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빌려줘?” ‘돌봄노동’의 시장화와 사회재생산의 위기

[주례토론회] 신자유주의와 사회재생산의 위기

[편집자주-토론문]

“렌트 어 맘” (rent a mom)

어느 CF 광고를 보면 여러 가지 곤란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엄마~”를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는 그 장면을 보면서 어린 시절 어디선가 달려와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웠던 엄마의 모습을 쉽게 떠올린다. 그런데 그렇게 언제나 곁에 있어 줬던 ‘엄마’라는 존재는 이제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상품과 같은 것이 되고 있다. 맞벌이 가구가 많아지면서 아이들을 보육 산업에 의탁하는 건 이제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음을 누구나 직감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벌어지는 보육재정 갈등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란거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엄마’는 애들만 돌본 것이 아니다. 아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돌봤고, 일터에 나가는 남편을 위해 외출복을 챙겨줘야 했다. 이렇게 간병에서부터 기본적인 가사노동까지, 그야말로 ‘엄마’는 슈퍼우먼이었다. 그래서 맞벌이를 하는 엄마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직접 챙기지 못해 발생한 가사노동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또 한 번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것들은 일터에서 벌어온 돈으로 충당한다(보육비, 학원비, 간병인 의료비 등등). 그렇다 보니 벌어도 충분치 않고, 다시 일터로 나가 파트타임을 늘리기 위해 발버둥 치게 된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와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언뜻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가사노동과 직장노동의 양립은 현실에선 커다란 이중부담으로 다가온다(“돈만 충분하면 굳이 내가 애들까지 팽개치고 맞벌이 할 필요는 없는데...” 워킹 맘의 푸념). 그렇기 때문에 특히 가부장적 가족관계가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양육이라는 건, 그것 이상을 감당해야 하는 인생의 두 차례 관문처럼 다가온다.

그런데 가부장적 질서로의 종속과 소득 충당을 위한 임금노동자로서의 종속, 이 두 가지로부터의 짓눌림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식은 어느 한 가지를 택하는 불완전한 방식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그 최선을 상징하는 것이 ‘현모양처’와 ‘커리어 우먼’(전문직 여성)이다. 그런데 현실은 가혹하게도 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춘 ‘슈퍼우먼’을 요구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이 두 가지 상징이 ‘돌봄노동’에 대한 우리들의 왜곡된 이중 관념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양육과 봉양으로서 ‘돌봄노동’을 강조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돌보는 행위를 생산노동(임노동)을 보족하는 노동으로서 낮게 평가 절하한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노동’에 대한 게토, 회피가 진행되는 것과 동시에 ‘돌봄노동’을 메우기 위한 진입이 계속 강조된다. 그 틈을 앞서 언급한 ‘렌트 어 맘’이 메우고 있다. 바로 ‘돌봄노동’의 시장화이다.

‘돌봄노동’의 특별한 성격과 이로 인한 공백의 증가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가사노동의 많은 부분이 상품화 되었고, 그 품질도 좋아졌는데, ‘돌봄노동’도 그러한 방식으로 시장화 되는 것이 꼭 문제라 할 수 있는가라고 말이다. 물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가사서비스들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것이 사실이다. 전문세탁소, 목욕과 휴식을 겸비한 찜질방, 다양한 외식, 세분화된 청소전문용역 등등, 이러한 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어서 지출된 비용은 누군가의 소득이 된다. 그래서 경제적 측면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가사노동과 달리 ‘돌봄노동’은 그 특별한 성격 때문에 일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과 동일하게 비교할 수만은 없다. 가령 누군가 8시간을 들여 핸드폰 1개를 만들고 다른 누군가는 8시간을 들여 20명의 아이들을 돌본다고 가정해보자. 자, 이제 노동생산성이 상승해서 8시간에 핸드폰 2개를 만들게 되었다. 똑같이 ‘돌봄노동’에서도 노동생산성이 상승하여 8시간에 40명의 아이들을 돌보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휴대폰이야 생산성 향상으로 똑같은 질의 물건을 두 배 빠른 속도로 양산할 수 있겠지만, 20명의 아이들이 돌봄을 받을 때와 40명의 아이들이 돌봄을 받을 때의 돌봄은 결코 같을 수 없다. 누군가는 그런 환경에서 반드시 소외받거나 방치되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생산성 향상의 개념을 ‘돌봄노동’에 접목시킬 수 없다. 앞선 예에서 보육노동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아이들의 주관적 판단이다. 때문에 돌봄노동은 단순한 양적인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투여되어야 할 노동일뿐만 아니라 정서적 교류를 통해 돌봄의 효과가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시장화된 ‘돌봄노동’은 이런 특별한 성격과 그에 대한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사회인식 때문에 개인별로 파편화된 저임금 노동으로 취급받게 된다.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기보다는 사용자의 자의적 평가에 의해 고용이 흔들리게 된다. 그러면서도 봉사와 헌신이라는 미명아래 ‘감정노동’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노동 강도가 이들에게 강요된다. 보육교사, 학교비정규직, 장애인 활동보조인, 간호사, 간병인 등에게 가해지는 정신적 물리적 고통은 그들이 받는 임금 수준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최근 9월 26일 '돌봄노동자 무료노동실태 국회 증언대회'에서 이들의 성토가 쏟아졌었다.

