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창조적이지 않았다

[주례토론회] 창조경제의 기원과 한국경제의 미래(1)

[편집자주] <창조경제의 기원과 한국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6월 25일(화)에 참세상 주례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주례토론회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론이 국내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사회경제정책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또한, 대선 시기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사회경제정책과도 상당한 공통점이 있으며, 진보정당의 정책들도 창조경제와 일맥상통함을 짚어 보았다.

국외적으로는 창조경제의 원조로 알려진 영국 토니블레어 정부의 ‘쿨 브리태니아’, 일본의 ‘쿨 재팬’, 그리고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까지... 창조경제는 이름과 달리 국내의 전 정부와 해외의 여러 나라 정책들을 모방한 것이지만,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자본의 선순환구조를 고민하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도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특히 2013년 하반기 통화양적완화 축소의 후유증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경제는 주요산업의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고, 정부채무의 악화 속에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자본조달 문제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큰 고민으로 등장할 것 등을 예상해 보았다.

아래는 <창조경제의 기원과 한국경제의 미래>의 두 개의 발제문 중 “창조경제의 전사” 전문이다.



‘창조경제’의 前史

‘창조경제’에 대해 논란이 많다. 논란의 핵심은 무얼 말하는지 감이 안잡힌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다’라는 말이 여당인 새누리당의 주요 당직자한테서도 나오는 형편이다. 이에 박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창조경제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면서 “지금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창의성을 우리 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창조경제의 주요핵심 키워드는 ‘창의성’ ‘융합’ ‘부가가치 창출’ ‘일자리’인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창조경제를 멀리 하늘에서 찾지만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빅데이터를 공개하면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지하철을 어느 시간에 많이 타는지, 시간대별로 어느 출구로 많이 나가는지의 추이를 공개하면 식당이나 가게를 어디 열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것이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추가된 핵심키워드는 ‘빅데이터’이다.

그렇다면 이 애매모호한 개념이 의미하는 바는 이번 정부에 들어와서 갑자기 등장한 말일까? 그러나 말이 새로워서 그렇지 실제 담고 있는 의미나 내용은 새롭거나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는 진보진영에서도 한국사회 미래경제모델이자 성장전략으로 제시한 바가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창조경제’란 말이 처음 나오게 된 지난 대통령 선거시기 박근혜 후보의 공약 내용을 살펴보자.

대통령 선거당시 박근혜대통령은 “과거와 같이 다른 나라를 추격하는 경제에서 선도하는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면서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창조경제론”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7대 전략으로 ① 국민행복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 창출 ② 소프트웨어 산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 ③ 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창조정부 구현 ④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창업국가 코리아 ⑤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 정착 ⑥ 대한민국 청년이 세계를 움직이는 K-Move ⑦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제시했다. 더불어 ‘사람 중심의 성장을 구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1)

공약집을 보면 ‘창조경제와 함께 우리모두의 삶에 국민행복기술이 피어납니다’라는 제목으로 과학기술분야 정책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창조경제를 견인할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을 공약하면서 ‘창의력․상상력에 과학기술을 접목할 창조경제활성화’를 언급한다. 그리고 그 외 △국가연구개발투자 2017년까지 GDP 5%까지 확대 △창의적 ‘국가연구개발’ 혁신시스템 재정립 △과학기술인의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과 복지향상 △국민행복기술과 브레인웨어 융합신기술로 창조산업 육성 등을 천명했다. 또한 ‘정보통신(ICT) 최강국, 창의와 혁신의 정보통신세상이 펼쳐집니다’란 이름으로 정보통신분야 정채공약을 제시했다. 즉 과학기술, 정보통신이 '창조경제‘에서 강조하는 분야란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BT,IT,NT의 강조인 셈이다.

또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한국경제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한다고 알려진 ‘창조경제’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출처: 박근혜정부 국정비전 및 국정목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2013.2]


앞에서 언급한 핵심키워드에 <중소기업>과 <창업><성장>이란 키워드를 첨가하여 조합하면 된다.

