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 '단기계약직' 판치는 한국지엠 창원공장

근속 높은 단기계약직 해고... 불법파견 시비 피하려 꼼수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매우 독특한 제도가 있다. 단기계약직. 3개월짜리 계약서를 쓰고 이를 반복하는 형태로 업체는 6~9개월 가량 일한 비정규직노동자를 공장밖으로 쫓아낸다. 업체는 이노동자를 15~30일 가량 공백기를 둔 뒤 다시 재고용한다.

단기직 노동자가 일하는 공정은 임시로 일하는 공정이 아니다. 컨베이어벨트 속 상시공정이 대부분이다. 상시 업무임에도 한국지엠 원청ㆍ하청업체는 단기계약직을 더 확대하고 있다. 3개월씩 계약해서 길게는 10년을 일한 비정규직도 있다.

이 노동자들은 대부분 노예같은 처지를 하소연한다. 3개월짜리 목숨이기에 계약을 연장하려면 관리자들에게 밉보여선 안 된다. 잔업, 특근을 빠지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비정규직지회가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한 뒤 공개로 업체들이 “잔업, 특근 빠지면 재계약 어렵다”는 얘기는 못하지만 근태가 좋지 않으면 6개월 이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족쇄를 차고 있는 것이 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단기계약직 문제 손놓고 비정규직 철폐 얘기할 수 없다

단기계약직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중에서도 2/3를 차지한다. 가장 많이 차별받기에 불만도 가장 크지만, 일상으로 벌어지는 해고 때문에 말한마디 못하고 참아야 했던 단기계약직들.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불법파견 문제뿐 아니라, 가장 문제가 심각한 단기계약직 문제도 집중해서 알려내기로 결정했다.

비정규직지회가 단기계약직을 외면하는 것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지회가 현장의 2/3나 되는 단기계약직을 조직하지 못하면 결국 소수노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단기직의 고용을 보장하도록 만드는 것은 비정규직지회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8월14일 한국지엠 창원공장 한 업체는 약 6년을 근무한 단기계약직 노동자를 해고했다. 이 사건의 배경에 불법파견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단기계약직 사용을 늘리는 지엠자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

한국지엠은 불법파견 시비를 비껴나가기 위해 단기계약직을 활용한다. 단기계약직 근속 중간에 공백기를 둠으로써 “2년이상 계속근무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정규직전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다. 최근 파견법이 바뀌어 하루라도 불법파견 고용이 확인되면 직접고용해야 하지만 2년을 넘기지 못한 단기직이 용기있게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차 정몽구가 촉탁직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벗어나려는 것처럼 한국지엠은 단기계약직으로 비껴나가려 한다.

근속 높은 단기계약직 조합원 해고

8월14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종합개발이라는 업체가 계약직 조합원을 계약해지로 해고했다. 이 조합원은 3개월 계약직을 반복해서 5년 6개월동안 창원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다. 종합개발이라는 업체에서 3년을 일했다. 이 노동자에게 계약해지는 명분일 뿐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을 많은 현장 노동자들이 잘 알고 있다.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작은 힘이라도 총동원해 이 조합원을 지키기로 했다. 계약해지 철회와 고용보장을 내걸고 공정사수를 위한 출근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계약해지 첫날 IP서브 공정에서 일하는 이 조합원에게 하청업체 관리자들이 달려들어 작업공구를 빼앗고 밀어내려 했다. 업무방해라며 사진을 찍어대고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해고 당한 조합원이 버티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정규직 대의원·활동가들이 지원해 막아낼 수 있었다.

계약직 문제 해결을 위해 힘모아야

하청업체는 노동조합 활동을 포기하면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식의 회유를 하고 있다. 해고된 이 조합원은 온갖 탄압과 회유에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비정규직지회가 소수이지만 힘을 모으고 있고, 일부 정규직 활동가들의 연대도 있지만 아직 우리의 힘은 충분하지 않다.

한국지엠 창원비정규직지회는 계약해지로 해고 당한 이 조합원의 고용을 지키는 것이 창원공장 계약직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는 첫 걸음이기에 이 투쟁을 지킬 것이다. 노예처럼 살아가는 비정규직 그 중에서도 더 두꺼운 족쇄에 매여있는 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연대가 절실하다. (출처=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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