이렇게 상품화된 ‘돌봄노동’은 완전히 시장화되기 힘든 ‘돌봄노동’의 근본적인 성격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 가령 올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어린이집 폭행사건만 봐도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보육노동을 감당하는 보육노동자의 입장과 질 좋은 보육서비스를 요구하는 부모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누구 편을 들 문제가 아니라 보육노동 즉,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재가 빚어낸 갈등의 한 측면이다.

이러한 인식의 부재는 ‘돌봄노동’의 공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쪽은 그 공백을 메워줄 값싸고 헌신적인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다른 한쪽은 그 공백을 메워줄 열악한 노동조건에 동의하지 못한다. 그러는 가운데 그 공백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선 그 공백이 보다 철저하게 시장화된 논리에 맞춰 메워지고 있다. 심지어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관리하는 예도 있다. 가령 가사노동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들을 보면 직감할 수 있는데,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관계가 그러하다. 말레이시아 가사노동자들이 싱가포르로 나가 ‘가사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의 국가 간 분업질서가 만들어진다. 멕시코도 그러한데 ‘가사노동자’를 수출하고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돈으로 내부적 사회재생산 비용을 충당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통계에 잡히지는 않으나 흔히 조선족 노동자들이 가사도우미(파출부) 형식으로 열악한 ‘돌봄노동’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렇게 글로벌화 되어가는 ‘돌봄노동력’의 공급체계(care-chain)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와 ‘돌봄노동’의 공백이라는 것이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 이 문제는 전 지구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자본주의 체제의 재생산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사회재생산의 위기

사회재생산의 개념엔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순 있으나 대체적으로 세대 간의 재생산을 포함하여 정치사회적 공동체의 재생산을 의미한다. 그런데 앞서 지적한 ‘돌봄노동’의 공백은 사회재생산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시장화된 ‘돌봄노동력’으로 어느 누가 져야할 돌봄의 공백을 대체한다고 해도 그 노동력을 제공하는 ‘돌봄노동자’가 책임져야 할 또 다른 돌봄의 공백은 여전히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사회재생산을 위한 ‘돌봄노동’의 추상화 된 총량과 질적인 수준이 있을 텐데, 어떤 방식으로든 이것이 수행되지 않으면 재생산의 위기가 특정한 계층을 중심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맞벌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가계에서 볼 수 있는 돌봄의 공백은 방치된 아이들, 낮은 수준의 교육, 경제적 곤란함으로 인한 가정불화, 세대 간 단절 등등의 현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사회 재생산의 위기는 소득계층이 낮은 집단에만 머물지 않는다. 앞서 지적했듯 평가 절하된 ‘돌봄노동’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그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가중시킨다. 그래서 점증하는 고령인구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가 갹출해야할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회피 경향은 출산율 저하와 같은 세대 재생산의 위기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청년층 인구의 장기적 하락은 연금과 같은 복지재정의 토대를 축소시킨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재생산 영역의 서비스를 공공재를 통해 사회화 시켰던 복지국가 모델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현재 서구에서 벌어지는 복지영역의 재사유화 현상은 국가재정을 문제 삼아 국가 역할의 축소를 줄기차게 주장했던 신자유주의자들의 공격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복지국가 모델을 가져본 적이 없던 나라들에서는 재사유화 되기보다는 국가가 적극 개입해서 일과 복지를 연계시키는 모델을 구축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멕시코의 경우도 수출한 가사노동자들이 국내로 송금하는 소득으로 사회재생산 비용을 메운다. 그러나 송금액이 불충분하거나 생활공간의 단절로 인한 유대감의 약화는 또 다른 돌봄의 공백과 재생산의 위기를 낳는다.

앞선 그림에서 정리했듯, 돌봄의 영역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든 절대적인 필요노동 시간이 존재하는데, ‘돌봄노동’에 대한 낮은 사회적 평가 속에서 점점 게토화(회피) 되고 사회재생산의 위기를 낳고 있다. 이것을 ‘돌봄서비스’의 시장화를 통해 저임금의 ‘돌봄노동자’들이 메우고 있지만, 시장논리로는 풀릴 수 없는 감정노동으로서의 ‘돌봄노동’의 특징 때문에 시장에서 요구되는 생산성 향상과 선순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돌봄노동자’들이 시장으로 나오게 되면 이전에 스스로 책임졌던 돌봄 영역은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또 다른 ‘돌봄서비스’로 다시 충당되어야 한다. 그리고 ‘돌봄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돌봄 영역의 공백은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되거나 다른 친족에게 떠넘겨진다.