위와 같은 ‘창조경제’에 대해 진보적 싱크탱크를 표방하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김병권 연구원은 “15년 전의 IT산업정책으로의 회귀”이자 “삼성스타일”이며 ‘신종 비정규직 양산 대책’이며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청년 일자리 정책의 계승’이라고 비판한다.2)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위와 같은 ‘창조경제’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협의 개념은 창조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성장을 뜻한다. 광의 개념은 비수렴(비혁신) 함정론, 경제발전단계론, 내연적 성장론에서 제기하는 경제 전반의 성장 능력을 높이는 새로운 성장 전략 또는 패러다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노동과 자본의 양적 투입에만 의존하던 개도국형 추격 중심의 외연성장(Extensive Growth) 체제에서 인적자본, 기술혁신력 등에 기반을 둔 선진국형 선도 중심의 내연성장(Intensive Growth)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는 특정 산업 육성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광의의 창조경제에 해당한다”3)

그리고 등장배경으로 국내경제현실측면에서는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용없는 성장이 심화되고, 성장 잠재력이 급속 하락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4)으로 제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 언론에는 ‘창조경제’관련 핵심 주역(혹은 관계자)들의 기고와 인터뷰가 실렸다. 이들의 글과 인터뷰 내용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살펴보자.

“한국 대기업과 벤처의 강점을 결합하는 것이 창조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유일한 대안”5)
“창조경제는 복지국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창조경제와 사회적 경제는 뗄 수가 없는 관계다.”
“ICT가 ‘있으면 좋은 창조경제’에 해당한다면 사회적 경제는 ‘없으면 안 되는 창조경제’다.”6)


박근혜정부의 복지통이라고 알려진 안상훈 교수는 위에 인용한 인터뷰에서 “지금 정부의 방향성은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하다. 전문가들이 10년 넘게 얘기했던 방향으로 조금씩 가고 있다.”라고 자신있게 언급하기도 했다. 즉 ‘창조경제’는 개념이 새롭고 애매모호하고 익숙하지 않을 뿐, 10년이상 추진되어온 정책이자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창조경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그 개념 그대로 ‘창조적’일까? 시간을 거슬러 김대중 정부시절의 경제정책을 되돌아보자.

파산한 ‘신지식인’으로 끝맺음한 DJ정부 ‘벤처경제’

얼마 전 영화 ‘디워’로 유명한, 개그맨 심형래 씨의 파산소식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는 김대중 정부시절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었다. ‘신지식인’은 대한민국 정부가 1999년 2월부터 선발한 인재로서 학력에 상관없이 지식을 활용 부가가치를 능동적으로 창출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여기엔 기존의 사고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으로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혁신하는 사람도 포함된다.7) 앞에서 얘기한 ‘창조경제’의 핵심키워드와 겹치는 지점이 나온다. ‘부가가치창출’ ‘창의성’ ‘지식’ ‘혁신’등이다. 심 씨가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배경에는 미국시장에서 ‘디워’의 성공(?)에 기인한 바가 작용하기도 했다. ‘문화와 산업의 융합’이란 창조경제의 의미와도 부합한다. 지금 시점에서 해석하면 ‘신지식인’은 ‘창조경제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신지식인’은 지금까지 3580명이 선발되었다. 대부분 DJ정부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에서 선발했지만 그 기준이 강화되어 2003년 이후에는 노무현 정부 행정자치부에서 선발했다고 알려진다. 실제 2003년 이후 538명이 선발되었고, 이명박 정부가 시작된 2008년에도 63명이 선발되었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교육 417명 특이하게도 ‘근로’분야가 317명, 문화예술분야가 145명 등으로 가장 많다.8)

