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의당은 ‘정의당’, 진보신당은 ‘노동당’...각자의 길로

천호선 대표, “이념의 완고함 버리고 진보 가치 실현”...양당 재창당 완료

진보정의당과 진보신당이 모두 당명에서 ‘진보’라는 단어를 뗐다. 지난 해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오염된 진보와 차별화를 시도함과 동시에 각자의 노선을 명확히 하는 재창당을 완성한 것.

21일 오후 진보정의당은 일산 킨텍스에서 혁신당원대회를 열고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당명에서 진보를 뗀 정의당으로 확정했다. 같은 시각 진보신당은 관악구청에서 임시 당대회를 열고 6차례 대의원 투표 끝에 노동당으로 이름을 확정했다.

천호선,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이 진보정당 대표 됐다”

이날 진보정의당은 당권자 6535명중 71.5%가 투표에 참가한 선호투표제 결과 51.8%의 찬성으로 ‘정의당’을 확정했다. 또한 당직선거 결과 단독으로 출마한 천호선 후보가 96.09%의 찬성표를 정의당 새 대표로 선출됐다.

경선으로 치러진 부대표로는 이정미 최고위원 (58.46%), 김명미 부산시당 부위원장 (24.11%), 문정은 청년위원장(8.26%)이 당선됐다. 문정은 부대표는 청년부대표로서 역할을 맡는다.

천호선 신임 당대표는 취임연설을 통해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이라고 알려진 제가 진보정당의 대표가 되었다”며 “참여정부시절 민주노동당과 대립도 갈등도 있었지만 항상 기대와 애정을 가지고 응원해왔다”고 감회를 밝혔다.

천호선 대표는 “저는 이것을 진보 혁신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려 한다”며 “단언컨대 진보정치의 새 지평을 열어가는 당당한 첫걸음이며, 진보정치의 2기, 새로운 10년을 열어가라는 역사적 임무가 우리에게 부여되었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우리 당은 현대적인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자주 민주 통일, 평등 평화 생태 연대, 국가의 정의와 시민의 자유, 그리고 참여민주주의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진보의 소중한 가치이며 이 모든 가치는 현대에 맞게 우리 한국사회에 맞게 재정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현실적인 실천 전략도 수립될 것”이라며 “이념의 완고함을 버리고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설계도를 내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이어 “야권혁신을 당당하게 주도하는 선명야당이 되겠다”며 “우리는 작은 정당이지만 철저한 자기 혁신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민주진보정치의 개혁을 주도할 것이며, 지난 혁신당대회에서 제출한 국민과의 약속을 존중하는 정치세력이라면 그 누구와도 당을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호선 대표는 “땀의 정의, 경제 정의, 조세 정의, 헌법의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 진보”라며 “진보의 나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의당 당명은 사민주의를 당 노선으로 강하게 추진하던 당내 사회민주주의정치포럼(사민포럼)이 밀었던 사회민주당(사민당) 당명과 경합을 벌였다.

사민포럼은 당명 결정 후 논평을 통해 “사회민주주의 노선은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성공한 정치적 이념이자 유일하게 검증된 현실의 정치노선”이라며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진 ‘진보’를 대체해 나갈 대안적인 정치노선이며 정의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도 사회민주주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정의당과 노선·당명 전혀 다른 길 진보신당

한때 진보신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모인 진보정의당이 복지국가 모델을 주요 노선으로 정한 것과 달리 진보신당은 이미 혁신 당대회에서 사회주의를 강령에 전면화 한 후 당명도 노동당으로 최종 결정함으로써 정의당과는 노선과 당명에서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해 주목된다.

당명에 ‘진보’라는 단어가 겹쳐있을 때만 해도 대중들이 쉽게 차이를 알기 어려웠다면 이젠 당명에서도 확실한 차이가 생기게 된 것.

진보신당은 당명 결정을 위한 임시당대회를 열고 6차례에 걸친 표결 끝에 재석 252명 중 169명의 찬성으로 노동당을 당명으로 결정했다. 2위는 무지개 사회당이다.

이용길 당대표는 “30년후 후손들이 2013년 당시 노동당으로 당명을 개정하고 새로운 진보정치를 결의한 대의원들이 정말 잘 했다는 평가를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동당 당명이 폭넓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6차 까지 표결에 붙여진 이유는 그만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기 때문이다.

김현우 녹색위원장은 당 게시판에서 노동당 당명 제안자들에게 공개질문을 통해 “새로 채택한 강령은 그 동안 진행된 한국 사회와 세계 자본주의의 변화에 대한 인식과 함께 반자본주의 피해대중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결의를 담고 있다”며 “그럼에도 민주노동당 때와 마찬가지로 노동당이 강령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당명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언제나 노동당이 가장 잘 어울린다면 새로 채택된 강령을 근거로 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위원장은 이어 “노동은 우리가 대변해야 하는 세력이며 지지받아야 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하면서 계급투표나 제3정치세력 같은 이야기는 1992년 백기완 선본 이후 노회찬 씨가 ‘노동자 중심의 진보적 대중정당’ 건설을 주장한 이래 민주노동당까지 관철되었던 구상”이라고 지적하고, “전노협에서 민주노총으로 상승하던 당시와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노동계급 내부의 조건, 대중정치 상황이 모두 변화했지만 이런 인식은 (노동당 당명) 제안문에서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동당 강령은 지난 6.23 당대회에서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소수자운동과 결합한 사회주의를 당의 이념으로 명확히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