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희망버스 5천여명, 비정규직과 희망을 나눴다”

[종합] 희망버스, “무기력과 야만에 굴복하지 않겠다”

현대차 불법파견 철폐와 고 박정식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희망버스가 21일 새벽 1시 30분 첫날 일정을 마쳤다. 20일 17시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희망버스는 모두 63대. 약 5,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18시 민주노총 결의대회 등을 진행했다.

  문화제 무대에서 몸짓 선언이 공연을 하고 있다. [출처: 참소리]

“불법파견과 고 박정식 열사의 죽음, 책임자 정몽구 회장 면담하자”

희망버스 기획단은 이날 행사에 앞서 ‘대법원 판결 3년, 고공농성 280일 불법파견 인정 정규직 전환을 위한 면담’을 현대차에 요청했다.

기획단은 “7월 22일이면 대법원에서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므로 정규직이라고 판결한 지 3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의 정신을 부정하고 신규채용을 강행하고 있다. 현대차 희망버스 기획단에 참여한 전국 1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은 현대자동차(주) 책임자를 만나 면담을 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희망버스 기획단의 정몽구 회장 면담 요청서 [출처: 참소리]

기획단이 면담을 요구한 날짜는 20일 19시였다. 그러나 요구한 시간에 희망버스와 현대차 사측은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현대차 사측은 소화기와 물대포로 공장 철망 펜스 앞에 있는 참가자들에게 분사했고, 참가자들은 철망 펜스를 걷어내고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약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출처: 참소리]

20시경 명촌 사거리에서부터 경찰은 병력 약 500여 명을 동원하여 참가자들에 대한 진압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7명이 연행됐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날 가장 적극적으로 현대차 사측의 물대포와 소화기에 대응했던 학생 참가자 중 4명이 연행됐고, 민주노총 조합원 2명과 시민이 연행됐다.

현대차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현대차 사측 및 경찰의 충돌은 22시경 정리됐다. 경찰은 이후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인근 펜스를 차벽으로 봉쇄했다.

[출처: 참소리]

한 참가자는 “현대차가 희망버스의 불길을 소화기와 물대포로 끄려 하지만, 결코 꺼지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충돌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현대차 희망버스는 22시 30분부터 최병승·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77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명촌 주차장 철탑 앞에 모여 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에는 약 4,000여 명의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함께했다.

[출처: 참소리]

“연대와 희망으로 현대차 불법파견 끝내자”

문화제에는 밀양에서 온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강정마을에서 온 강동균 마을회장, 쌍용차 노동자를 비롯해 전국에서 투쟁하는 이들이 함께했다. 그리고 멀리 일본 오사카의 유니온 노동자들도 희망비행기를 타고 철탑 농성에 힘을 실어줬다.

밀양에서 온 주민들은 “경찰이 버스를 막아 이 곳까지 20여 분을 걸어 왔는데, 마치 전쟁터 같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한 사람이라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행복이냐”고 소리 높혔다.

  한 밀양 어르신이 그동안 국가에게 당한 폭력을 생각하며 슬퍼하고 있다. [출처: 참소리]

이어 “정부가 우리 밀양 할매들의 논과 밭을 강탈하고 송전탑을 짓는 것처럼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강탈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반드시 승리하자”고 말했다.

  밀양 주민들 [출처: 참소리]

제주 강정마을에서 2007년부터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국정원 정치 개입만이 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것이 아니다”면서 “바로 이 자리(현대차 송전철탑)에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탄압하는 것도 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 [출처: 참소리]

이어 “작년 강정마을 주민들과 쌍용차 노동자,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1달 간 전국 생명평화순례를 했다”면서 “우리들의 투쟁과 희생은 더불어 살기 위한 투쟁이다”고 말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나까마유니온(동지노조) 소속 일본노동자들도 최병승·천의봉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송전철탑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오사카에서 희망비행기를 타고 온 노동자들. [출처: 참소리]

카오리(일본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씨는 “2년 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본에 와 우리와 연대를 했던 인연이 있다”면서 “노동자의 투쟁은 외롭고 힘들지만 많은 응원과 관심이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호소했다.

또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마음에는 국경이 없다”면서 연대의 인사도 전했다.