이러한 ‘신지식인’의 선정과 육성에는 DJ정부의 경제산업정책이 작용했다. DJ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내걸었고, 제1과제는 ‘외환위기 극복’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IMF구제금융‘과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경제와 사회전반에 걸쳐 시행하였다. 아울러 '새로운 성장기반 마련’이라는 목표 하에 ‘고용창출’과 ‘IT산업육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설정하였다. 이 두 가지 과제를 결합하여 ‘벤처기업육성지원대책’을 시행하였다. 이 때 강조했던 것이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이었고 ‘벤처정신’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으로 경제의 활력소’로 접대 받았다. 이 당시 벤처 기업 활성화 대책으로 김대중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창업에 지원한 재정은 총 8조3천억 원에 달한다.9) 벤처 기업 수는 1998년 2042개사에서 2001년에는 1만1392개사로 급증했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별칭을 얻었지만. ‘벤처대박’신화에 거품이 형성되고, 2000년대부터 몰락하는 벤처기업이 생기기 시작하고 정치권력과 벤처기업인간에 벤처게이트’라 일컬어지는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벤처신화’도 막을 내리고 만다. ‘신지식인1호’ 심형래 씨의 파산 사건은 ‘벤처정신'의 부상과 몰락을 대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벤처기업의 육성은 이후 정부의 단골메뉴가 된다. 노무현 정부도 출범 이후 계속되는 경기 둔화와 대기업-중소기업간 경기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벤처 활성화 대책을 꺼내들었고, 다만 노무현 정부는 선별적인 지원에 집중했다. 이명박 정부도 벤처 활성화를 위해 연구개발(R&D) 예산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기초연구진흥 기반도 다졌다. 두 번에 걸친 벤처기업 육성대책을 내놓으며 벤처붐을 다시 조성하자는 분위기도 만들었다. 여기에 화답해 벤처기업 수가 늘어나는 등 성과도 있었다. 중소기업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벤처기업 수는 2012년 10월 기준으로 2만7876개사로 집계돼 지난 2007년보다 약 2배가량 늘었다.

박근혜정부는 5월 15일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하였다. 일각에서는 DJ정부 벤처활성화대책의 ‘버전 2.0’이라는 평가도 있다. DJ정부 당시 ‘정보고속도로’로서 인터넷이 주목받았고, 이를 토대로 98년에는 코스닥이 출범했고 벤처붐이 일었다. 이를 토대로 IT강국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그 결과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박근혜정부는 코스닥 전단계 시장으로서 ‘코넥스’시장을 열겠다고 한다. 벌써부터 ‘투기와 버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다만 DJ정부의 벤처활성화대책으로 8조3천억 상당의 재정을 지원했는데, 박근혜정부의 ‘벤처 자금생태계 방안’은 세제지원, 펀드조성, M&A 지원 등 전방위적인 대책이라서 ‘재정부담’이 덜하다는 데에서 위안을 삼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계획하고 있는 펀드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아 ‘버블’의 위험이 크지 않는 것에 대해 안도를 해야 하나? 이러다보니 정책을 입안하고 담당해야 하는 정부 관계자 스스로 “벤처 지원정책을 내긴 했지만 눈길을 끌만한 ‘핫(hot) 아이템’이 없다”며 “붐이 일 만한 큰 건이 하나 터져야 시장이 확 달아오를 것”이라는 언급10)을 하고 있다.

