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민중, 2차 혁명 나서나...100만 행진 예고

타흐리르 광장 30여 개 천막 설치...무르시 퇴진 2천만명 서명

이집트 정세가 다시 격동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집트 야권은 무르시 대통령 퇴진과 조기 대선을 촉구하며 무르시 취임 1주년을 계기로 2년 전 혁명 이래 가장 큰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집트 야권이 30일 100만 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 계획을 밝히고 준비에 나섰다. 27일 오전 타흐리르 광장에 약 32개의 천막도 설치됐다. “반란을 위한 아랍”이란 뜻의 단체 “타마로드(Tamarod)”는 지난 5월 1일 무르시 사퇴와 조기 대선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서 현재까지 2,000만 명의 서명을 모은 상태다. 이집트 인구는 8,000만 명을 약간 웃돈다.

[출처: http://www.guardian.co.uk/ 화면 캡처]

이집트 “전국전선” 대표 모하메드 알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무르시 정권은 1년간 경제 파탄과 분열을 초래했다”며 “더 이상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야권 연합 수호전선 대표자 중 한 명인 아흐메드 사이는 “이는 2번째 혁명”이라며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지만 무르시는 퇴장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무르시 대통령은 27일 방송회견을 통해 일부 잘못을 인정하고 개혁과 대화를 약속했다. 그는 그러나 주로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야권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이집트의 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부 지지자와 야권 간의 충돌은 이미 고조되고 있다. 1주일 사이 5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26일 카이로와 주요 도시에는 군이 배치됐다.

<가디언>은 28일 이집트 군 관계자를 인용, 군은 개입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30일 시위가 2011년 이집트 봉기처럼 폭넓고 장기화되는 한편, 무르시 지지자와 야권 사이 충돌도 격화될 경우, 군은 시위를 정당한 대의로 간주할 수 있어 권력 교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무르시 지지도는 지난 가을 이후 절반으로 낮아졌지만 무슬림형제단 등 그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강하다고 27일 <가디언>은 평가했다. 21일에는 그의 지지자 10만 명이 카이로에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28일에도 대통령 지지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야권에 무르시 정부의 정당성을 인정하라며 반 년 뒤 예정된 총선에 집중하라고 촉구했다.

미국과 걸프 자본 후원 받는 무슬림형제단, 경제 개혁 실패

무르시 대통령의 무슬림형제단은 취임 후 야권과의 충돌을 야기해왔다. 지난해 겨울 긴급조치를 포함해, 헌법 보수화, 부정선거, 야권 탄압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혁명 후 악화된 경제여건, 심화된 양극화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가난한 이들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야권은 최저임금 즉각 인상, 민영화된 공공기관 재국유화, 서민에 경제위기 부담 전가 중단, 토지 개혁, 정당/노동조합/시민단체 설립 자유 보장, 파업/집회시위/언론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

이집트의 경제 개혁이 정체된 이유는 무슬림형제단이 북아프리카 자본과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6일 <융에벨트>에 따르면, 이집트 금융, 무역, 부동산과 서비스 자본은 걸프 산유국과 터키 자본과 얽혀 있는 한편, 무슬림형제단은 미국의 지지 아래 권력을 수취, 지속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야권을 분열시키는 한편 이전 무바라크 정권 지지자와도 협력하고 있다.

야권은 “무슬림형제단이 권좌를 단념할 때까지 다시 긴 유혈 충돌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들은 무슬림형제단이 선거든 무력을 통해서든 다시 집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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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 , 무슬림형제단 , 북아프리카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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