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노조 오늘 오후 2076일 농성 마무리

쟁점·과제 남아...“단협 회복 공문구, 실리도 없어” VS “특고 유일 단협...복직유예 무력화”

26일, 2076일 거리 농성을 진행해 온 재능교육 노조가 농성을 마무리한다. 재능교육 노사는 이날 오후 4시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에서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 내용이 담긴 단체교섭 조인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일간 오수영 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직무대행과 여민희 조합원이 진행한 15미터 혜화동 성당 종탑 고공농성은 이날 오후 3시에 해제하고, 3시 30분에 ‘재능교육지부 투쟁승리, 종탑농성 해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재능 노조의 지난했던 농성 투쟁은 일단락되지만, 잠정합의안에 한계가 존재하고 이에 따른 이후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강종숙 전 학습지산업노조위원장과 유명숙 전 재능지부 지부장이 강하게 잠정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겨울 오수영, 여민희 조합원이 종탑 농성에 돌입한지 202일 만에 단체교섭 조인식을 하게됐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지난 25일 오후 재능 노조는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그동안 재능 투쟁을 지원했던 공대위와 조합원들에게 잠정합의안을 설명했지만, 유명자 전 지부장과 강종숙 전위원장 등은 설명회 말미에 “단체협약 원상회복 문구가 사실상 공문구에 지나지 않으며, 수수료 제도를 포함한 나머지 합의안도 실리적으로 아무 보장을 하지 못하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선언하고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능 노조는 이어 저녁 8시에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조합원 11명 중 9명 참석, 8명 찬성, 1명 반대(투표율 75%, 찬성률 89%)로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유명자, 강종숙 전 집행부, “단체협약 핵심조항 모조리 내준 꼴”

앞서 유명자 전 지부장과 강종숙 전 위원장 측은 잠정합의안을 수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서를 23일 발표한 바 있다. 강종숙 전 위원장은 입장서에서 “‘단체협약 원상회복’의 의미는 해석이나 별도 논의가 필요 없는 단체협약의 전면, 자동, 즉시 적용인데 합의안의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노동조합이 원상회복을 요구했던 단체협약의 핵심조항들을 모조리 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중요 단체협약 조항 중 하나인 미지급된 하절기지원금(휴가비)에 대한 즉시지급은커녕 “복귀 후, 우선 논의한다”는 것만 보더라도 단체협약 원상회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 전 위원장은 또 “2013.12.31.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 합의된 조항으로 단체협약을 우선 체결하고, 미합의 조항에 대해서는 이후 교섭을 통해 보충협약을 체결한다”는 조항에 대해선 “회사가 시간만 질질 끌며 단체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하도록 할 것”이라며 “3,700여 명이 조합원이었을 때조차 단체협약을 체결하는데 몇 년이 걸렸는데 농성도 모두 해제한 상태에서 2013.12.31.까지 합의할 수 있는 조항이 무엇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단협의 핵심 중 하나인 수수료제도 관련 합의안에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월 회비정산 제도는 복귀 후 노사가 협의하여 합의서 체결일을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 개선한다”는 조항 등에 대해 “반드시 합의가 필요한 단체협약의 핵심 중 핵심사항이 협의사항이 되어 버렸다”며 “수수료제도의 주요 내용을 협의를 통해 합의서 체결일 기준으로 3개월 이내에 개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 실익도 없고 강제력도 없는 이러한 조항을 넣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현 집행부, “잠정합의안 의미 커, 부족한 부분 현장복귀 후 투쟁 과제”

반면 현 노조 집행부 측은 잠정합의안이 일부 부족하지만 이 문제는 현장에 복귀해 하나하나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봤다.

지부는 26일 새벽 조합원 찬반 투표를 마치고 인터넷 게시판 등에 밝힌 교섭 과정 보고에서 “250만 특수고용노동자 유일의 단체협약을 원상회복했으며, 4500여 재능교육 선생님들을 대표한 유일 교섭단체임을 재확인했다”며 “투쟁 중 돌아가신 이지현 조합원을 복직자 명단에 넣었고, 회사는 유족께 사과를 드리고 위로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6년이라는 긴 시간, 온 역량을 쏟았고 많은 것을 버리며 투쟁한 결과이기에 아쉽고 미련이 남지만 잠정합의안은 단지 농성투쟁을 끝내기 위한 판단이 아니”라며 “이제는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현장을 재건하고 조직하는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부는 “2007년 농성투쟁을 시작하게 만든 개악된 수수료제도는 이미 없어졌지만 2008년 회사가 일방적으로 수수료제도를 변경하면서 만든 악제도인 (-)월순증수수료, 월회비정산제도를 현장 선생님들의 요구를 담아 개선하겠다. 2013년 단체협약을 갱신체결하기 위해 현장투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수영 재능 지부장 직무대행도 <참세상>과 통화에서 “회사가 합의서 체결 즉시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한다는 것이나 해고자 전원 즉시 원직복직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강종숙 전 위원장의 입장을 반박했다.

오수영 직무대행은 “그동안 회사는 다른 학습지도 대부분 6개월 유예복직이라는 선례를 주장해 왔는데 즉시 원직복직을 받아낸 것”이라며 “이후 해고 투쟁에서 유예복직에 대한 다른 선례를 남긴 것은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오 직무대행은 “월 회비정산제도나 마이너스 월별정산 제도 같은 수수료 제도 때문에 많은 교사가 유령 회원을 안고 있는데 이 제도를 반드시 폐지하겠다는 요구는 이뤄내지 못했다”면서도 “회사를 믿을 수 없지만, 스스로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현장에 복귀해 단협과 처우개선 논의를 시작하고 싸워간다면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합의안의 부족한 부분은 현장에 복귀해 채워야 할 우리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능 지부는 일단 9월 한 달은 휴식기간을 갖고 투쟁을 지지해준 연대 단위들에 인사 등을 다닌 후 10월 1일 자로 현장에 복귀할 계획이다. 단체교섭도 이날 바로 시작해 첫 번째 교섭 의제로 교사급여 관련 신종수수료 제도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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