이날 전국의 희망버스 중 서울에서 출발한 희망버스는 각 버스별로 주제가 있었다. 그 중에 심보선 시인과 함께 철탑에게 보내는 시를 쓰는 희망버스 참가자는 최병승·천의봉 노동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시를 적어 발표했다.

  심보선 시인이 직접 쓴 시를 들고 있다. [출처: 참소리]

요리사이며 최근 해고된 김마리아 씨는 <당신의 심장에게 무슨 말을 묻나>라는 시를 발표해 참가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박정식 열사를 비롯한 현대차 비정규직의 죽음은 정몽구 회장의 책임”

참가자들의 발언과 공연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최병승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천의봉 씨는 몸이 좋지 않아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최병승 씨에 따르면 천의봉 씨는 20일 오후 5시부터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서서 바라봤지만, 오랫동안 서 있어 몸 상태가 나빠졌다고 한다.

[출처: 참소리]

이날 문화제는 하루를 넘긴 21일 새벽 1시 30분까지 진행됐다. 문화제는 노동가수 박준 씨가 장식했다. 박준 씨는 천의봉·최병승 노동자가 잘 보일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아 희망버스 주제가인 ‘노동은’은 참가자들과 같이 불렀다. 참가자들은 노래를 부르는 내내 철탑 노동자들을 바라봤다. 철탑에서는 최병승 노동자가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문화제 마지막에 박준 노동가수의 '노동은'은 합창하고 있다. [출처: 참소리]

한편, 희망버스 기획단은 철탑 앞에서 잠을 자고, ‘힘내라 비정규직 2차 힘 모으기, 향후 투쟁 계획 선언’을 하고 일정을 마칠 계획이다. (기사제휴=참소리)

철탑농성자 최병승 연설내용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곳에 있는 이유를 찾지 못했었다. 두 눈 딱 감고 희망버스가 끝나면 내려갈 생각을 했다. 그런데 1주일 전 좀 더 이 철탑 농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런 결심을 한 첫 날 박정식 열사가 돌아가셨다. 며칠을 울었다. 영정 앞에 술 한 잔 못 따르는 내가 미웠다. 기억하기 싫은 일들을 잊기 위해 발버둥도 쳤다. 2013년 현대차 하청노동자와 기아차 하청노동자 3명이 죽었다. 내가 슬펐던 것은 그들을 가슴에 묻고 잘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주를 보냈다. 참 모진 세상이지만 벗이 있고, 나를 사랑하는 부모가 있고, 수천 수만가지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이유들이 있다. 그래서 등지기 싫었다.

지난 10년의 불법파견 투쟁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남은 것은 피멍이었고, 누군가는 자신의 화상자국, 두 분 열사의 죽음이 남았다. 긴 시간 우린 성과를 얻지 못했다. 동지들의 피 값을 보상받을 수 없지 않을까 두렵기만 했다. 왜 우리만 슬퍼해야 하나? 스스로 무기력과 야만적 폭력 앞에 주저해야 하나? 죄 없는 노동자가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야 하나. 현대차는 여전히 신규채용만 주장하고 있다. 마치 선심 쓰는 것처럼. 그러면서 비정규직 노조 파업은 불법이라며 경총의 입을 빌려 공권력 투입을 주장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동안 현대차는 몇 만 명의 불법파견과 3명의 하청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았고, 200여 명의 해고자가 지금도 죽음의 벽 앞에서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불법과 공권력 투입을 운운하고 있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이 미친 세상을 버티려면 우리 먼저 자책해서는 안 된다. 우리 동지를 죽인 것은 우리가 아니라 사람을 착취하고 불법을 자행한 정몽구다.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또다시 포기하면 정몽구는 우리 동지들의 목숨을 내 놓으라고 할 것이다. 동지들 같이 싸우고 살아내자. 정몽구에 맞서 싸우자. 열사가 원한 꿈과 희망을 쟁취하자. 나의 정규직 전환이 아닌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쟁취하자. 동지들 죽지 말고 살아서 승리하자. 힘차게 투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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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사내하청 , 현대차 , 불법파견 ,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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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

    자본의 오만함은 우리들의 태도를 보면서 웃고있다, 비정규직투쟁을 접하는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태도는 너무도 잘알고 있다. 어찌하리오....

  • shehddms

    노동을 비웃는 불법폭력 깨부술 웅숭깊은 대국민 선전전 필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