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진보신당 재창당 당대회에서 전국위원회 안으로 제출된 강령 제정안은 일부 문구 수정과 몇몇 주요 개념 정리를 위한 수정동의안을 담아 재석 237명 중 172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새롭게 제정된 진보신당 강령은 당의 이념을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소수자 운동과 결합된 사회주의’라고 정식화 했다. 새 강령은 기존 사회민주주의, 현실사회주의의 오류와 한계를 적시하고, “철저히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생산수단을 사회적으로 소유. 운영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당의 조직 및 실천의 대원칙을 △한국 사회 변혁을 바라는 모든 이들과 함께 집권을 향해 나아가는 대중정당 △기성 정치 문화를 혁신하여 아래로부터 민중 권력을 건설하는 운동정당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일상에서 진보적 삶을 실현하는 생활정당으로 정리했다.
장석준 부대표는 강령 제정안 설명에서 “강령의 가장 중추가 되는 부분은 우리 이념적 지향을 정식화 했다는데 있다”며 “사회주의가 전통적 진보정당 운동의 출발부터 중심이념이었고, 20세기 이후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소수자 운동의 이념들이 주요 이념으로 떠올라 이 이념들과 결합된 사회주의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장석준 부대표는 “강령에 당의 기본정책과 관련한 내용은 여기에 빠져 있다”며 “강령에 ‘주요 생산수단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소유.운영한다’고 돼 있어 삼성이나 현대차 등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소유할지는 정책 당대회나 전국위원회 등에서 생동감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용길 대표, “한걸음 더 나아가자는 소망 꺽지 말아야”
강령은 일부 반대에도 특별 의결정족수 2/3를 넘겼지만, 당원 제안과 투표, 선호도 조사를 통해 제안된 새 당명 안 ‘녹색사회노동당(약칭 노동당)’은 일부 당원들의 자생적 부결 움직임과 개별 대의원들의 선호 등으로 운명이 갈렸다. 녹색사회노동당 당명 안은 재석 233명 중 154명이 찬성해 의결정족수인 156표에 2표가 모자랐다.
앞서 진보신당 구 강경독자파 성향 당원들이 중심이 돼 제출한 당명 수정동의안인 ‘무지개 사회당’ 안도 재석인원 235명 중 117명만 찬성해 부결됐다. 결국 진보신당은 어떤 당명도 결정하지 못해 가시적인 재창당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당명개정이 수정동의안과 원안 모두 부결되자 이용길 당대표는 이덕우 당대회 의장에게 번안동의(재심의)를 요청했지만, 번안동의 사항에 맞지 않고 이미 부결 의사봉을 두드린 이후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명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다음 논의 예정이었던 당헌 제정의 건, 장기성장전략 안 관련 논의 등도 논의하지 못했다.
이용길 당대표는 부결이 최종 결정나자 “꽤 오랫동안 논의하고, 대표단들이 우선 처리해야하는 시급하고, 중차대한 재창당 과제의 완수가 실패해 당원 동지들께 죄송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당대회 준비를 책임진 대표로 이후 과정은 거취 문제를 포함해 숙고 하겠다”며 “다만 이번 과정이 어떤 절차를 겪고서라도 한걸음 더 나아가자는 우리 소망을 꺽는 일이 되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용길 대표가 거취까지 언급한 것은 당 내부적으로 강령이 당의 노선과 당원 결속에 중요한 과제였다면, 당명은 외부에 진보신당이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주요 과제였던 재창당 과정이 반쪽으로 결론나면서 지도부가 불신임 당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도부가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준비한 강령제정안은 가결되고, 당원들의 제안과 당원 1차 투표, 당원 선호도 조사를 통해 최종 제안된 당명 개정안이 부결된 것을 두고 지도부의 정치적 책임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당대회를 지켜본 한 당원은 “당명이 부결되긴 했지만, 진지하게 이후 책임 문제까지 보면서 부결을 고민한 것 같지는 않다”며 “당 지도부 책임론까지 거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미리 당 게시판에 ‘녹색사회노동당’ 당명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당원 ‘원시’도 “당 명칭이 2/3 찬성을 얻지 못한 것이, 이용길 대표를 비롯한 당 대표단에 대한 불신임과 직결되거나, 원인 결과 관계는 아니”라며 “지금은 당 장기성장 전략, 당 강령, 당 명칭 소위와 토론회 일정과 방식을 결정해서, 신속하게 임시 당대회를 열고, 현 대표단 체제로 2014년 지방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