이렇게 시장화 된 ‘돌봄노동’의 영역에선 소득에 따라 ‘돌봄서비스’가 배분되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에 따른 돌봄의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임금 계층의 재생산 위기가 가중되고 있고, 더 나아가 세대 재생산을 포함하는 사회재생산의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돌봄노동’을 재구성하기 위한 시도와 쟁점

이런 위기의 근본적인 배경엔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임금노동과의 관계가 놓여 있다. 그래서 ‘돌봄노동’을 둘러싼 관점의 변경이 필요하다. 가령 보편적 돌봄수행자 모형(universal caregiver model)에서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제공하는 것은 남녀 모두의 책임이라는 주장한다. 그래서 임금노동으로부터 시민권의 핵심 자격(자립과 자조)이 부여되고 그 자리를 남성들이 차지했던 역사적 과정에 문제점을 지적한다. 근대 시민 개념이 인간에 대해 잘못 이해하여 규정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상호의존적인 존재이며 삶을 유지하기 위해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시민권의 핵심적 자격요건에 돌봄 수행을 포함시켜야 하며 기존의 ‘여성의 일’이라 간주되었던 ‘돌봄노동’은 남녀 모두의 기본적인 시민적 역할로 재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연동해서 돌봄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이를 돌보고 부모를 공양하는 것에는 의무 말고도 욕망이 존재한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들이 갖는 가장 큰 소망은 누군가 돈만 충분히 주면 일 그만두고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보내는 것이다. 반드시 노동 시장에 뛰어들어 경제적 자립을 성취하려는 욕망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처럼 인간에겐 자립과 자조 말고도 협동과 돌봄의 욕망도 함께 존재한다. 이는 ‘돌봄노동’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노동력 재생산을 위해 희생되어야 할 노동이 아니라, 그것 자체로 인간세계를 이루는 중요한 삶의 원리이다.

그래서 돈으로만 계산되는 자본주의 경제구조 현실에서 비공식(무급) 가족 돌봄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돌봄노동’의 사회화가 오래 전부터 확대되어 온 스웨덴 같은 국가에서도 무급 비공식 ‘노인돌봄’은 공식 ‘노인돌봄’의 2배에 달하였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도 2009년에 무급 노인 돌봄의 가치는 4500억 달러(500조 원)였고 유급 노인 ‘돌봄서비스’의 2배에 달했다고 한다. 공식 ‘돌봄서비스’ 수준이 높은 국가인 프랑스에서도 할머니는 과거보다 비공식 아동 돌봄을 제공하는 데 더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이 수행하는 돌봄의 경제적 가치는 2008년 66%를 차지하였고, 보육서비스 지원이 확대되었다고는 하나 전체 돌봄 비용에서 10%만을 차지하고 있다. ‘노인 돌봄’에서 가족의 돌봄 수행의 비중은 더욱 큰데, 돌봄 비용의 88%가 가족이 담당하고 있고 장기요양보험에서 지급하는 공식 돌봄은 6%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다.

이처럼 경제적 가치, 인간의 돌봄 욕망, 세대 재생산의 순기능 등을 종합하면, ‘돌봄노동’에 대한 인식의 재규정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당연히 ‘돌봄노동’의 공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재생산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재정 상태에 제약받는 수당지급 수준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당연히 앞서 지적한 바처럼 시장적 질서로 편입시키는 방식으론 ‘돌봄노동’의 특성 때문에 계속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 올바른 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반대로 비시장적 질서를 구축하고, 시장적 질서와 다른 ‘돌봄노동’의 생산과 분배 구조를 짜야 한다. 가령 누군가를 돌봐줬다면 ‘돌봄노동’의 대가로 적립된 노동시간만큼, 다시 누군가로부터 노후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연금서비스가 제공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직장이 없는 전업주부는 자신이 따로 연금에 가입하여 돈을 부어야 한다. 노후연금서비스가 직장이 있는 임금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는 이런 제도는 임금노동이 더 우위에 있는 ‘생산적’ 노동이라는 걸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우리가 지적한 바대로라면 ‘돌봄노동’을 수행했던 전업주부의 생산성은 임금노동자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세금을 내고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새로운 시민을 생산했다는 점에서 보면 공동체의 사회재생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셈이다.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한편에선 이러한 대안이 정상가족 모델만을 상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여성을 가족 안으로 계속 유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래서 ‘돌봄노동’을 재구성하는 작업은 단순히 고된 노동에 대한 대가를 보전해주는 수준에서 머물 수만은 없을 것이다. 혈연을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의 사회재생산에 변화가능성을 예고하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 다양한 가족형태와 지역공동체들이 서로 관계 맺는 원리와 방식이 바뀔 것이고, ‘돌봄노동’에 대한 남녀역할의 재규정과 균등한 배분, 그리고 구성원들의 사회 윤리적 태도에 변화가 수반될 것이다.

탈가족화-가족화의 대립적 구도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가족 정책과 그 이외의 경제 및 노동 정책의 전통적인 구분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족 정책뿐 아니라 사회정책은 가족 간의 관계, 상호작용, 자원 이전을 틀 지우는 방식을 규정한다. 돌봄은 가격이 없다고 해서 무한정 무상으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이타주의와 상호 책임에 대한 강한 문화적 가치는 무급의 ‘돌봄노동’ 공급이 무한히 변함없이 계속될 것을 보장하는 듯하지만, 그러했던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타인을 돌보는 노동의 기회 비용의 상승은 공급되는 ‘돌봄서비스’의 양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가정들은 더 이상 사회재생산을 위해 자신들이 희생되길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용한 반란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단 내 가족만이라도!” 그래서 복지재원 마련을 둘러싼 세금갈등이나 연금갈등에서 보듯, 자신의 호주머니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태도에만 머무른다. 이렇게 대처해서는 사회재생산의 위기를 극복할 묘안을 짜낼 수 없다.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새롭게 규정하고 비시장적 제도변화와 함께 사회변혁을 도모하는 일을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토론문 끝]

아래는 발제문 전문이다.



