쿠르드족과 케말주의자 사이에는 계속해서 심각한 갈등이 있었지만 이 충돌은 적어졌다. 이들은 운동 범죄화 종식, 게지공원 재개발 중지, 시위대에 대한 최루가스 투입 금지, 에르도안 퇴임(Erdogan istifa)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

이들 요구가 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모두는 현재까지 이뤄진 것에 대해 매우 고무돼 있다. 윅세닥 의장은 “사람들은 물리칠 수 없는 권력은 없다는 것을 보았다. 미래는 두려움, 소극적 태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희망, 용기와 자유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고 밝혔다.

[출처: occupygezipics.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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