전국민의 ‘줄기세포학습’과 ‘뽀샵질’을 낳은 노무현 정부

그리고 다음 정부인 노무현 정부의 경제산업정책을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 시대에는 ‘2만달러시대’ ‘선진한국’ 등의 담론이 정권초기부터 제출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분야 국정과제로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 △ 미래를 열어가는 농어촌건설 을 내걸었으며 사회분야 국정과제로 ‘교육개혁과 지식문화강국’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의 구현’ 등을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의 성격을 ‘국민통합 정부’ ‘희망의 정부’라고 규정지은 바가 있고, 2006년에 정부산하 국책연구기관 및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작성되어, 종합적인 중장기국정비젼을 밝힌 보고서의 제목은 ‘함께가는 희망한국 비젼 2030’이었다.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라는 박근혜정부의 국정 비전과 유사하다. 비전 2030은 “혁신 있고 활력있는 경제”라는 슬로건을 내세워서 기존의 요소투입형, 물적자본위주의 ‘따라잡기식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혁신위주, 인적자본투자 위주의 혁신주도형 지식기반경제로 이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기존에 수출 대기업 등 소수의 선도부문에서만 혁신활동이 이뤄지던 불균형 성장 구조를 탈피하여 지체부문인 중소기업과 서비스부문을 포함하여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동시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고, 그 혁신에 의해 견인되는 동반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박근혜정부 국정비전”을 보면 상당부분이 비전 2030과 일치한다. 예를 들어, 비전 2030과 마찬가지로 선진국 추격형 성장 모델을 탈피하여야 하고, 요소투입형 양적 성장 위주에서 생산성 위주 질적 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수출.내수산업, 제조업.서비스업,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균형 성장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불균형의 시정 방식은 상대적 취약부문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비전 2030과 같다. 박근혜정부가 제시하는 고용률 70%달성도 마찬가지이다. 비전 2030은 고용률달성을 2003년 2010년 67% 2020년 70% 2030년 72%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과제로 하여 ‘기술혁신과 창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전략으로 삼아 ‘IT 등 첨단산업, 물류 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복합발전 추구’를 지향하였다. 그러나 2005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논문의 진위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공방과 논란속에서 전 국민이 ‘줄기세포’에 대한 학습열풍과 ‘뽀샵질’을 위한 IT기술의 연마라는 ‘성과’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성과를 낳지는 못하였다. 아울러 ‘외부 충격요법’으로 한국경제를 일으키려던 동시다발적 FTA협상의 추진, 서비스산업육성이란 명목하에 진행된 의료민영화 등의 추진 등은 노무현정부의 지지세력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 추진했던 정책의 많은 부분이 이명박정부 아래에서 계속 시행되어 지난 선거에서 FTA 등에 대한 논란에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은 ‘원죄’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녹색성장? 4대강 파괴로 치달은 MB정부

이명박 정부는 ‘선진일류국가’를 국정목표로 국정지표의 하나로 ‘활기찬 시장경제’를 내걸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녹색성장과 일자리창출’ ‘신성장동력 확충과 서비스산업육성’ ‘미래를 이끌 과학기술 발전’ 등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친환경산업과 에너지절약 인프라조성’ ‘기후변화에 대비한 신산업육성’ ‘신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개발’ ‘녹색한반도 건설’ ‘돈버는 농림수산업 육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 ‘방송통신융합 및 문화콘텐츠 육성’ ‘미래전략산업 육성위한 기술투자펀드 조성 및 해양에너지 기술개발’ 등이 국정과제로 제출되었다.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정부와의 차이점이라면 IT산업에 대한 강조보다는 친환경에너지산업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띈다. ‘융합’ ‘문화’ ‘신성장동력’ 등 역시 핵심키워드이다.

‘이명박 정부 국정백서’에는 ‘우주인이 바라본 대한민국’이란 제목 하에 이소연 씨가 쓴 ‘우주의 희망, 새해 희망’이란 칼럼을 소개하고 있지만, 아마도 우주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면 남쪽의 ‘녹색’은 빛이 바랜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박근혜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국정백서’에서 ‘4대강 새물결’로 자화자찬하고 있는 ‘4대강사업’에 대해 ‘개발이든 환경이든 국민의 삶이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무절제한 경비 지출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4대강사업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한 상태이고 관련 부서인 국토부와 환경부는 피감기관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조사와 별개로 수질오염, 환경파괴로 얼룩진 4대강사업의 결과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이하게도 ‘이명박 정부 국정백서’에서는 ‘미래제언’으로 ‘국가경제의 강화와 신성장동력 확충’을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앞으로의 경제가 아이디어와 기술이 결합된 지식경제 사회가 심화되고 짧은 기술주기로 인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화하다. ‘따라잡기 발전(catch up development)’ 전략을 기초로 앞선 국가와 기업을 단순히 벤치마킹하는 ‘빠른 추격자(fast-follower)’ 관점으로는 세계시장에서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혁신과 창의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경제로의 체질 전환을 통하여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11)

