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의 염원은 비정규직 철폐다”

현대차 아산공장 노조 간부 유가족 통곡...노조, “현대차에 의한 타살”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장남으로 집안일을 도맡아했던 조카였다. 현대차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엄청나다고, 똑같이 일하고 열심히 일해도 대우받지 못한다고,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현대차에서 불법파견했다고 대법원에서 판결했는데 현대차가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고. 조카에게 모두 들었다. 평소 이런 말을 하지 않는 조카였지만 술 한 잔 하면 이런 이야기를 술술 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사무장 박 모 씨의 ‘막내 삼촌’ 박태천 씨(53세)가 침통한 표정으로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출처: 미디어충청 백승호 현장기자]

고인은 충남 아산시에 있는 온양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유가족은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에 넋을 잃고 통곡했다. 58세 노모인 박 씨의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박 씨의 남동생은 멍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10년을 일했던 조카의 사망 소식에 그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고인은 15일 오후 12시 30분경 자택에서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 일하며 나서지 말라고 했는데,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조카라 픽 웃으면 그만이었다. ‘조금만 더 해 볼래요’ 하다가 이 사단이 난 것이다. 그래도 나는 한편으로 흐뭇했다. 6월에 연례행사인 가족모임이 있었는데, 이 모임에도 투쟁 나간다며 나오지 못했다. 책임감이 그렇게 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조카의 죽임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투쟁을 “조금만 더 해 보겠다”고 말한 조카의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단다.

“조카가 35세 꽃다운 나이에 죽었다. 가족들은 노조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다. 현대차가 워낙 대기업이라 꿈쩍도 안 할 것 같지만 내 조카의 죽음에 헛되지 않게 현대차가 달라졌으면 좋겠다”

고인과 함께 현대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동료들도 갑작스러운 고인의 죽음에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고인과 같은 사내하청업체인 ㅎ기업에서 일했던 비정규직 해고자 정훈희 씨는 박 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믿기지 않았다. 그럴 사람이 아니다. 항상 밝고, 노조 활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이었다. 최근 불법파견 투쟁을 하면서, 이제는 불법파견 문제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의 동료인 비정규직 노동자 손현숙 씨는 조문을 한 뒤 장례식장으로 한 동안 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며 “억울하고 분하다”고 했다. 비정규직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10년의 싸움, 질기고 힘든 싸움을 “혼자서 말없이 끙끙 앓은 동료”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출처: 미디어충청 백승호 현장기자]

“현대차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나가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현대차에 의한 타살’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2010년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해도, 회사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않고 있다.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최병승, 천의봉 씨는 273일째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현대차 아산, 울산,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73일 동안 노숙농성을 벌여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커녕 불법을 저지른 회사 관계자가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였던 고인은 농성 중 노조 조합원 전원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답답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내가 생각하는 상식을 뛰어넘은 회사였다. 현대차는 돈의 권력을 이용해 노조 조합원을 회유, 압박, 고립시켰다. 현대차 비정규직이 똘똘 뭉쳐 싸울 때 현대차는 조금이나마 우리를 두려워했고, 지금도 두려워하고 있다”

노조와 회사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방안을 두고 특별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대신 신규채용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올해 말까지 1,750명 채용 등 2016년 상반기까지 3,5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인데, 사내하청 노동자 7,700여 명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회사는 최근 공개적으로 불법파견 노동자가 4,000명이라고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3,500명으로 축소해 신규채용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모순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면서 회사는 촉탁계약직을 고용하고, 휴일 특근근무에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며 비정규직을 대거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회삼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특별교섭이 진행되지만 지지부진하다. 실무교섭을 7차례나 했는데, 진전이 없다. 고인이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움도 컸을 것이다”며 “회사가 신규채용 입장을 굽히지 않고 노조가 파업한 것을 문제 삼는데, 불법을 저지르고 처벌조차 받지 않은 회사가 과연 이런 말을 운운할 자격이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회는 고인을 열사로 규정하고,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싸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고인의 동료인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자 손해관 씨는 “우리는 현대차에게 나라에서 만든 법을 지키라고 했다. ‘불법’ 파견 노동자를 고용해서 일을 시켰으니 그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며 “현대차에 의한 간접살인이다”고 주장했다.

송성훈 사내하청지회장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고인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인생 끝장내자고 했다. 다른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라며 “고인의 한을 풀고 앞장서서 싸우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할 일이다. 열사의 염원은 비정규직 철폐이다”고 말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및 충남지역 노동계가 모여 15일 오후 8시 경 장례식장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출처: 미디어충청 백승호 현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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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늘푸른 소나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열사의정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 치치

    비정규직 철폐! 결사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