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노조투쟁 2000일, “단협 없는 복귀는 노조 와해”

조합원 3,800명일 때도 노조탄압 집요했는데...“박성훈 회장이 나서야”

결국 재능교육 교사들의 투쟁이 2,000일을 맞았다. 겨울부터 두 여성 노동자가 돌입한 한 평 반짜리 혜화동성당 종탑 고공농성은 126일이 됐다. 하지만 재능교사 투쟁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핵심쟁점은 단체협약(단협) 체결이다.


재능교육 사측은 두 여성노동자가 종탑농성에 돌입하고 정치권 등에서 여론이 악화되자 언론 등에 양보가 있을 것이라고 흘렸다. 그리고 지난 5월 중순 마지막 교섭에서 사측이 낸 안은 ‘선 복직 후 단협 체결’(안)이었다. 일단 현장에 복귀한 후 단체협약 체결은 추후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노조가 ‘선 복직 후 단협 체결’(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그 동안의 단협 체결과정이 워낙 끔찍한데다, 노조탄압도 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초 있던 단협도 해지해버린 사측이, 투쟁을 접고 복귀부터 하면 단협 체결에 나서겠다는 말 자체를 신뢰할 수 없고, 10여 년 전 조합원이 3,800명이나 됐을 때도 단협을 체결하는데 2,3년씩 걸렸기 때문이다.

사측은 과거에도 일단 교섭 테이블에 앉고 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끊임없이 교섭을 결렬시키며 노조의 진을 빼왔다. 그나마 당시는 노조 전임자라도 있어서 안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무단협으로 노조활동 보장이 안 되는 상태에서 단협 체결을 위한 활동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심지어 남은 조합원 11명이 전국의 지국에 흩어져 있고 지역마다 한 두 명인 상황이라 사측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고공농성중인 오수영 재능지부 조합원은 “사측은 그냥 개별적으로 회사에 입사하라는 건데 회사의 기본 마인드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단체협약도 없이 개별적으로 복직했을 때는 조합원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 단협을 체결하고 노동조합으로 함께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측은 선생님들과 조합원들을 분리시키려 할 것”이라며 “해고되기 전에도 관리자들이 조합원들 몰래 회식을 따로 가거나 책상을 빼놓는 식의 조합원 왕따 행위가 있었다. 단협 없이 복귀하면 똑같은 행위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고 그걸 보호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2001년 단협 체결을 위한 파업의 책임을 물으면서 전형적인 노조 탄압 방식인 조합비와 조합간부 급여 가압류를 한 전례도 있었다. 당시 가압류 문제는 한 조합원을 죽음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노조는 가압류를 해지하기 위해 단식과 CCTV 고공농성 등 안 해본 투쟁이 없을 정도였다. 사측의 과거 행태가 이러니 사측의 ‘선 복귀 후 단협 체결’(안)은 사실상 노조 와해나 다름없는 안이라는 지적이다. 단협 체결은 노조를 인정하는 셈이라 노사 모두 최대 쟁점일 수밖에 없다.


서비스연맹 위원장, “2,000일 투쟁 직후 교섭하자”

민주노총은 농성투쟁 2,000일인 6월 11일 오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인정,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복직을 위해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이 문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양성윤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은 “야속하게 지나간 시간 2,000일. 무려 5년 5개월 동안 학습지 교사 동지들은 단체 협약을 인정하라는 얘기만 해 왔다.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조합원이란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를 복직시키라는 얘기”라며 “2,000일을 계기로 새로운 투쟁 방식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 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2,000일 투쟁 직후 교섭 테이블을 열자고 제안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이 기자회견을 CCTV로 보고 있을 박성훈 재능교육 회장에게 간곡하게 말하고 싶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교섭을 하고, 대화의 자리에서 이 문제를 풀자”고 촉구했다.

강규혁 위원장은 “우리 요구 조건은 이 투쟁이 있기 전에 존재했던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하고, 조합원 신분으로 원위치 해달라는 것”이라며 “2,000일 투쟁 직후 대화의 테이블에서 함께 이 문제를 풀어나갈 지혜를 모으자”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엔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정희성 통합진보당 최고위원, 박인숙 진보정의당 최고위원이 참석해 단협 원상회복을 촉구했다.

재능교육 투쟁은 2007년 12월 임금삭감과 해고위협에 맞서 노조가 재능교육 본사 앞 천막농성에 돌입하면서 시작했다. 이어 사측은 2008년 11월에 노동조합과 8년간 유지한 단협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2010년 12월엔 조합원 전원을 해고했다.

지난 2012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재능교육 교사들은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노동자”라며 “재능 교사들에 대해 위탁사업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노조법에서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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