그리고 ‘성장동력’의 핵심산업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IT융합의 핵심이며 향후 시장성과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고부가가치 분야인 시스템반도체 산업, 미래 IT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소프트웨어(SW), 콘텐츠 등 창조지식산업,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 증가와 더불어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바이오헬스산업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기존 주력산업에 정보기술(IT)・+문화산업기술(CT)융합을 가속화하여 지속적인 시장선점을 기하고 새로운 융합산업의 영역도 개척해야 한다.12)

‘창조경제’를 염두에 둔 듯한 언급과 제안이다. 물론 박근혜정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창조경제’를 주창하진 않았을 것이다.

‘혁신과 미래’라는 ‘부도난 어음’을 내건 안철수의 ‘혁신경제’

창조경제가 담고 있는 핵심키워드와 전략, 정책은 이전 정부에서만 발견되지 않는다. ‘국민적 멘토’로 떠오르며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후보와 유력하게 경쟁했고, 최근 정치권의 ‘태풍의 눈’으로 작용하고 있는 안철수 씨에게서도 발견된다. 안철수 씨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공약집인 ‘안철수의 약속’에서 “지식과 자원이 결합하여 끊임없이 융합을 창출하는 ‘생동감 있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언급하면서 “이제 정부정책은 정부 주도, 양적 목표, 특정산업 발전이라는 구시대적 프레임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개별 경제주체 주도, 질적 목표, 통합적·융합적 발전이라는 새로운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주장하였다.

창조경제가 제기된 배경과 문제의식과 유사하지 않은가? 위와 같은 언급과 주장 속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경제’를 주창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 △소비자 주도 혁신과 소비자 존중의 경제운영 △창의적 인재양성으로 혁신경제 기반 구축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적 성장 △자생형 벤처생태계의 조성 △서비스업·내수산업의 성장 기반 조성 △분권형 지역경제의 구축 △협력적 개방화와 글로벌지역 육성 △생명과 나눔의 지역공동체 발전 △중소·중견기업과 지역을 지원하는 R&D 기반 조성 △신산업 성장을 위한 IT 기반 강화 △삶의 질을 높이는 인프라 투자 등을 공약했다. 이 ‘안철수의 약속’에 거론된 공약목록과 ‘일자리중심의 창조경제’를 위한 국정과제 목록을 비교하면 놀랍도록 비슷하고 공통된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철수 씨는 ‘창조경제’에 대한 논란이 안타까운지 "위에서 신성장동력 같은 식으로 아이템을 정해버리는 것은 요즘에 맞는 접근방법이 아닌데다가 융합이 잘 안 되게 벽을 치는 것"이라 말하며 "밑에서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창조이지, 위에서 명령하듯이 하면 창조가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아울러 "실리콘밸리는 국가가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솟아 올라온 것"이고 "자연스럽게 싹트도록 토양을 만들어주는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High-Road? Sub-road로 곤두박질한 진보정당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모색은 진보진영도 예외가 아니다. 2007년 민주노동당은 <사회연대 성장전략-지식노동자가 주도하는 미래성장 전략> 보고서에서 “소수가 아닌 ‘모두를 위한 성장’”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한 4대 핵심전략으로 △하이로드형 성장 △미래산업비전 △성장기여형 복지정책 △사회연대적 조세를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두를 위한 성장의 첫 번째 핵심전략인 ‘하이로드형 성장’은 지식노동자가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으로 △노조의 기술개발 선도 △생산성 증대 △일자리 나누기 △경영참가를 통한 투자·고용·배치의 공동결정 등을 통해 그동안 배제되고, 수단화되고, 동원돼 왔던 ‘노동’에 ‘자본’과 대등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두 번째 핵심전략인 ‘미래산업 비전’과 관련, 보고서는 “에너지환경산업에 대한 준비로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다. 에너지 수요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화석에너지는 더 빠른 속도로 몰락할 것이 예측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에너지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산업화와 이를 위한 범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에서는 환경부 산하 에너지청 설립과 에너지특별회계의 확충을 제시하고 “이 부문에서만 사회적 일자리로 약 20만개 정도를 우선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세 번째 ‘성장기여형 복지정책’은 공교육 등 교육복지 강화로 지식노동자를 육성해야 한다는 전략. 특히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통해 유능한 지식노동자를 양산해 이들로 하여금 미래산업을 주도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현 박근혜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슷한 내용의 재원확보방안이 제시되는데 보고서에 따르면 증세의 전제조건으로 △암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투명-공평과세 △투명과세를 위한 국세청의 징수기능 강화 △세금포탈에 대한 엄격한 페널티 부과 △소득공제의 축소 등을 제시하고, 기존세율을 늘리는 것보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소득세에 사회복지분담금을 거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13)

