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산에 가요” 코오롱 불매 확산

코오롱 불매원정단 1차 활동 마무리...자발적 불매등산 증가추세

코오롱 사측이 전국 102개 산에 모조리 불매운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가운데, 오히려 코오롱 불매 산행에 시민들의 참여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코오롱 불매원정단의 청계산 산행에 동행해 시민들의 참여와 반응을 살펴봤다.

1일 토요일 아침 10시, 약속 장소인 청계산 입구 버스정류장 앞에 도착했다. 산행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여러 사람들 사이로 ‘코오롱 불매’ 작은 깃발을 맨 코오롱 불매 원정단이 한 눈에 확 띈다.

유난히 집회와 행사가 많았던 날이라 이날 불매원정대는 7명이었다. 조촐한 인원이지만, 분홍색 몸벽보와 ‘코오롱 불매’ 작은 깃발을 가방에 꽂으니 수십 명 부럽지 않게 이목을 집중시킨다. 만나는 사람마다 일일이 선전물을 나눠주면서, 코오롱 정리해고 투쟁에 대해 설명했다.

[출처: 뉴스셀]

“코오롱에서 정리해고 당한지 9년입니다. 그동안 회사는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한 번 나서지 않았습니다. 코오롱 불매 리본을 배낭에 매주신다면, 해고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산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사람들 말이 틀린 것은 아닌 듯싶다. “난 코오롱 마니아인데... 다음부터는 안 사야겠네” “코오롱이 노동자들 정리해고 하는 그런 기업인 줄 몰랐네요.”, “저도 노동자입니다. 힘 내세요.” 돌아오는 반응도 각양각색. 등산객의 열에 아홉은 한 두 마디에 바로 리본을 묶으라고 배낭을 내민다.

“전국 102개 산에 모조리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설명에는 등산객 태반이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구미가 고향이라는 한 등산객은 "해고된지 9년"이라는 말에 한 번 놀라고 "전국 산에 가처분"이라는 말에 또 놀란다. "코오롱 같은 대기업이 그러면 쓰나, 산이 개인 소유도 아닌데..." 또 다른 등산객도 대기업들, 소위 '갑'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며 혀를 찬다.

일부러 불매 원정대와 보조를 맞춰 정리해고 투쟁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시민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쯤 됐을까. 나무 그늘 아래 잠깐 쉬고 있는 불매원정단에게 한 산악회 회원들이 “저 아래에서 나무에 매단 리본을 일일이 떼고 다니는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제보(?) 해준다.

이날은 불매원정대를 감시하기 위해 나온 사측 관계자들이 네 명이나 됐다. 이분들의 임무(?)는 불매 원정대가 ‘코오롱 불매’ 리본을 나무에 묶으면 따라다니면서 일일이 떼어내며 불매원정대의 활동을 회사에 보고하는 분들이란다.

[출처: 뉴스셀]

“처음에 산행 때에는 나무에 코오롱 불매 리본을 묶었는데, 사측 관계자들이 일일이 떼고 다녀서 등산객들에게 일일이 리본을 나눠주고 배낭에 묶어주는 것으로 바꿨는데, 그게 더 사람들 반응이 좋아요.” 전날 골든브릿지 투쟁에 연대갔다가 목이 다 쉬어버린 최일배 위원장의 설명이다. 쉰 목으로도 만나는 등산객마다 하나하나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모습에 처음 보는 사람들의 가방에 리본을 묶기를 쭈삣 했던 불매원정단 참가자들도 절로 적극적으로 코오롱 투쟁을 알리게 되었다. 사람들 호응도가 좋으니, 시간이 갈수록 불매원정단 활동도 더 흥이 나는 듯 싶다.

“생각보다 등산객들이 굉장히 반응이 좋다. 시내에서 선전전 할 때와 달리 코오롱 스포츠가 산행하면서 많이 입는 옷이다 보니깐 관심도와 집중도가 훨씬 크다. 코오롱이 어떤 기업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았는데, 설명을 해드리면 ‘다음부터는 그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들 한다.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 등산객들의 호응도가 좋으니깐 몸도 마음도 즐겁고, 전혀 힘든 줄 모르겠다.”

불매등반에 참가자들도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즐거워지는 것 같다”, “등산객들 반응이 너무 좋으니깐 코오롱 투쟁에 힘이 되는 것 같아 보람도 있다”는 소감을 나눈다.

코오롱 정특위의 1차 불매원정단은 8일 남산 등반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코오롱 정특위의 2차 불매원정단 활동은 가을로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산악회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코오롱 불매등반이 확산되는 분위기라는 게 최일배 위원장의 설명이다.

“자발적으로 불매등반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자발적이다 보니 정확하게 집계되는 것은 아닌데, 코오롱 불매 등반을 하시는 분들이 페이스북에 활동을 올려주시거나 전화로 알려주시기도 한다. 현재 대구지역과 충청도, 경기도 등지에서 자발적으로 불매등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오롱 정특위에 연락을 주시면 몸자보를 대여해드리고 선전물과 리본을 받으실 수 있다. 거리가 먼 지역의 경우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하시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시안을 보내드리기도 한다.”

[출처: 뉴스셀]

9년의 해고투쟁, 3천일이 넘는 그 긴 시간 동안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많은 투쟁을 전개했지만, 코오롱 사측은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한 차례 갖지 않았다. 함께 투쟁을 시작했던 동료들 중에 하나 둘 떠나는 사람도 생기고, 구미에서 서울 본사까지 상경해 1년 넘게 천막농성을 하면서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을 어찌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코오롱 정특위에게 자발적인 시민들의 불매등반은 큰 힘이 되고 있었다.

불매등반에 함께 했던 한 참가자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보내기 위해 이 연대가 더 확산되었으면 좋겠단다.

“투쟁하는 해고자들에게 가장 큰 힘은 함께 하는 몸과 마음의 연대겠죠. 직장생활에 쫓겨 낮에 하는 집회에는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저처럼 직장생활 하시거나 혹은 거리가 멀어 코오롱 투쟁에 함께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주말 산행도 하면서 코오롱 투쟁에 함께 연대하는 것을 어떨까 합니다. 최일배 위원장은 투쟁하면서 정리해고 제도가 얼마나 나쁜 제도인지 알게 됐다고 하시는데,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서 정리해고 제도가 얼마나 나쁜 제도인지 코오롱 사측에게도 호되게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코오롱 불매운동에 시민들의 참여 확산이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참가자들의 바람대로 코오롱에게 교훈을 주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코오롱 행태가 점차 많은 사람들의 지탄과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고 있으며, 코오롱 불매운동은 코오롱 사측과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사제휴=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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