신자유주의와 사회재생산의 위기



여성주의 경제학이란?


기존 이론을 넘어서

- 신고전학파와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대한 비판
: 합리적 인간과 선택
: 개인 vs. 집단 행동 vs. 구조
: 전통적인 분석 대상: 개인, 시장, 시장 노동

- 가족경제학: 가구 행위 이론을 중심으로
: 단일가구모형과 협상모형
: 정책적 함의

- 돌봄경제학
: 돌봄노동

신고전파 경제학의 인간 행위

“그는 어린시절도 없고 노후도 없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자기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환경은 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환경은 오직 ‘제약 constraints’으로 제시되는 다소 수동적 물체이다. 사회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사회랑 상호작용한다. 그 상호작용은 오직 시장에서 가격이라는 대화 수단으로만 한다.” by 줄리 넬슨 (Nelson, 1996)

- 독립적이고 분리된 인간
: 분리된 자아로서 동정, 이타심과 같은 연결된 자아 요소를 부정
: 행위를 안내하는 선호의 형성과 진화에 사회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간과
: 3가지 기본 가정
·복지의 수준, ‘효용’의 상대적 수준에 대한 개인 간 비교 불가능; 개인의 효용의 계산을 주관주적으로 판단하게 하여 규범주의적인 연구 의제(예, 자원분배)를 다루지 못하게 함
·경제 행위자의 선호는 외생적이고 불변
·이기심 ; 시장에서의 행위에 이타심이 작동함을 부정(*이기심은 성별화된 개념 : 양육이라는 사회 조직과 경험의 결과)
: 여성주의 경제학은 인간의 관계적, 상호의존적 속성 인지할 것을 주장

- 합리적 선택 (rational choice)
: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다양한 수단의 비용과 혜택을 계산하여 일관되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
: 계산은 할 수 있으나 인간 관계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한 인간
: 대신, 목적의식적인 선택 (Purposeful choice)
·사람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추구하는지 물어보자! 이기심도 한 부분 이나 하나의 동기일 뿐.
·극단적 개인주의 거부
: 선택의 제한성
·사회구조는 선택이 발생하는 맥락을 제공

- 개인 행위 집단 행동 (Collective action)
·다른 사람과의 동일시는 ‘개인화’의 과정의 일부이며 집단 행동은 개인이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도움
·무임 승차 문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 집단의 이해 (Collective interest), 사회 제도 (social institutions), 개인의 행위성 (individual agency) 에 대한 강조
- 그러나 계급이 지배적 형태의 집단 이해이자 행동이라 봄.
: 성별, 인종, 국가 등은 부차적 갈등이자 허위 의식
·허위 의식 때문에 집단 행동 어려움.
·그러나 개인은 다양한 모순적 이해를 가지고 다중적 입장(multiple position)을 취하는 것
: Engels 의 사유재산제 이론은 가부장제 가족의 붕괴 예견

대안적인 분석틀
- 집단 행동( Collective action) -> 개인 행위성 (individual agency)
- 타인과 연결된 개인
- 목적의식적 선택 (purposeful choice)
- 제약의 구조 (Structure of constraints)
·자원 (assets)
·규칙 (rules)
·규범 (norms)
·선호 (preferences)
- 인간의 복지가 경제적 성공을 측정하는 대상-capabilities approach

경제학의 연구대상은 시장?
- 효용을 극대화하는 소비자와 이윤을 극대화하는 기업 간의 교환 장소인 시장만이 합당한 연구 대상으로 주목
- 그러나 삶을 지탱하는 일부의 재화와 서비스는 기업에서 생산되지 않고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음. 가족과 공동체, 특히 여성들이 생산하고 분배하므로, “경제”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는 다분히 남성중심적.
- 이렇게 “경제”가 정의되므로 가사노동, 돌봄 노동은 주목되지 않았음.
- 경제학을 합리적 선택이나 시장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 인간이 삶을 지탱하고 번성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을 어떻게 조직, 유지하고 조달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
: 습관, 사회제도, 그리고 시장과 비시장 행동도 포함.
: 돌봄경제학은 신고전학파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으로 필연적으로 핵심 의제가 된 것임.

돌봄경제학

- 돌봄경제학이란
: 돌봄 노동은 과거에 경제적인 행위로 인식되지 않음.
·돌봄을 주고 받는 필요와 욕구는 인간이 이기적이고 독립적이라는 신고전파의 합리적 경 제 이론의 가정과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
: 수요와 공급; 돌봄 노동을 개념화하고 시장과 가정에서 노인과 아동 등의 돌봄 수요자에게 돌봄이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는지를 연구
: 비용과 분배; 돌봄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에 대한 남녀간, 국가/사회/자본의 공평한 분배에 관한 학문
- 기존 ‘노동’ 개념에 대한 비판
- 맑스주의와 신고전파 경제학에서의 노동과 돌봄노동
- 돌봄 노동의 개념화
- 인적 자본의 투입 요소인 시간 비용

