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철탑농성 8일 중단

최병승.천의봉 "힘이 남았을 때 내려가 다시 투쟁에 나서겠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천의봉 두 노동자가 296일간의 송전탑 고공농성을 끝내고 내일(8일) 내려오기로 결정했다. 최병승.천의봉 씨는 7일 오후 2시 자신의 SNS에 고공농성 중단을 알렸다.


두 사람은 "저희들 건강은 아직 참을만 하지만 힘이 남아 있을 때 내려가 경찰조사를 받고 다시 현장에서 불파투쟁에 참여하겠다"며 "오랜 고민 끝에 함께 논의한 뒤 지회와 상의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내려오면 바로 경찰서로 출두해 형사문제를 마무리하고 끝나지 않는 불파투쟁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 여름까지 사계절을 25m 높이의 송전철탑에서 지냈다. 두 사람은 10년째 노동부와 법원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는 현대차를 압박하기 위해 농성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대법원의 판결대로 현대차가 공장 안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두 사람의 고공농성 중단은 건강상의 이유로 알려졌고,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7일 이후 대책을 논의중이다. 현대차 희망버스를 준비해온 기획단은 8일 새벽 울산으로 출발해 두 사람이 내려오는 현장에 참가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농성시작 200일을 넘기면서 요통 등을 호소해 간헐적으로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왔다. 두 사람은 좁은 공간에서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해 요통이 심화됐고, 현장의 교섭 부진 등이 겹치면서 심리적 혼란도 많았다.

실제 지난달 20일 현대차 희망버스 땐 천의봉 지회 사무장이 상태가 좋지 않아 농성 중단을 논의하기도 했다. 고공에 고립된 상황도 두 사람을 압박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17일 밤 9시30분께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쪽문 앞 주차장에 있는 송전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200일이 넘어선 올 봄부터 두 사람은 전국의 수백만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투쟁의 상징이 됐다.

두 사람이 농성을 접기로 해 10년을 끌어온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두 사람이 소속된 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 20일 희망버스 때 노사 충돌로 박현제 지회장은 수배중이고, 강용석 수석 부지회장은 구속됐다. 천의봉 사무장은 최씨와 함께 고공농성을 벌여왔다. 두 사람이 내려오면 경찰조사와 함께 구속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당분간 활동하지 못한다.

수배중인 박현제 지회장은 오는 9월께 임기가 끝난다. 박현제 지회장 선출 이전 비정규직지회는 1년반 동안 지도부를 구성하지 못한채 두 번의 비상대책위원회 체계로 굴러갔다. 지난달 20일 희망버스 때 충돌을 이유로 회사가 지회를 맹비난하면서 당분간 노사 교섭은 어려울 전망이다.

정규직 노조(지부) 역시 올 교섭엔 단체협약 갱신까지 겹쳐 있는데도 임단협에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규직 노조는 9월말 지부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비정규직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도 9월말 같은 시기에 위원장을 새로 뽑는다.

최병승 씨는 7일 01시께 자신의 심경을 담아 "내가 올바른 판단을 하는걸까? 어떤 중요한 것을 파손시킨 느낌. 난 또 그래버렸다. 그렇게 하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했는데 난 또 그래버렸다. 아프다"고 썼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안타깝지만 두 노동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현대차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투쟁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두 사람의 농성 300일을 맞아 오는 12일 영남권 노동자대회를 준비해왔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12일 대회를 연기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오는 31일 울산행을 결정했던 희망버스 기획단은 두 사람의 농성 중단과 상관없이 현대차 불법파견 중단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현대차 희망버스'를 계속하기로 했다. 기획단 관계자는 "31일 울산으로 갈지,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와 광화문 일대 서울에서 개최할지 여부는 7일 밤 회의를 열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2년전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도 2011년 1월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 있는 85호 클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309일만에 내려왔다. 당시 김진숙 지도위원은 자신이 해고됐던 한진중공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한 희망버스가 2011년 6월부터 출발해 부산(4회)과 서울(1회)에서 모두 5번의 희망버스 행사를 진행하면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국회 청문회장에 세우고 노사가 합의하기도 했다. (기사제휴=울산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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