‘하이로드전략’이란 친노동, 친환경, 고임금, 공적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각 경제주체들이 상호협력을 해서 성장이 이루어지게 하는 과정으로서 ‘하이로드’전략의 핵심은 노·사·정 협력을 통한 공생 관계 구축과 개별기업이익 중심적인 사고에서 업종별 접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하고 지속성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IT기반한국형 ‘하이로드’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기된 바가 있다.14)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지금은 진보신당과 통합되었지만 사회당도 마찬가지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사회당 대통령 후보였던 금민 후보는 ‘대안경제 - 국민 모두에게 좋은 경제’라는 제목으로 ‘혁신주도형 중소기업 육성과 산업구조 재편’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혁신주도형 중소기업 육성으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 강화 △지식과 노동 능력의 고도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균형 발전 △기존 주력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IT확산’ 전략 △신성장동력 확보 등을 제시했으며,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핵심 부품소재 산업 강화 및 원천기술 확보 △BT, NT에 대한 통합 육성 정책 실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을 제시했다.

위와 같은 진보진영의 전략과 정책은 당시 ‘경제성장전략과 구체적인 미래산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내용에서 볼 수 있듯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성장전략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핵심키워드도 ‘지식기반 경제’ ‘IT' '혁신’ ‘중소기업중심’ ‘교육과 일자리창출’ 등 거의 유사하다. 심지어는 “서비스업의 선진화, 고부가가치화, 노동생산성 증대”15)처럼 서비스산업의 시장화, 민영화 논리에서 사용되었던 정책과 같은 내용도 발견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진보정당의 경제전략과 사회전략은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에서 왜 분리정립된 채로 지속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기존 보수정당의 경제성장전략과의 차이점을 드러내지 못한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정당 중의 하나는 없어졌고, 다른 하나는 이후 분당을 겪고 2012년 총선, 대선과정에서 당내 분란을 겪으면서 ‘진보정당’의 의미와 존재감마저 희미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high road’를 추구했지만 실제 처지는 ‘sub-road’로 추락하는 비극적 상황에 처해지고 만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성장전략을 내놓았던 진보정당 중의 일부세력이 ‘비정규 노동의 일상화’를 거론하면서 이 같은 시대에 소득 보장을 위해 ‘기본소득’을 자신의 ‘정치브랜드’(?)로 내놓고 있다는 점 또한 아이러니하다. 즉 ‘일자리창출’을 목표로 지식노동을 강조하는 정책을 내걸면서 ‘비정규노동이 일상화된 시대에 소득보장을 위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건 넌센스이지 않을 수 없다. 진보진영의 성장전략에 대해 ‘좌파 실용주의적 사고’16)라는 평가가 제기될 만하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윤 찾아 신산업, 신경제로’ 한국자본주의의 살 길?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사회 보수·진보를 망라한 모든 세력은 ‘미래의 먹을거리’를 찾거나 혹은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이건희가 삼성의 10년 먹을거리로서 ‘신수종산업’을 언급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파산’하거나 ‘사기’로 증명되거나 자연의 ‘파괴’를 낳았거나, 존재감을 상실했을 뿐이다. 창조경제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 것인가?