맑스주의의 노동과 비판

- 맑스의 생산적 노동
: 일반적 의미에서 생산적인, 즉 사회적으로 유용한 사용가치를 지닌 재화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
: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맥락에서 노동
·자본가의 관점에서 교환가치를 지닌 상품을 생산하여 잉여 가치를 남기는 노동
: 후자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가사노동은 분석의 대상이 아니었음

- 노동가치론
: 상품의 교환가치는 직접, 간접 노동 시간을 체현
: 상품인 노동력은 생산되는 상품으로 보지 않았고, 가치가 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 (wage bundle) 에 의해 결정된다고 봄

-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가사노동 논쟁
: 가사노동과 자본 축적 간의 관계-가사노동은 자본주의 생산을 보조함. 자본가의 이윤창출에 기여. 혹은 보조는 아니지만 노동력 재생산에 필수적
: 여성의 가사노동은 노동력 재생산비용을 실질적으로 낮춰 노동자가 저임으로도 생존 가능하게 함.
: 남편과 아내 간의 불평등 교환을 통해 자본주의적 착취가 가족 내에서 재분배

신고전파 경제학에서의 노동

- 노동/여가의 이분법
: 노동은 비효용, 여가는 효용을 창출
: 비시장노동을 별도로 취급하지 않음
: 개인이 경제활동의 기본 분석 단위

- 가정경제학 (New) Home economics
: 시장노동과 가족에 대한 시간배분의 합리적 결정자로서의 여성
: 비교우위에 따른 시간배분
: 시장에서 구매한 중간재화와 ‘시간’을 투입하여 가구 성원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상품(commodity)를 생산, 가정 내 노동을 인정

- 인적자본론
: 공식 교육을 통해서만 인적 자본 축적된다고 상정
: 돌봄/재생산노동을 수행한 결과로서 불이익은 합리적 의사결정의 산물일 뿐

사회재생산
- 사회재생산(social reproduction)이라는 개념은 마르크스주의 이론 속에서 상대적으로 공고하게 개념화되어 있던 ‘생산’과는 달리 생산과 재생산 영역, 혹은 무급 노동과 유급 노동을 통해 사회경제체제가 유지, 재생산, 확대되는 특면을 지칭하고 분석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보통
- ‘재생산’이라는 개념의 등장과 이를 둘러싼 논쟁과 이론
-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사회재생산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음

가사노동 논쟁

- 가족을 중요한 사회제도로 다루며 가정 내에서 수행되는 무급 노동의 사회경제적 함의와 자본축적에 기여하는 방식을 사회재생산 이론으로 발전시킨 데 큰 기여
- 자본주의에서 여성 억압과 종속, 차별의 근원이 무엇보다 가부장제 가족에서 여성이 수행하는 무급 가사노동에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
- 주로 가사노동의 가치 및 잉여가치 생산과의 관련 및 여성해방운동에 대한 함의를 둘러싸고 전개

- 가사노동의 가치 및 잉여가치 생산 여부와 관련하여 상반된 두 입장이 제출
- 첫 번째 입장은 가사노동의 생산물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갖는 노동력상품이라고 간주하고, 따라서 가사노동은 가치와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생산노동이며,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여성은 착취당하고 있음 (Dalla Costa, 1972; Seccombe, 1974 등)
: 성 모순은 분명한 물질적 근거를 가지며, 가정주부는 계급투쟁에서 공장노동자와 동등한 전략적 위치
: 가사노동은 직접적 소비를 위한 사용가치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에 필수불가결한 노동력 상품을 생산하며, 남성 노동자를 가사노동 책임에서 해방시켜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한 공적 영역에서의 노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주장

-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를 재생산하는 본질적인 부분인 노동력 재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
- 이들은 노동력에 초점을 둔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모든 생산양식에 인간의 생산도 포함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과 자신의 노동의 결과물로부터 소외되는 노동자 계급에 배타적인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인간의 존재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치부
- 노동자계급의 자기보존과 번성에 엄청난 양의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가사노동이 자본축적에 필수적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Luxton, 2006). 이러한 접근은 나중에 확장된 생산양식 모델 혹은 통합 체계(integrated system or expanded mode of production model)로 발전

- 두 번째 입장은 가사노동은 자본주의 임금노동과 달리 가정 구성원의 직접적 소비를 위한 사용가치만을 생산하며, 노동자계급의 전반적 유지와 갱신에 기여하지만, 그 자체로는 생산적이지 않다고 봄 (Benston, 1969; Himmelweit and Mohun, 1977; Molyneux, 1979 등)
: 집안일(housework)과 육아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이지만, 이들이 상품생산에 기초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본주의에서는 무가치한 것으로 간주되며, 가정에서 여성 노동은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만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전자본주의적
: 벤스톤은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서 여성이 수행하는 가사노동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내어 공적 영역에서 수행되는 다른 노동과 같은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
: “그와 같은 가사노동이 공적 부문으로 이동하면 여성에 대한 차별의 물적 기초는 사라질 것”

