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밀양 방문, 주민 갈등 더 부추겨

정홍원 총리, 지중화 어려우니 공사재개 필요하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특별보상협의회가 밀양 시청 안에서 보상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는 가운데, '보상 필요없다'며 시청으로 들어가려는 밀양 주민. [출처: 울산저널 용설록 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밀양을 방문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쪽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으나 10여분 만에 대화는 중단됐다.

정 총리는 10여분 만에 송전탑반대 주민들과의 면담이 결렬된 뒤, 바로 이어 밀양 시청에서 또다른 ‘밀양 주민과의 대화’ 자리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정 총리는 “지중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하며, “한전과 보상협의를 잘 합의해준 밀양 주민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시청 밖에서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 주민들이 시청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겹겹이 에워싼 경찰에 제지당하거나 사지가 들려 나갔다. 그 과정에서 한 주민은 경찰에 의해 바지가 벗겨지는 등의 사고도 있었다.

  밀양시청 '밀양 썬벨리 태양광사업 MOU 체결식‘에 참석한 정홍형 국무총리(오른쪽 네번째). [출처: 울산저널 용설록 기자]

특별지원협의회 6차레 협상 거쳐 내용 합의

정홍원 국무총리는 밀양 시청에서 ‘밀양 주민과의 대화’를 나누며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의 의견을 들었다. 참석 주민들은 밀양시에 정부가 나노 단지 건설, 대학 설립, 도로 확장 등을 해주길 요청했다. 정 총리는 나노단지는 건설을 약속했으며 나머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어 '밀양 썬벨리 태양광사업 MOU 체결식‘이 있었는데 이는 한전의 보상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특별지원협의회(위원장 목진휴)가 11일까지 6차례에 걸쳐 협의한 합의사항이다. 특별지원협의회에는 사업 주체인 한전과 주민대표, 밀양시, 외부인사가 구성원으로 있다. 이들은 지역특수지원사업비, 공동시설지원, 태양광사업 등 주요 3개 항목에 대해 합의했다.

합의 안은 전체 보상금 185억원 가운데 40%는 개별세대에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는 마을 공동 사업에 사용한다 게 주요 골자다. 보상지원법이 통과되면 약 1,800여 가구가 400만원 정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송전탑 경과지 1,584세대 주민 중에 1,813명이 보상 반대 서명

그동안 송전탑건설 반대 투쟁 경과를 보면 송전탑 경과지 1,584세대 주민 중에 1,813명이 보상 반대 서명에 참여했다.

시청 간담회에 참석한 밀양 주민은 4개 면 중 부북면이장협의회장과 상동면이장협의회장, 이미 보상에 합의한 다른 면 이장협의회장들과 송전탑 경과지와는 상관없는 시내쪽 통장협의회장들도 다수 참석했다. 또 여성단체협의회장과 새마을부녀회장, 자원봉사단체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부북면 위양리 권영길(76) 이장은 ‘부북면이장협의회장’이 부북면을 대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나도 이장인데 이장협의회장이 찾아오지도 전화로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고 했다. 상동면 금산리 박정규(52) 이장도 “상동면이장협의회장이 주민들 의견 수렴도 없이 참석한 건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며, 지중화를 선택하든 다른 대안을 만드는데 정부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단장면사무소 앞에서 국무총리에게 보상을 원치 않는다고 외치는 밀양 주민들.  [출처: 울산저널 용설록 기자]


  '보상을 원치 않는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단장면사무소로 들어서는 정홍원 총리. [출처: 울산저널 용석록 기자]

단장면에서 송전탑반대 주민과 정 총리와의 대화가 중단된 이유는 정 총리가 단장면사무소에서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만난 뒤, 밀양 시청에서 송전탑 건설에 찬성하고 보상을 원하는 주민들과 만나 한전과 ‘밀양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이하 특별지원협의회)가 체결하는 '밀양 썬벨리 태양광사업 MOU 체결식'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송전탑반대 주민 대표로는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단장면의 대표 4명과 최민자 가르멜수녀원 대리인, 송전탑반대대책위 김준한 대표(신부)가 나갔다.

  밀양 시청 정문을 경찰이 겹으로 막고 주민을 끌어내고 있다. 경찰에 의해 바지가 벗겨지는 등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반대 주민들은 시청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설록 기자]


  밀양시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밀양시 문정선 시의원(민주당비례대표). 정 총리가 일정을 마치고 나오자 "보상협의체 합의 원천무효"라며 울부짖고 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설록 기자]

이계삼 송전탑반대 사무국장은 정 총리와의 대화 결렬에 대해 “4시 10분에 송전탑반대 주민들과 면담을 하기로 하고, 바로 이어 5시에 특별지원협의회와 ‘썬벨리 태양광사업 MOU 체결식’을 하는 것은 반대대책위 주민들을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가 밀양을 찾기 전날인 월요일 오후 총리실과 산업안전부 관계자가 밀양에 내려와 송전탑반대대책위와 실무 회의를 했다. 정부 관계자는 실무회의에서 주민과의 면담을 원한다고 했고,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종 안이 765kV를 345kV로 압을 낮추어 송전하는 정도가 될 수 있다는 안을 내놓았다”고 이계삼 사무국장은 말했다.

반대 주민 막고 찬성 주민 MOU체결, 정 총리 오면서 주민 갈등 더 커져

이계삼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송전탑반대 이계삼 국장과 김준한 신부는 정부 관계자와의 실무 회의 이후 4개 면 주민들을 만나 정 총리가 밀양에 내려오면 면담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주민들은 지중화 방식이 아니면 면담할 필요도 없다는 의견이었다. 이계삼 사무국장과 김준한 대표가 주민들을 설득해 면담을 갖자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밀양 썬벨리 태양광사업 MOU 체결식‘이 일정에 들어 있음을 확인하고 면담 10여분 만에 대화를 중단한 것이다.

  정 총리가 밀양 시청을 떠난 뒤 김준한 신부와 주민들들이 자리를 정돈하고 있다. [출처: 울산저널 용설록 기자]

송전탑 반대 4개 면(부북면, 단장면, 산외면, 상동면) 주민들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보낸 호소문에는 "총리님의 방문이 공사 직전에 공사를 막을 수 있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시청 안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보상을 끝내고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밀양 시내에는 송전탑 반대와 찬성하는 주민들이 서로 내건 현수막이 동시에 걸려 있다. 추석 이후 송전탑 건설 공사가 재개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밀양시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기사제휴=울산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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