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부양의무제' 수급비 삭감·탈락 통보 시작

가족 연락조차 안 되는데 가족 소득 때문에 수급 탈락 위기

  윤국진 씨가 이번에 광진구청으로부터 받은 수급 삭감 예정 고지서 [출처: 노들장애인야학]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상반기 확인조사로 수급비 삭감 및 탈락 통고를 받은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노들장애인야학에 다니는 윤국진 씨(뇌병변장애 1급)는 29일 광진구청으로부터 수급비 65만 원 중 28만 6854원이 삭감될 예정이라는 통고를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윤 씨의 아버지 일용소득 169만 9999원이 잡혔다는 것이 이유다.

윤 씨는 “아버지가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막노동을 했는데 그것 때문인 듯하다”라며 “아버지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한다”라고 답했다.

1990년 15살에 장애인시설에 입소한 윤 씨는 2011년 1월 시설에서 나와 현재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하고 있다.

윤 씨는 “시설에서 살 땐 연락이 안 되다가 시설 나오기 전에 아버지가 찾아왔었다”라며 “그때부터 문자와 전화통화는 가끔 하지만 얼굴은 본 적 없다”라고 말했다.

윤 씨가 탈시설해 자립생활한 뒤 수급비 삭감 통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윤 씨는 시설에서 나올 당시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할 뻔했다. 결국 윤 씨 아버지가 자식의 수급권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면서 그해 2월 수급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6월부터 아버지가 실업급여를 받게 되면서 윤 씨는 3개월간 수급비가 12만 원 삭감됐다. 당시 윤 씨는 생활비가 부족해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아는 형에게 5만 원을 빌려 겨우 석 달을 나야만 했다.

윤 씨는 “28만 원이 깎인다니, 큰일 날 소리다”라면서도 “수급비 삭감 때문에 걱정돼 어제 잠도 못 잤다. 그러나 알아봐도 똑같을 것”이라며 절망적인 목소리로 답했다.

현재 윤 씨는 수급비 45만 원, 장애인연금 17만 원을 합해 총 65만 원가량을 받고 있다. 아버지는 물론 다른 가족으로부터의 지원은 일절 없다.

윤 씨의 활동보조 일을 2년 가까이하고 있는 구경서 씨(51)는 “현재 윤 씨 아버지가 회사에 입사해 지난달부터 월수입이 300만 원 정도라고 한다”라며 “그렇다면 이것은 삭감이 아니라 수급 탈락이 될 수도 있다. 아버지도 어렵게 잡은 직장인데 다른 일을 하라고 연락해야 하는가.”라며 “윤 씨가 수급권자에서 탈락하면 활동보조도 자부담비를 내야하고 건강보험 혜택도 더는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달 570시간의 활동보조시간을 받고 있는 윤 씨가 수급권자에서 탈락하면 활동보조 자부담으로 한 달 20여만 원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전기영 씨(뇌병변장애 1급) 또한 최근 수급 중지 통고를 받았다. 2011년 7월, 탈시설한 전 씨는 시설에 살 당시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전 씨는 탈시설 후, 수급 재심사를 하면서 수급권자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당시 전 씨 집은 많은 빚을 지고 있었고 전 씨 어머니는 밤잠을 줄여가며 일하고 있어 사실상 전 씨를 부양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수급 탈락이라는 동사무소의 답변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상황에서 전 씨는 한 공중파 9시 뉴스에서 인터뷰하면서 방송을 타게 됐다. 방송을 본 동사무소 직원은 전 씨에게 다시 연락을 해와 ‘언제 안 해준다고 했느냐’라고 밝혀 전 씨는 가까스로 수급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동사무소는 재심사 때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오늘, 전 씨는 수급 탈락 예정 통고를 받았다.

전 씨는 “동사무소에 갔다 오니 아예 탈락할 거라고 하더라”라며 “‘부모님께서 나를 버렸는데 (수급비 없이) 어떻게 사느냐, 이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직원에게 항의했더니 ‘진짜 연락도 안 되느냐’ 되묻더라. 너무 억울하다.”라고 전했다.