- 마르크스주의는 역사를 모든 경제적 행위가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 안으로 점진적으로 편입되는 과정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음. 이러한 시각은 가사노동은 언젠가는 자본주의가 진전될수록 모두 상품화되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
- 엥겔스(Engels, 1972)의 전통을 이어받은 마르크스 여성주의자들도 사회주의 하에서의 가사노동의 종식을 당연하게도 긍정적인 역사 발전으로 간주.
: 여성이 생산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확보되는 성평등이나 모든 노동이 집단화되는 데서 오는 계급 의식의 배양의 관점에서 가사노동의 종식은 긍정적인 역사의 발전

- 자본주의에 특수한 상품이나 가치의 생산하는 시장 노동을 ‘생산’으로 정의하는 반면, 가사 노동은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 밖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재생산(reproduction)’이라고 지칭
- 이러한 시각은 나중에 생산은 시장 거래를 위한 것으로, 재생산은 생명의 생산을 지칭하는 이중체계 모델 (dual-systems model).
: 이러한 접근은 결국 생산과 재생산을 분리시켜냄으로써 가족도 생산적 경제 체계의 일부분이라는 관점을 제시하지 못해 ‘재생산’이라는 개념에 혼돈을 초래했다는 평가

- 위의 두 입장은 가사노동을 생산노동으로 간주하는지 여부에 대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이 자본의 잉여가치 증대에 봉사한다고 보는 점에서는 공통적
- “가사노동은 마르크스가 채택한 가치 정의에 따르면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사노동은 필요노동, 혹은 노동력의 가치를 노동자계급의 실제 생존 수준으로 억누름으로써 잉여가치 생산에 기여한다” (Gardiner, 1975)
- 가사노동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만약 그것을 시장에서 구입했더라면 비용이 더 들었을 것이므로, 그만큼 노동자 임금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 (Harrison, 1973)
: 자본가의 이윤은 자본가가 남편에게 가정주부의 더 많은 가사노동에 의해 보상될 수 있는 낮은 임금을 그녀의 남편에게 지불하는 방식으로 가정주부의 무급 가사노동을 자본가가 전유함으로써 증대한다는 것
: 포겔에 따르면 임금노동으로는 노동자들이 노동력 재생산에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뿐이며, 여기에 가사노동이라는 노동이 추가적으로 수행돼야 노동력 재생산을 위한 필요노동이 완결


자본축적과 가사노동

“실제로 가사노동은 자본주의 사회재생산에서 매우 모순적인 역할을 한다. 한편에서 가사노동은 자본주의를 위한 본질적 조건을 형성한다. 자본주의 생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노동력이 있어야 하며,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가사노동이 수행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가사노동은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를 방해하는데, 이는 가사노동이 노동력 이용가능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자본의 관점에서 가사노동은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축적에 대한 장애이다” (Vogel, 1983: 156)

- 1970년대 초 가사노동 논쟁은 자본주의가 가족, 국가와 같은 비자본주의 제도의 존재를 필수적으로 요청하며, 이들 비자본주의 제도가 자본주의 논리에 포섭, 상품화되면서 재생산의 위기,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초래된다고 주장

- 마르크스적 의미에서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노동
: 마르크스의 상품의 가치 규정에서 핵심적인 것은 “그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규정

: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란 주어진 사회의 정상적인 생산조건과 그 사회에서 지배적인 평균적 노동숙련도와 노동강도 하에서 어떤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노동시간이다. ... 이와 같이 어떤 물건의 가치량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량, 즉 그것의 생산에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다.”(마르크스, 1991: 48-49)

- 가사노동의 경우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규정이 강제되지 않으므로, 마르크스적 의미에서 가치를 형성하는 노동이 될 수 없다. 파인이 지적하듯이, 가사노동의 경우 “노동과 여가 간의, 또 생산과 소비 간의 어떠한 엄밀한 구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어떤 내재적 압력도 존재하지 않으며, 생산과정에 대한 어떠한 직접적인 외적 통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Fine, 1992: 178, 180)

- 자본주의에서 가족, 국가와 같은 자본주의에 필수불가결한 비자본주의 제도를 설명하기 위해 마르크스의 가치론을 확장할 필요가 있으며, 마르크스 가치론의 초역사적 확장을 시도하고 이로부터 가사노동은 가치를 생산하며 노동력 가치 형성에 기여 주장(Dunn, 2011: 498)

: “노동력의 가치를 임금수준으로부터 거꾸로 도출하는 통상적인 마르크스주의적 접근은 그 방법론에서 마르크스적이라기보다 스미드적이며 이론적으로 순환논법이고 (가사노동과 같은-인용자) 결정적인 노동 형태를 현실 세계경제 분석에서 자의적으로 제외한다. ... 이것은 스미드로 후퇴하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것의 재생산에 요구되는 총노동량이 아니라 지배 노동량, 즉 노동이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재에 따라 가치를 정의하기 때문이다. ... 무급 노동(가사노동-인용자)은 임금 노동에 유사한 사용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유용한 노동을 소비재에 체화된 것에 추가할 수 있으며 논리적으로 노동력 가치에 추가될 수 있어야만 한다. ... 노동력은 임금노동과 무급 노동의 변화하는 조합을 통해 재생산된다. 그 중 일부만을 가치생산적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자의적이며 일관되지 않다”(Dunn, 2011: 498, 500-1)

