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예지능력 도사인가?”

12일부터 14일 노조파괴, 정리해고 사업장 공동투쟁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사측에 치우치는 판결이 이어지면서 정리해고, 노조파괴 사업장 노동자들이 분노로 모였다.

  8월12일 대법원 앞에 모인 금속노조 노조파괴, 정리해고 사업장 노동자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박정미]

8월12일 14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노조 주최로 ‘노조파괴 사용주 구속처벌촉구와 정리해고 남용 대법원 규탄 공동투쟁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뜨거운 뙤약볕 아래 정리해고, 노조파괴 사업장 노동자들이 각각 사업장 사용자들의 구속을 촉구하는 각양각색 피켓을 들고 전국에서 모였다. 동서공업, 포레시아, 발레오만도, 유성기업, 쌍용자동차, KEC, 한국3M, GM도봉정비, 풍산마이크로텍, 만도, 보쉬전장, 콘티넨탈 등 투쟁사업장들이 모였다.

  8월12일 14시 대법원 앞에서 노조 주최로 '노조파괴 사용주 구속처벌촉구와 정리해고 남용 대법원규탄 공동투쟁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박정미]

양동규 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군사독재 시절처럼 사측을 편드는 대법원의 파렴치한 판결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면서 “자본편향 대법원이 각성하고 판결을 수정하지 않으면 금속노조 15만 조합원들과 함께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법원은 예지능력 가진 도사인가”

정리해고 사업장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동서공업지회 황영수 조합원은 “도대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대법원이 회사의 장래를 파악할 수 있는 예지능력을 가진 도사인가”라고 규탄했다. 2009년 정리해고 당한 15명 동서공업 조합원들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6월 부당해고를 인정했던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8월12일 기자회견에서 김태욱 노조 변호사가 대법원의 정리해고 남용, 부당노동행위 축소판결 때문에 뜨거운 햇볕에서 노동자들이 고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박정미]

정리해고의 부당성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앞둔 송기웅 포레시아지회장은 “2009년 우리를 정리해고한 뒤 회사는 더 많은 일용직을 채용했다. 그리고 회사는 영천에 새로운 공장을 세웠다”면서 “회사는 노무관리 차원에서 정리해고를 한 것 같다. 지난 4년간 우리 해고조합원들은 길거리에서 피폐해지고 가족불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법원은 현명한 판결로 우리를 현장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8월12일 방종운 콜트악기지회장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라는 조항을 남용하고 확대해 월권하고 있는 대법원에 항의하는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박정미]

정근원 보쉬전장 해고조합원은 노조의 정당한 주장을 무시해 왔던 노동부와 검찰을 규탄했다. “지난해 12월 외국 사장이 튈 것 같다고 노동부와 검찰에 알렸지만 이를 무시했다. 결국 12월말 독일 사장은 도망갔다. 올해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촉구했지만 회사는 컴퓨터하드를 교체하고 증거를 인멸했다. 노동부는 1월16일 생색내기 압수수색을 했다. 지회가 2012년에 단체교섭 대표소송에서 이겼지만 올해 회사는 금속노조가 아니라 사용자 노조와 임금협상을 합의했다. 지난 7월 노동부는 우리가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26개 혐의 중 반 이상에 기소 의견을 냈다. 그러나 검찰 송치를 앞둔 하루 전날 검찰은 노동부에 공문을 보내 모두 혐의 없음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면서 노동부의 무능과 검찰의 사측 편향에 분노했다.

정근원 조합원은 “검찰은 색검, 벤츠검사 건으로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사용자가 죄가 있으면 죄를 없애주고 노동자들은 죄가 없어도 죄를 만들어주는 것이 검찰”이라고 규탄했다.

  8월12일 발레오만도 한 해고조합원이 대검찰청 앞에서 포항노동지청이 노조파괴 혐의로 발레오 강기봉 사장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음에도 이를 '무혐의'처리한 검찰에 항의하는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박정미]

신시연 발레오만도 해고조합원은 “포항지방노동청이 8개월 동안 조사로 사용자 구속수사 의견을 냈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다. 노동부를 바보로 만드는 게 바로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신 조합원은 “자본 편향 검찰을 똑바로 세우기 위해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8월12일 대검찰청 앞에서 KEC지회 한 조합원이 정리해고와 노조파괴를 하고 탈세혐의까지 있는 한국홀딩스 곽정소 회장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박정미]

대법원 “정리해고는 남용, 부당노동행위는 축소”

김태욱 노조 변호사는 법률로 검찰과 대법원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3권 분립을 가진 나라로 입법부가 법을 만들면 사법부는 이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 사법부가 자신의 권한을 너머 이상한 판결을 하고 있다. 정리해고는 남용하고 부당노동행위는 축소한다. 정리해고를 확대 해석하면 노조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8월12일 유성기업지회 한 조합원이 유시영 사장 등 노조파괴 사용자 구속을 촉구하는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박정미]

“헌법에 쟁의권을 노동자에게 부여하고 사법절차에 따라 구제절차를 밟게 돼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상한 논리로 정리해고로 파업을 할 수 없다고 판결하고 있다. 그러니 사용자가 정리해고에 대해 교섭에 나오겠는가”라고 지적했다.

  8월12일 대검찰청 앞에서 한국쓰리엠 한 조합원이 노조파괴와 부당노동행위를 한 정병국 사장을 구속하라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박정미]

김 변호사는 “그 다음 절차는 근로기준법으로 정리해고 사업장을 규제하는 것인데,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 가능하다는 조항을 끊임없이 남용하고 있다. 동서공업지회처럼 적정 인원에 대해 정리해고 할 수 있다는 사측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사법부의 월권 해석이다. 어디까지 이 조항이 확장되고 있는가. 금속노조에 많은 정리해고 사업장들이 장기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와 했다.

  8월12일 대검찰청 앞에서 정근원 보쉬전장 해고조합원이 이만행 사장 구속을 촉구하는 일인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박정미]

김 변호사는 “최근 검찰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들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하고 있다. 기소권 남용이다. 대법원의 책임도 있다.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사건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판결은 매우 드물다. 대법원 월권 행위가 이렇다 보니 이런 퇴약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노조파괴 사업장과 정리해고 사업장 노동자들은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2박3일간 대법원과 대검찰청 앞에서 선전전과 1인 시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을 압박할 예정이다. 8월13일 16시 대검찰청 앞에서 ‘노조파괴 사용주 구속촉구와 정리해고 대법원 규탄 결의대회’가 열린다. (기사제휴=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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