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직고용’대책도 그림의 떡, 시립병원 하청노동자

‘열악한 임금, 낮은 정년’ 보라매병원 하청노동자 11일 파업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하청노동자들이 오는 11일 파업에 돌입한다. 서울시의 비정규직 직고용 대책이 적용되지 않아 여전히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정년에 따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 보라매민들레분회(분회장 박영복)는 9일 오전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시 11일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청소와 환자이송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들은 지난 5월 22일부터 하청업체와 생활임금인상, 위험수당 신설, 정년연장, 공휴일의 유급휴일화, 정규직화, 근무복 세탁, 인력충원, 노조활동 보장 등의 요구를 제시하며 교섭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지난 3일과 4일, 양일간 쟁의행위찬반투표를 진행하고 92.3%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현재 노동자들은 법정 유급휴일도 보장받지 못한 채, 월 120만 원 가량의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서울시가 비정규직 대책으로 서울시 산하기관의 하청노동자들을 직고용으로 전환했지만, 이들은 직고용 혜택에서 제외돼 여전히 하청업체가 중간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보라매병원 하청노동자들은 지난해 7월에도 임금인상과 휴게공간 마련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노조는 “하청업체는 보라매병원과 1인당 도급비 204만 원에 계약했지만,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월 120여만 원 정도를 손에 쥐는 등 저임금과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며 “서울시와 원청인 보라매병원 모두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수용하지 않은 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수수방관하며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보라매병원은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닌, 민간위탁 시설이기 때문에 직고용 대책에서 제외돼 있다”며 “다만 서울시가 민간위탁 시설에 대해 어떻게 가져갈지, 민간위탁을 유지하더라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어떤 원칙을 가져가야 할 것인지 등의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이후 이를 토대로 민간위탁 시설에 대한 정책과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낮은 정년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심각한 상태다. 보라매병원 하청노동자들의 정년은 60세로, 서울시의 직고용 정책에 따른 정년 65세에도 미치지 못한다. 직고용으로 전환된 서울시립대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현재 정년 70세 연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고려대, 연세대 등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정년 역시 대부분이 70세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시 조례에는 산하 기관의 정년을 65세로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노조가 정년 63세까지의 양보안을 제시했는데도 병원이나 업체 측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하청업체는 생활임금 인상, 정년연장, 유급휴일 보장, 노조활동 보장 등 노동조합의 요구를 즉각 수용할 것 △박원순 서울시장과 윤강섭 보라매병원장은 보라매병원 하청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만약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9월 10일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민들레분회 공동투쟁 결의대회와 9월 11일 파업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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