가사노동 논쟁의 한계

- 몰리뉴는 가사노동 논쟁이 임금노동을 생산, 가사노동을 재생산과 동일시함으로써 임금노동과 가사노동이 동시에 현재와 미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사회재생산에 연결되어 있음을 간과했으며, 돌봄노동(care labor) 대신 가사노동 일반에, 세대 재생산이 아니라 성인 남자노동자의 유지에만 배타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가사노동이 사용가치를 생산하는 사회관계와 의미만 분석했다고 비판했다(Molyneux, 1979: 3-4)
- 가사노동 논쟁은 가사노동을 여성 억압의 물질적 기초라고만 보았기 때문에 왜 사회재생산에서 가사노동, 특히 돌봄노동이 사라지지 않는 노동,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노동인가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 왜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주체가 남성이 아니고 여성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지 못함
- Folbre(1994)는 가사노동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돌봄(care)을 개념화하여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특정 역사적 국면에서 나타난 사회재생산 위기를 성별과 세대의 권력 관계 변화에 주목하여 설명
- 자본주의의 확대는 임금 노동을 통해 경제적 자립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족 내 무급 돌봄노동자가 해방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지만 돌봄노동에 힘과 노력을 헌신하는 행위에 불이익을 가함.
- 산업사회에서의 자녀 가치의 변화
: ‘사적 비용-사적 혜택’ 구조
: 여성의 무급돌봄노동은 사적인 방식으로 가족 관계 안에서 일정 정도 ‘보상’을 받았지만,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임노동 기회를 가진 자녀는 더 이상 부모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한다 하더라도 오직 제한적인 노후 보장만을 제공하기 시작

- 돌봄을 제공하는 노동은 산업사회에서 가족의 영역이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
- 자본가에게 있어서 성인 임금 노동자의 일상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 성인 노동자의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
- 반면 자녀를 낳고 돌보는 노동, 즉 미래의 노동력을 준비시키는 노동은 그 이상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며 책임이 요구되는 일(Molyneux, 1979).
- 선진국에서도 돌봄은 가사노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여성이 가장 많이 수행하는 노동 (Anttonen, 2005).
- 1인당 GDP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전체 부모의 무급노동시간 가운데 돌봄노동 시간의 비중이 크다(Folbre and Yoon, 2008).
- 즉 시장의 발달로 무급 노동시간이 줄어들 수는 있어도 사람을 돌보는 노동은 쉽게 시장에서 구매한 재화와 서비스로 대체가 불가능

- 자본주의 사회에서 돌봄 노동을 제공하는 데 대한 경제적 불이익과 대가가 가시화되는 만큼 개인, 특히 여성들은 돌봄 노동을 회피
- 여성 운동이 자녀와 다른 노약자의 욕구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충족시킬 대안적인 사회재생산 조직 체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
- Folbre(1994)는 사회재생산을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돌봄노동을 파악하여 그 비용을 공평하게 남녀, 국가/자본/가족이 분담하게 하는 사회경제 체제를 구축하여 사회재생산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
- 노동시장의 위험을 사회화하기 위해 구축된 연금 등 사회보장체제가 시장노동참여만을 생산적 행위로 인정함으로써 사회재생산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지배적인 역사적 힘으로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국가는 근대적 복지 국가라는 제도의 발전과 더불어 자본축적과 사회재생산의 모순을 중재하고 심화

사회재생산

- 사회 체계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적이고 물질적인 조건을 재생산하는 것으로 폭넓게 지칭
: 물질적 공급과 더불어 규범, 가치, 지식 등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들의 생산과 유포
- ‘노동력 재생산’은 노동자와 미래 노동력의 일상적인 유지(maintenance)와 교육 및 훈련을 지칭하기 위한 개념
: 의식주, 보건, 교육을 포함한 생존 수단의 획득과 분배를 통한 노동력의 생물학적 재생산

- ‘인간 재생산’은 출산과 수유라는 보다 구체적인 활동에 적용
- 이러한 사회재생산 개념에 비추어 본다면 국가뿐만 아니라 가족도 사회재생산과 자본축적의 필요가 서로 연결되는 중요한 영역
- 가족이라는 사적 영역이 독자적으로 어떠한 역동성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특정 국가 정책의 결과와 성별 관계에 대한 함의가 달라지기 때문

- Picchio(1992)
: 사회재생산에서 무급과 유급 노동은 서로 결합하여 가구의 생계를 유지하는 생산과 소비의 상호 의존적인 관계
: 자본 축적 과정과 노동자 계급의 사회재생산 과정 사이에는 모순이 발생
: 자본의 이윤 극대화 논리는 가능한 한 적은 양의 자원과 시간을 사회재생산에 할애
: 가족은 노동자 계급의 사회재생산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사회재생산에 할애하고자 함.
: 가정 안에서의 여성의 노동이 시장의 힘, 국가 정책, 가족의 경제적 필요의 변화에 따라 자유자재로 확대되었다가 축소되는 잔여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경향
: 가사 노동은 무한히 탄력적이지 않으며 충분한 지원이 없다면 생활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사회재생산에서의 위기가 초래

