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힐 줄 모르는 신념의 사나이, 김정우 지부장에게

[기고] 16개월 투쟁한 골든브릿지증권지부의 연대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여름, 여기저기 폭염주의보에 폭염경보까지 울려댔던 8월도 어느새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네요. 여전히 한낮에는 뜨겁지만 아침, 저녁 스며드는 바람결은 가을 문턱에 온 듯 선선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3년 8월, 저와 저희 골든브릿지증권 노동자들도 무사히 잘 보내고 있습니다.

지부장님도 어수선한 바깥세상 걱정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적량의 식사와, 운동으로 몸짱 되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석방 후 지부장님의 식스팩 보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가끔 수다쟁이로 변신하셔서 같이 생활하는 사장님(?)들과 즐거운 담소 나누시며 스트레스 날려 버리세요. 수다가 은근히 스트레스 퇴치에 효과가 있답니다. 다행히 지부장님은 회춘하신 듯 한층 밝아진 혈색과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함박웃음을 면회 왔던 저희에게 보여주셨죠. 건강한 모습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집에 가기 전 대한문에 잠깐 들렸어요. 대한문풍경은 여전히 북적거려요. 시민들의 통행이 불편하건 말건 영혼 없는 경찰들은 화단 지키기에 여념 없고요. 시민상주단과 1인시위에 동참해 주시는 시민들은 끊이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주고 계십니다. 벌써 132번째 미사가 봉헌되는 오늘까지 신부님들, 수녀님들 그리고 신자분들이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탄압 받는 해고자들이 하루 빨리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 담아 기도해주고 계세요. 오늘이 8.24 쌍용차 범국민대회 조직위원 신청 마감일이라, 철탑 투쟁했던 복기성 동지한테 신청 많이 받았냐고 물어보니 “생각보다 많이!!” 라며 짧고 굵은 답해주고 후다닥 가버렸어요. 쌍용차 동지들은 늘 그렇게 바쁘게 지낸답니다. 존재만으로 쌍용차 동지들 뿐 만 아니라 투쟁하는 모든 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김정우 지부장님 구속결정을 듣고 많은 동지들이 낙심하고 분노했습니다. 또한 쌍용차 동지들이 위축되고 낙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앞섰습니다. 하지만 지부장님의 빈자리와 몫까지 지키고, 싸우겠노라 다짐하는 동지들의 힘으로 대한문은 잘 지켜 나가고 있어요. 더 힘내서 싸우는 쌍용차 동지들을 보면서 저 또한 나약해 지는 마음을 바로 잡아보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회사 돈을 곶감 빼 먹듯 마음대로 전횡하고, 그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 하는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이상준 회장에 맞서 파업 투쟁한지 벌써 480일 넘었습니다. 하지만 노조활동가였다던 이상준 회장은 아직까지 교섭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계속 어려워지는 경영 문제에 대해 노동조합이 잘못한 양 호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주가조작 범죄까지 저지른 것이 밝혀지면서 회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본인의 책임이 아닌 듯 질기게 버텨내고 있습니다. 저희 조합원들 어렵지만 골든브릿지증권 정상화를 위해 16개월을 싸워왔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면 끝날 파업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긴 파업이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파업이 길어지다 보니 조합원들은 생활고와 가정불화에 시달리며 많이들 힘들어 하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들의 주장이 옳은데, 범죄백화점 이상준 회장의 만행에 맞서 반드시 승리하고 싶은데, 조합원들은 생활고 때문에 점점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얼마 전부터 골든브릿지증권 노동자들의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희망 나눔 채권'을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투쟁기금을 왜 채권으로 발행해서 하는지 궁금하시죠? 그 이유는 반드시 갚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만약 갚을 수 없거나 갚을 의사가 없다면 그냥 모금형식으로 모으려 했겠지요. 반드시 노동조합을 사수해서 승리하겠다는, 그래서 반드시 갚겠다는 의지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조합원들이 500일에 가까운 파업투쟁을 흔들림 없이 싸우고 있고, 점점 드러나는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이상준회장의 추악한 행태가 저희들의 승리를 낙관 할 수 있는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많은 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도 노동조합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도 자신감을 갖는 또 하나의 근거입니다. 노동조합의 입을 틀어막고 탄압하기 위해 동원된 창조컨설팅, 용역깡패들과의 싸움에서도 저희 조합원들은 힘껏 맞서 싸웠고, 저희들만의 투쟁으로 매몰되지 않고 다른 투쟁사업장 연대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 또한 지난 16개월 파업투쟁의 자랑거리였고, 승리의 중요한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때요? 지부장님도 듣고 보니 채권구입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시죠? 영치금으로도 가능하답니다.

며칠 전 광복절, 생신을 맞으신 지부장님의 뽕짝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페이스북에서 많은 분들이 사진들을 올리며 지부장님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이라도 함께 하고픈 마음, 모든 동지들의 마음인거 같았습니다.

8.24 쌍용차 범국민대회는 많은 분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9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국정조사 실시하고 해고자 복직,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앞당겨질 수 있도록 저와 금다리 조합원들도 함께 하겠습니다. 1만 명이 넘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함께 모여서 쌍용차문제를 차차가 아닌 당장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겠습니다. 아직 늦더위가 기승인데 다시 찾아뵙는 그날까지 몸 건강히 지내시길 바라며, 지부장님, 부디 몸짱 되어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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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컨설팅 , 쌍용차 , 8.24범국민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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