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거리시위, 노동운동과 노동당도 변화시켜

호세프 대통령, 거리시위에 답하지 않으면 선거 패배할 것

브라질 정치 지형이 거리 시위에 의해 급진화되고 있다. 시위에 나섰던 이들은 많은 곳에서 총회를 진행하며 향후 투쟁을 어떻게 진척시킬지에 대해 토론 중이다. 거리 시위는 노동조합 등 브라질 사회운동 그리고 집권 노동당(PT)도 바꿔 놓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로자룩셈부르크재단 브라질 지부의 게르하르트 딜거(Gerhard Dilger)는 12일 독어판 <르몽드디플로마띠크>에서 지난 6월 시위에 대해 “노동당 정권과 협력한 이들의 동반자 위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브라질의 봄’은 폭넓은 대중의 오랜 요구에 이들이 실제로 관심을 기울이도록 완전히 새로운 기회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브라질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일어난 11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시위가 한밤중까지 계속되고 있다. [출처: http://www.jb.com.br/ 화면캡처]

딜거는 애초 “1980, 1990년대 룰라의 노동당과 함께 했던 NGO 노동조합과 소농, 여성, 성소수자와 노숙인 등 사회운동 등 ‘조직된 시민사회’ 다수는 호세프 정부와의 관계를 받아들였고 거리 시위에 대해 노동당과 마찬가지로 스스로도 당황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브라질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은 노동당을 옹호하기 보다는 거리 민중의 편에 서고 있다.

11일 브라질 노동자들은 총파업에 돌입, 27개 모든 주, 156개 도시에서 도로 봉쇄를 포함한 거리시위에 나선 바 있다. 총파업에 앞서 브라질 화물노동자들은 지난 1일부터 1주일 간 최소 10개 주에서 파업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총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의 요구처럼 노동권 보장과 함께 교육과 의료 개선을 주요 요구 사항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거리의 입장은 아직은 차가운 모양새다.

12일 <타쯔>의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 택시운전자는 총파업에 대해 “노동조합은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타쯔>는 6월 시위에 나섰던 많은 이들 중 특히 청년들은 파업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동당도 변화

“브라질의 봄”은 브라질의 노동당도 변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브라질 노동당 의장단의 발테르 포마르는 “우리는 노동당과 좌파의 전략과 공통의 입장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노동당에 대해 거리 뿐 아니라 의회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게르하르트 딜거는 “이러한 경고를 기다렸다는 듯이 의회, 시장과 주지사들은 시위대의 요구에 응답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의회 무기명 표결 제한, 호모포비아 반대 법령 등이 최근 잇따른 버스비 인상안 철회와 함께 단행되고 있다. 6월 시위 이후 국회는 국회의원 친족을 후계자로 지명할 수 없게 했다. 또한 모든 예산 지출은 법안에 귀속되도록 했다. 이 뿐 아니라 매일 같이 정치인 부패에 관한 보도도 터져 나오고 있다.

딜거는 브라질 노동당에 대해 “1980년대 다수의 좌파 정당이 새롭게 노동당을 형성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완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노동당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내재하는 구조 개혁을 포기했고, 룰라의 2002년 선거에서 고안된 사회적 경제를 위한 개혁안은 성장구호 속에서 완전히 잠식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노동당은 33년의 역사 이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노동당은 급진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아니면 현실주의 정책이라는 미궁 속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현실주의에 안주할 경우 저항운동으로 인해 노동당은 내년 선거에서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여론조사 기관 <다타폴하>가 6월말 진행한 호세프에 대한 선호도에 따르면 그에 대한 지지도는 3주 전 57%에서 30%로 떨어졌다.

호세프 대통령은 거리시위의 압력 뿐아니라 우파와의 압박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은 형국이다. 대중 시위 아래 약속했던 정치개혁을 위한 국민투표는 연정파트너와의 토론 중 좌초됐고 기약없이 연기됐다. 공공서비스 개선을 위한 개혁조치들도 우파 정당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시위운동 지속

브라질 노동운동과 노동당을 변화시키고 있는 저항운동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시위대는 시청과 시의회를 점거하고 있고, 특정 정치인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정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또 거리와 광장에서 이후 투쟁의 방향과 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태그

브라질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