-: 국가는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와 노동자계급의 생활수준에 대한 필요 간의 갈등이 협상되고 투쟁이 일어나는 중요한 영역
: 일련의 법과 정책을 통해 자본과 노동 사이의 관계를 규제하고 매개
: 가족이 직면한 사회재생산의 비용을 상쇄하거나 혹은 가족에게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서 특정 역사적 국면에 개입
: 성별 질서를 안정화하고 제도화
: 사회재생산이 일어나는 조건을 만드는 역할
- 사회재생산과 자본 축적은 긴장과 상호 모순 관계에 있고, 이 둘은 국가, 시장, 가족, 제3섹터 등에 의해 매개되고 안정화

신자유주의와 사회재생산의 위기

- 사회재생산의 재사유화(re-privatization)
: Bezanson(2006)은 1990년대 캐나다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되었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포드주의-케인즈식 복지 국가에서 신자유주의적 국가로 이동시켰고, 여성의 유급과 무급 노동에 대한 요구를 증가시켜 여성을 임금노동자와 돌봄제공자로 구성하면서 성별 질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분석
: 사회재생산 비용을 국가로부터 가족에게 이전
: 시장과 노동의 탈규제는 임금의 하방 압력으로 작동.
: 신자유주의적 사회정책은 고용가능성(employability)에 정책적 우선 순위를 두고 시장 노동 참여를 통한 개인의 경제적 자립을 촉구.
: 여기서 여성도 예외는 아니어서,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은 쇠퇴하고 성인-근로자 모델(adult-worker model)이 정책 처방의 규범으로 지배.

- 사회재생산의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구성된 성별 질서
: 규범적인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의 형태
: 노동-자본의 합의는 일부 노동자에게 높은 수준의 고용 보호, 사회 및 개인 보험 접근, 높은 생활수준을 보장
: 자본과 노동은 포드주의적 케인즈 체제 하의 계급 관계에서는 서로 양 극단에 서 있었지만 가부장적인 남성 생계부양자 가족 구조를 유지하는 데 공통된 관심
: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러한 성별의 차이는 완화되는 동시에 심화
.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여성도 상품화되었고, 남녀 모두 탈상품화 기회에 대한 접근이 제약
. 가족이 수행해야 하는 가사노동을 심화시키거나 여성에 대한 노동시장요구를 심화시키는 방식으로 정책이 고안되면서 성별 차이가 심화

- 보편적인 권리로서의 복지 수급에서 근로와 연계된 복지로의 복지 국가의 재구조화 역시 사회재생산의 위기를 심화.
: 신자유주의 국가는 표적 집단에게만 복지를 제공하는 복지 국가 모형을 추구하기 시작.
: LeBaron (2010)은 정부의 보육비 지원이나 복지 급여 삭감과 같은 복지 국가의 재구조화를 여성이 접근할 수 있는 ‘공유지 (commons)'가 박탈되어 가는 과정으로 설명

- 원시 축적은 자본이 식민화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영역을 찾았거나 공유지(commons)였던 사회 공간을 점유(enclose)
- 어떻게 사람들이 생활 수단에 대한 비시장적인 접근으로부터 분리되는지, 국가와 제도 등이 자본 축적이라는 우선 순위와 조율하는 방식으로 변화
- 여성을 임금노동 시장에 불평등한 조건으로 편입시켰을 뿐만 아니라 중산층 노동 계급 여성에게서 사회재생산과 관련하여 그들의 가사 및 돌봄 노동 부담을 덜어주었던 자원과 복지 프로그램을 박탈시킨 과정
-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활동과 노동력 재생산이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여성의 무급과 유급 노동을 통해 감당, 자본주의적 시장 관계가 확대
- 국가 형태(state form) 자체도 사유화, 전달체계의 민간 위탁

- 세계화와 사회재생산
: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이주하는 사람들로 인해 사회재생산은 점점 더 일국의 국가의 경계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나드는 복잡한 양상
: 가정 내 이주 가사노동자의 고용을 고소득 계층 가족의 무급노동과 유급 노동 갈등의 해결책으로서 적극적으로 장려
: 계층과 인종의 사회재생산 체계 내에서 위계화
: 자본주의의 발전이 다른 나라에서 이미 생산된 노동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주는 가족 임금이 초국적 조건에 의해 규정되고 있음
: 이주 가사노동자는 신자유주의 국가의 이상적 주체. 그들 자신의 사회재생산이 가정 내에서 사유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이 다른 지역과 국가에 이전되어 있어 완전히 감춰져 있기 때문

- 재사유화 가설과 남반구 국가
: ‘국가가 멀리서’ 시민이 자립을 책임지도록(responsibilization)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

- 신헌법적 지배구조
: 자본 축적의 세계화와 사회재생산의 안정적 조건의 공급 사이의 모순은 초국적인 자본의 이동과 지배구조의 등장을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신헌법적 지배구조(constitutional governance)에 의해 규정
: GATT나 WTO와 같이 헌법적 괴력을 발휘하는 초국가적인 권력은 한 국가의 사회재생산을 위한 사회제도를 재사유화하기 위해 일국의 헌법적 질서와 제도를 원시 축적과 자본 축적에 유리하도록 재편
: 위기 대응을 위한 긴축재정은 의료, 교육, 복지, 사회안전망 등을 위한 사회기반투자와 지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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