장하준 씨는 ‘재벌과의 대타협’을 얘기하며 그리고 박정희 시절의 경제계획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 국가에 의한 ‘계획경제’의 중요성과 성과를 설파한 바가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 15년간에도 국가에 의한 ‘계획경제’가 실시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과 각종 폐해만을 낳았을 뿐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난 대선 시기 주요 담론과 쟁점으로 ‘경제민주화’가 부상하게된 것이다. 장하준 씨가 제안하는 대안은 과거의 답습일 뿐 ‘대안’이 아니다. 이미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성장동력확충’이란 미명하에 ‘친재벌정책’을 펴고 있는데 어떤 재벌이 타협에 나서겠는가? 그렇다면 과도한 경제력과 권력의 집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제민주화’도 대안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여전히 ‘새로운 먹을 거리’ ‘신성장동력’을 찾아 먼 길을 떠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걸까? 그것도 아닌 ‘다른 대안’은 진정 없는 것인가?

‘이윤을 위한 생산체제(or 양식)’의 종말이 아닐까? 자본의 이윤축적 방식은 상대적 경쟁우위에 기반한 상대적 특별 잉여가치의 축적, 제국주의적 착취에 의한 축적, 자연에 대한 착취,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축적방식인 나누어줄 이윤 몫의 축소(노동유연화, 탈규제), 나누어준 이윤의 회수(민영화) 및 미래에 나누어줄 이윤의 축소(복지축소, 금융화)를 통해 ‘이윤을 위한 생산체제’를 유지·발전시켜왔다. 이러한 축적방식은 단계적으로 변화하기도 했으나, 동시적·중첩적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이제 이 모든 축적방식은 생명력이 다하거나, 저항에 부딪히거나,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박근혜정부도 현 시기를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의 시기’라고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자본주의는 그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무덤’을 파왔던 것이다. 한국의 자본주의도 예외가 아니다.


* 주
1)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보도자료.2012.10.18
2)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90년대 벤처정책 부활? 혹은 ‘삼성 스타일’.2012.10.19.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3) 창조경제의 의미와 새정부의 실현전략. 현대경제연구원. 2013.3.
4) 위의 글
5) ‘[시론]한국적 벤처생태계, 대기업에 달려있다’(이민화. KAIST교수. 한국경제. 6.20)
6) “사회안전망 갖추지 않으면, 창조경제는 불가능”. 안상훈교수 인터뷰. 오마이뉴스. 6. 10.)
7) kr.wikipedia.org/wiki
8) www.sinzi.or.kr
9) 박진근. 한국 역대정권의 주요 경제정책. 한국경제연구원. 2009.
10)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5152566i
11) 이명박 정부 국정백서 제1권. p498
12) 위의 글. 같은 페이지
13) 아래 인용문과 비교해 보라.
“특히 증세 없이 5년 복지공약 실천하겠다고 한 건 대단히 잘한 선택이다. 지하경제와 합리적인 세출 구조가 확보되지 않았는데 증세 얘기가 나오면 영영 두 가지는 실현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나중이 되면 복지에는 어차피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증세가 불가피한데 우선 저 세 가지가 선결되어야 국민과 합리적인 증세 논의를 시작될 수 있다. 사실 지금 단계에 증세 얘기하는 건 멍청한 선택이다."(안상훈교수 인터뷰. 오마이뉴스 6.10)
14) 오정연. [‘하이로드전략’을 통한 IT기반 일자리창출방안]. 한국정보화진흥원. IT 정책연구시리즈 제4호. 2010.4.2.
15) ‘대안경제, 국민모두에게 좋은 경제’. 17대 대선 금민후보 경제정책.2007.
16)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94924.html

참세상 주례토론회 안내

“부자들의 사회주의, 가난한 자들의 자본주의”를 넘어

다음 주례토론회는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사회 계급구조의 변화”라는 주제로 1990년대 이후 명맥이 끊겼던 계급분석을 되살려 신자유주의 양극화가 계급구조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자리를 갖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사회 계급구조의 변화”
장귀연 (경상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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