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시선이 '냄새'를 만든다

냄새로 상징되는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을'들의 이어말하기 네 번째 시간이 6일 저녁 대한문 앞에서 '냄새의 출처'라는 주제로 열렸다. [출처: 비마이너]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이어말하기 기획단이 주최하는 ‘을’들의 이어말하기 네 번째 시간이 6일 저녁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이날 이어말하기에는 이주노동자 마문, 동자동사랑방 조승화, 기록노동자 희정, 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준우가 ‘냄새의 출처’라는 주제로 함께했다.

16년 전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와 가구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던 마문 씨는 “함께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동료들이 처음부터 ‘밥 먹으러 가자’라고 반말을 하기에 한 번은 나도 똑같이 ‘밥 먹으러 가자’라고 말했다가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라면서 “또한 한국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형’이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어 형이라고 부르면 한국인 동료들은 ‘형님이라고 불러라’라고 말하고는 했다”라고 전했다.

마문 씨는 “그러다가 이주노조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니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니 공장장까지 하게 됐다”라면서 “그러나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보면 ‘네가 공장장?’이라는 반응을 보인다”라고 전했다.

마문 씨는 “택시를 타면 내가 한국인과 결혼을 했고 귀화를 했다는 사실에 대부분 운전사는 ‘성공했다’라고 말한다”라면서 “그러나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을 뿐이고 한국에서 와 대통령처럼 높은 자리에 올라간 것도 아닌데 왜 성공했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경험을 하면 내 피부색에서 냄새가 난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토로했다.

동자동사랑방 조승화 사무국장은 “동자동 쪽방촌에서는 실제로 많은 냄새가 나며 어떤 사람들은 불쾌하다고 한다”라면서 “그러나 쪽방 주민들이나 나는 익숙해져 그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한다. 익숙해지지 않으면 그 공간에서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조 사무국장은 “지은 지 50년이 넘은 건물, 비위생적인 재래식 화장실, 골목마다 쌓인 소주병 등에서 나는 냄새가 쪽방 안까지 흘러 늘어오기도 하고 쪽방 안에서 나는 냄새도 있다”라면서 “예를 들면 어떤 주민은 방 안에 온갖 쓰레기를 쌓아 놓는다. 그 이유는 그것이 필요했던 노숙 시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무국장은 “그리고 쪽방촌에는 주민들이 ‘썩는 비린내’라고 표현하는 냄새가 있다. 이것은 외롭게 죽은 쪽방 주민의 시체가 썩어가는 냄새”라면서 “쪽방 주민들은 ‘썩은 비린내’를 맡고서야 사람이 죽은 줄을 알고 시신을 처리하게 되는데 일 년에 서너 번은 있는 일이기에 주민들은 무덤덤하다. 바로 시신을 치우고 청소를 끝내면 다른 주민이 그 방에 입주를 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조 사무국장은 “노숙인들은 ‘쪽방에 살면 많은 복지 지원이 있다’라고 흔히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쪽방 주민들은 그러한 지원에 대해 감사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때문에 싸우거나 분노할 때가 많다”라면서 “그 이유는 그것을 받아야 하는 ‘을’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주고, 그것을 받는 ‘을’이 느껴야 하는 비참함에 대해서도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비마이너]

기록노동자 희정 씨는 “청소노동자 산업재해 문제를 취재하러 갔다가 청소노동자들처럼 청소차 뒤에 매달려서 이동해본 적이 있다”라면서 “쓰레기를 덮은 곳에서 나오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같이 매달려 있던 청소노동자분은 ‘그나마 지금은 겨울이라 낫다. 여름에는 코가 헐 정도로 힘들다’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희정 씨는 “실제로 여름에 청소차 옆을 지나가다가 겨울에 맡았던 냄새보다 서너 배는 더 독한 냄새을 맡게 됐다. 그 냄새를 맡으며 코가 헌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됐다"라면서 “그렇지만 청소노동자들은 그러한 냄새를 맡으며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하루에 이백 번 이상 운전석에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 냄새를 맡으며 이동하는 것이 청소노동자의 노동조건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희정 씨는 “더구나 일을 마친 청소노동자들은 업체에 사워 시설이 없어 생수로 손을 씻고 귀가를 하고 있었다”라면서 “그러나 꼭 업체에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었다. 시가 낮은 단가로만 계약을 하는 통에 열악한 업체가 하청을 받게 되고, 그렇게 하청을 받은 업체는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희정 씨는 “이외에도 택배노동자들은 일하다가 가정집에서 흘러나오는 생선구이 냄새를 맡거나 잘 차려진 밥상을 보게 되면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에 서글픔이 치밀어 오른다고 한다”라면서 “현대차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몸에서 나는 담배 냄새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안전한 장소에서 일을 하는 정규직은 자유롭게 담배를 필 수 있지만 비정규직은 위험한 곳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곳이 아니더라도 비정규직이 담배를 피면 조장, 반장 등이 차례로 찾아와 담배를 피는 것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준우 활동가는 “3년 전 쯤 지하철에서 어떤 집요한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더니 나이 드신 분이 내 손톱과 옷차림 등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라면서 “그 때부터 노인은 나에게 ‘남자가 손톱을 칠하고 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남자가 손톱을 칠하면 남들이 깔본다’, ‘손톱이 기니 위생에 좋지 않다’라고 계속 말했고 나는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준우 활동가는 “사람들은 성별과 관련된 차림새에 대해서는 쉽게 간섭을 하는 것 같은데,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에도 잘 대해주다가 ‘여자인 줄 알았는데 남자였다’라고 말하며 태도가 돌변하는 경우도 많다”라면서 “그런데 이런 문제는 명백한 차별이나 권리로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즉, 차별로 언어화할 수 있는 곳이 비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준우 활동가는 “그래서 이런 경험을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서 고민 중에 있다”라면서 “여러분들도 나이에 맞지 않는, 직업에 맞지 않는, 장소에 맞지 않는 차림새를 한 경우에 아마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 참가자가 동자동사랑방 조승화 사무국장에게 “동자동쪽방촌을 맡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단 2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업무가 그렇게 과중한 상황에서 사회복지사가 ‘갑질’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면서 “또한 노동능력이 있음에도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왜 우리가 지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 사무국장은 “복지는 권리로서 보장을 받아야 하므로 그것을 받는 사람이 수치심을 느껴서는 안 된다”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나의 이야기는 받는 사람의 필요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주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라고 답했다.

조 사무국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노동능력과 상관없이 복지를 주기 위해 만든 제도로 이는 노동을 해도 삶이 나아질 수 없는, 노동을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사회적 조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만약 청년실업자에게 ‘너는 왜 잉여로 살고 있느냐?’라고 물으면 당사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무척 당황스러워 할 것인데, 수급자도 마찬가지이다. ‘너는 왜 노동하지 않느냐?’라고 물으면 수급자 개인으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라고 답했다.

한편, ‘을’들의 이어말하기 다섯 번째(8월 13일), 여섯 번째 시간(8월 20일)은 ‘노동’을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기사제휴=비마이너)

[출처: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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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 복지 , 노숙인 , 쪽방 , 택배노동자 , 청소노동자 , 동자동사랑방 , 조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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