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마포구청장, 성소수자 차별금지 시정 권고”

“옥외광고물의 게시 관련 성소수자 배제 없어야”

국가인권위원회가 마포구청장에 옥외광고물에 대한 성소수자 차별금지 시정 권고를 내렸다. 마포구청은 지난 겨울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마레연) 길거리 현수막 게재 불가 입장을 통보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1일 이 사건에 대해, 마포구청장에게 “관할하고 있는 옥외광고물의 게시에 있어, 광고물의 내용이 성소수자와 관련된 것임을 이유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과 업무와 관련된 직원들에 대하여, ‘성소수자 차별금지’의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마레연은 애초 지난해 12월,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 “LGBT,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는 2개의 현수막을 마포구 위탁 관리 현수막 게시 지정 업체에 전달했으나, 마포구청 도시경관과는 “문구를 수정하자”며 사실상 게재 불가를 통보해왔다. 이에 마레연의 한 회원이 대표로, 성적소수자 혐오/차별 행위를 문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6개월 만에 인권위의 결정이 나온 것.


  마레연이 제출한 현수막 도안 [출처: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국가인권위는 수정 없이 게재가 불가하다는 마포구청의 근거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성정체성에 대한 차별이라는 판단을 하고 재발방지 차원의 권고를 내렸다.

국가인권위는 우선 마포구청이 ‘광고물 관리법’ 제5조의 금지광고물에 명확하게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으며, 청소년 보호에 있어서도, 청소년보호법 상 ‘동성애’ 유해 조항이 2004년 삭제됐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한 마포구청이 “지금 이곳을 지나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은 성소수자입니다”라는 문구는 과장됐다고 봤지만 허위 과장광고는 상업적 광고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LGBT라는 표현이 직설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 용어는 유엔 등 국제적 통용어이며 단순히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 타인의 명예나 사회적 법익(성도덕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또 마포구청이 “과도하게 광고의 내용 심사를 하였으며 결국, 진정인이 요구하는 현수막 게시를 못하게 한 것으로 이는 헌법 제21조에서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 사건에서 피진정인(마포구청장)이 우려하는 광고 내용의 객관성과 그 적절성 등의 판단은 이를 접하는 주민들의 몫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국가인권위는 특히 “광고문구에 한하여 이례적으로 객관성과 적정성 여부를 따진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적 접근이며 이러한 피진정기관의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평등권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출처: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

이에 마레연은 22일 인권위 권고를 환영하고, 마포구청에 대해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와 현수막 문구 원안 게재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권고가 주요 의미를 가지지만 결정에 6개월이나 필요했다는 점, 현수막 즉각 게재가 아닌 재발 방지 차원의 권고라는 점은 부족하다고 보았다.

나영 마레연 회원은 이번 권고에 대해 “인권위는 광고 내용에 대한 판단이 주민의 몫이라고 지적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공기관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점, 공공기관이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적정성 여부를 따진 것은 차별이라고 규정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마포구청과 의회가 인권 조례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인권 조례는 말이 안 된다”며 “현수막도 원안 그대로 걸어야 하며 제대로 된 인권조례를 만들 수 있도록 성소수자 단체를 포함한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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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포인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3&articleId=248055

    마포구 합정동에서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