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노사, 단협 원상복구·해고자 전원 복귀 잠정합의

농성 2073일 만에 노조 핵심 요구사항 담아...사측, “해결 공감대”

농성 투쟁 2073일이라는 최장기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인 재능교육 노사가 23일 오전 7시에 잡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종탑농성 199일 만이다.

재능 노사 교섭대표는 집중 교섭 마감 시한인 22일 오후 6시를 넘겨 밤샘 교섭 끝에 “2008년 10월 31일 자로 해지한 단체협약 원상회복에 합의한다”는 문구가 담긴 잠정합의안에 사인했다. 또한 “회사는 고 이지현을 포함한 해지교사 12명 전원을 즉시 복귀시킨다”는 문구도 담았다. 모두 노조가 핵심적으로 요구했던 조항이다.

그동안 노조는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고 이지현 조합원 포함 해고자 12명 전원 복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종탑을 비롯한 본사 앞 농성해제는 없다고 밝혀왔다. 실제 지난해 8월, 14차례 교섭을 진행하면서 재능 사측이 “11명 복귀 후 단체협약 추후 논의”를 최종안으로 제시한 후 사측 입장은 변화가 없었다.

노조 입장에선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단체협약 추후 논의’의 차이는 노조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바탕에 깔려있다. 재능 노조 투쟁이 2000일 넘게 장기화한 이유는 2008년 사측이 단체협약을 일방해지하면서 비롯됐다. 이런 상황에서 해고자들이 단체협약도 없이 복귀하면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는 상황이 된다는 판단이었다. 따라서 노조를 인정한다는 뜻이나 다름없는 단체협약 원상복귀 조항으로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총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유득규 노조 집행위원장은 사측의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두고 “종탑 투쟁으로 사회적 압박이 높은데다 사측도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우리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본 것 같다”며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해도 실제 현장에 돌아가 노조 깃발을 들고 노조를 다시 세워 내는 것이 더 큰 과제”라고 했다.

재능교육 사측 관계자도 “노조나 회사나 (농성이) 너무 오래됐고, 두 명이 종탑에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이제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교섭위원들이 경영진에 잠정합의안 내용을 보고한 후 노조에도 ‘조합원 총회를 잘해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연락을 했다”며 “노조 총회에서 통과되면 본 합의서를 작성하고 조인하는 절차만 남았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날 저녁으로 예정돼 있던 종탑 투쟁 200일 승리 쟁취 결의대회를 교섭 보고대회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각 지방에 흩어진 조합원들이 모일 수 있는 주말에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여일 가까이 종탑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여민희, 오수영 조합원의 농성해제는 노사 합의서 조인식이 실제로 열리기 직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재능 사측이 이전에도 합의 사항을 뒤집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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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임용모

    재능투쟁 승리보고로~~~

  • 능이

    종탑에서 오르락내리락 참 별난 투쟁일세....

  • 고양이

    단식투쟁하다가 배고파서 요기 쬐끔하고 또 단식투쟁

  • 지지자

    고생많으셨어요~

  • 배경사

    큰일 했습니다. 건강하게 내려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