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현장 1일 새벽 공권력·한전 인부 투입

주민들 각 공사현장 대치, 1명 쓰러져...한전, “2일부터 공사”

1일 새벽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현장에 공권력과 한전 측 공사 관계자들이 대거 투입되자 주민들이 공사를 막기 위해 각 현장으로 나서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밀양송전탑 반대 대책위에 따르면 이날 새벽 6시 30분께 단장면 구천리 바드리 마을 현장에 경찰버스 10대가 진입하고 한전인부로 예상되는 노란조끼 입은 사람들을 태운 25인승 버스 4대가 단장면 바드리로 올라갔다. 단장면 단장리 4공구 현장사무소에선 대형트럭으로 공사 자재를 싣고 나갔다.

이에 따라 바드리 마을 89번 송전탑 현장으로 올라가는 임도 1/3지점에서 주민과 경찰이 대치를 시작했고, 단장면 사연리 동화전 마을 95번 현장과 96번 현장에서도 경찰과 주민이 대치중이다.

오전 10시 20분께는 부북면과 상동면 경계지점인 126번 현장에서 한전 인부 30명 및 사복경찰의 현장진입 시도를 주민들이 막아서고 있으며, 부북면 127번 현장에선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으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주민 측 변호인을 맡은 박훈 변호사가 주민들과 함께 농성 중이다.

단장면 바드리 마을 입구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주민 고준길 씨(70세)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사장 올라가는 길목에 경찰버스 열 대 정도의 병력을 투입해 공사현장에 올라가는 길 중간에서 막고 있어 공사장 근처까지 접근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오늘은 한전 사장이 기자회견을 해서 공사가 안 들어올 것이다’라고 판단하고 있었는데 기습적으로 이렇게 속였다“고 밝혔다.

고준길 씨는 “오늘 한전 사장의 기자회견을 듣고 어떻게 대처할까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병력이 투입됐고, 공사장 근처도 아니고 아예 길을 막고 있다”며 “공사장 올라가는 길을 중간에 차단하고 주민들과 싸우고 대치하고 밀고 당기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 씨는 “여러 현장에서 일주일, 열흘 전부터 밤낮으로 가서 지키고 있고, 방공호 비슷한 굴을 파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번에 지면 우리는 일어설 수가 없다. 우리 목숨을 내놓고 이번에는 다 죽을 것”이라고 인터뷰 도중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3천 명이나 하는 병력을 우리 70~80대 노인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야만이고... 이건 야만 대통령이고, 야만의 나라다. 온 국민이 분개하고 우리를 지원하고 우리를 좀 살려달라. 우리 7, 80 노인이 무슨 힘이 있어서 이 3천 명의 병력과 맞서서 싸우겠나”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고준길 씨는 “지금 제일 걱정하는 것이 주민들이 8년째, 오랫동안 싸웠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상당히 스트레스를 당해서 돌발행동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며 “지금 심리적으로 극한 상황에 왔기 때문에 이렇게 수천 명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여기에 생기는 사고는 반드시 필연적이고, 더 많은 사람이 죽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함께 공사 현장에서 대치하고 있는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도 인터뷰를 통해 “밀양 송전탑 문제는 주민들의 인권의 문제이고,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권의 문제”라며 “주민들은 여러 대안을 가지고 해법을 모색하자고 하는데 정부는 물리력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하는 기존 방식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아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한전 사장, “주민 차단 위해 공사현장에 펜스 설치”

이날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2일부터 밀양시 단장면, 산외면, 상동면, 부북면 송전탑 건설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조환익 사장은 “2014년 여름철 전력피크 때 신고리 원전 3, 4호기 생산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6~8개월 가량 소요되는 송전탑 공사를 더는 늦출 수 없다 ”고 밝혔다.

조 사장은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최대한 충돌을 피하는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며 “공사에 관한 로드맵은 말할 수 없지만, 가급적 주민들을 차단하고 공가 기간 중에도 펜스를 설치하는 등 충돌을 피할 계획이다. 또 반대 측 주민들의 건강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쉼터도 제공할 계획이다. 나름의 안전수칙을 만들었고 이 수칙에 따라 최대한 주민과 충돌이 안 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준길 씨가 이날 오전 11시께 경찰과 대치 도중 쓰러져 119 응급차량이 출동한 상황이다.

반대대책위, “신고리 3호기 시험성적서 위조로 1년 이상 준공 유예”

반대대책위는 조환익 사장 기자회견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신고리 3호기는 핵심 부품인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로 현재 성능 테스트 중에 있으며, 불합격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부품 교체 결정이 나게 될 경우, 1년 이상 준공이 유예될 것”이라며 “신고리 3호기가 지연되는 만큼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기 때문에 검증과 공론화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 상태로 나가면 반드시 사고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공권력 투입을 통한 공사 강행을 즉각 중단하라”며 △주민 절대 다수의 송전탑 반대 정서를 왜곡 전달하고 대규모 공권력 투입에 이르게 한 정부와 한전 관계자 파면 △밀양의 실상을 파악할 조사단 즉각 파견 △텔레비전 토론회와 사회적 공론화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태그

밀양 송전탑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용욱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좋은세상

    참 딱하네요. 이런 억지주장으로 각종 사업을 막는다면 대한민국은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곳에서 소수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좌초되는지. 이제 법제정과 엄정한 집행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기영이

    국익을 위하여 하는일인데 협조하시고 국가를 위히여충성 하십시요 대한민국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