전 씨는 “언제 시설에 입·퇴소했는지 등의 질문이 적힌 종이를 주며 적어오라고 했다”라며 “만약 이거 써오면 탈락 안 되느냐고 물으니 자기네들도 모른다고 하더라”라며 갑갑함을 내비쳤다.

전 씨는 “(가족과의 통화내역이 있으면 수급 탈락할 수도 있어) 가족과 이제까지 연락도 안 하고 집에도 안 찾아가고 있었다”라며 “그런데 돈이 안 나오면 이젠 어떻게 사느냐. 가족은 돈도 하나 안 주는데….”라며 막막한 심경을 밝혔다.

전 씨는 현재 수급비와 장애인연금 합쳐 한 달에 62만 원가량을 받고 있으며,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한 청약과 적금 등을 꾸준히 모으며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 씨는 “당장 8월부터 수급비가 하나도 안 나오면 집 밖으로 아예 나오질 못한다”라며 “너무 속상해서 지금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울먹였다.

전 씨는 “가족들 수입이 얼마 되는지 등은 아무것도 모른다”라면서 “가족들과 연락해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연락할 계획은 없다. 그저 너무 원망스럽다.”라고 토로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지난해 8월 25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탈락한 뒤 거제시청에서 자살한 이씨 할머니 사건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출처: 비마이너]

복지부에서 시행한 상반기 확인조사로 수급비 삭감 및 탈락 통고가 잇따르자 2013 민중생활보장위원회(아래 민생보위),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측에서는 지역별로 사례를 모으고 있다.

복지부는 상·하반기에 한 번씩 확인조사를 하고 있는데, 특히 2011년도 통합전산망 도입 이후부터는 전년도 상반기에 조사한 부양의무자 소득이 다음 해 상반기 수급비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1월부터 6월까지 조사한 부양의무자 소득이 이듬해인 2013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수급비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급비 삭감 및 탈락 위기에 처하는 거다.

민생보위 김윤영 활동가는 “지난해 8월 복지부의 사위 소득 확인조사로 수급권에서 탈락해 거제시청에서 음독자살한 이 씨 할머니의 경우, 2011년 상반기에 조사한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2012년 상반기 수급비에 적용해 탈락시켰다. 그런데 2011년 하반기, 즉 최근 3개월간의 사위 소득은 전보다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작년에 있었던 소득 자료를 근거로 현재에 적용하는 것은 공적 자료로 불충분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현재 소명 기간도 너무 짧고 구체적으로 어떤 소명자료를 제출하라는 건지 내용도 없다. 부양의무자 소득이 얼마가 적용되어 수급비가 얼마 깎이는지도 공지되지 않은 채 종이 한 장으로만 삭감과 탈락이 공지되고 있다.”라며 “윤국진 씨의 경우도 나중에 동사무소 찾아가니 구체적 내용을 종이에 써준 것”이라고 전했다.

김 활동가는 “지난해 이 확인조사 때문에 거제도 이 씨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복지부는 겁도 없이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고 있다”라며 "일단 현장조사 없이 수급내용을 변경하면 안 된다는 대답을 복지부에서 받을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민생보위와 공동행동은 현재 각 지역에서 수급조정 및 탈락통보를 받은 이들의 사례를 모으고 있다. 통지서 사진과 함께 현재 상황, 소명자료로 무엇을 제출했는지 등을 모아 전자우편이나 전화로 31일 늦은 3시까지 연락하면 된다. 김 활동가는 “작성이 어려운 경우, 연락처를 남기면 직접 연락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8월 1일 복지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복지부에 항의서한 전달 후,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와 면담할 계획이다. (기사제휴=비마이너)

- 사례접수 : 전화 010-8166-0811(김윤영 활동가), 전자우편 antipoor@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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