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승, “철탑 내려오는 오늘 아침, 슬프고 억울하다”

“혼자 정규직 되는 게 두려웠다...조합원과 함께 갈 것”

현대차 불법파견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96일간 철탑 고공농성을 벌이다 오늘(8일) 농성을 해제하기로 한 최병승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은 “철탑을 내려오는 오늘 아침이 슬프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최병승 씨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뭔가 정리하려고 하니 세상의 벽이 높다는 생각이 들어 슬프다”며 “대법원 판결을 받고 많은 것을 던져 최소한 법적인 평결 이행을 요구했는데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저희가 부족해서 내려간다고 하는 게 많이 서글프고 억울하기도 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최병승 씨는 대법원으로부터 현대차 정규직이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자신처럼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들이 대법 판결 정신에 따라 정규직화돼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현대차도 최 씨가 농성을 풀고 내려오면 정규직으로 받아주겠다고 했지만, 혼자만의 정규직화를 거부하고 농성을 이어 왔다.

이에 대해 최병승 씨는 “10년 동안 대법원 판결이든 여러 가지 법적인 다툼을 저 혼자 한 게 아니라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들과 같이했기에 저만 그렇게(정규직이) 되는 게 두렵기도 했다”며 “지금도 두렵지만, 어쨌든 (조합원들과) 함께 갈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병승 씨는 농성 해제 결정에 대해선 “농성기간이 오래되다 보니 몸도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며 “싸움이 지속될 것 같아 조금 체력이 있을 때 내려가 몸을 보호하고 이후 다시 싸움을 해야 할 것 같아 부족하지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최병승 씨는 “많은 분이 지지해 주셔서 고립감과 외로움을 많이 달랠 수 있었지만,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 벽 앞에 쭈그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 씨는 이번 농성으로 법원이 농성자 1인당 하루 30만원의 벌금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돈이 없어서 그냥 감옥에 들어가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며 “농성하면서 많은 분이 우리 투쟁에 관심 가져주시고 지지해 주셔서 저희는 무조건 남은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현대차 철탑농성 해제에 대해 “이제는 정부와 현대차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천의봉, 최병승 두 조합원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은 혹한이나 폭염도 아닌 정권과 자본, 언론까지 합세한 친재벌 반노동 행태였다”며 “재벌기업의 불법부당행위는 눈감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절박한 호소는 엄단하겠다면 우리는 저항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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