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는 줄었지만 희망은 살쪄

집단단식 마치고 공장 앞 출근투쟁 재계

2일 쌍용차 평택공장 앞, 여느 때보다 출근 시간이 북적였다. 대한문에서 집단단식 농성을 마친 해고자들과 쌍용차범대위 소속 활동가들이 함께 출근선전전을 진행했다.

선전물을 나눠주는 쌍용차지부 활동가들에게 반갑게 악수하는 사람, 와서 고생했다 포옹하는 사람, 수고하신다고 인사하는 사람… 무표정하게 출퇴근 하던 사람들이 선전물을 받는 순간만큼은 활짝 웃어 보인다.

[출처: 뉴스셀]

쌍용차지부는 이날 선전물을 통해 쌍용차문제 해결을 위해 두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노(금속노조쌍용차지부) 노(쌍용차노조) 사(쌍용차)’ 교섭이고 또 다른 하나는 종교 및 시민사회, 노동 등 다양한 영역들의 ‘사회적 대화틀’이다.

9월 10일부터 시작된 쌍용차해고자 8명과 범대위 소속 대표 4인의 집단단식농성은 28-30일 50시간 대규모 동조단식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쌍용차지부는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 해고자복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택공장 앞 활동을 재계하며,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해 대한문 분향소를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집단단식 농성에 참가자 중에서 최고령인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와 최연소인 고동민 쌍용차지부 대협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출처: 뉴스셀]

고동민 쌍용차지부 대협실장

오랜만의 공장 앞 출근투쟁 소감은?
"공장 앞에만 오면 상처가 다시 아파온다. 오늘 공장 앞에 오니까 이어지는 잔업특근에 노동강도가 높다보니 표정들이 무표정했다. 일은 늘고, 생산량은 늘고, 판매량도 느는데, 쌍용차 노동자들의 삶의 질은 안 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노동자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단식농성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여럿이 함께 한 집단단식은 어떤 점이 힘이 됐나?
"외롭지 않았다. 의지가 많이 됐다. 조희주 선생님이나 이상진 부위원장, 정진우 부대표 허영구 대표가 함께 단식에 참여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해고자들끼리도 단식을 하면서 더 많이 서로를 의지하게 된 것 같다."

단식농성 기간 중 가장 힘들었을 때는?
"처음에는 효소를 안 먹고 단식을 이어갔는데, 6일차에 오한이 드는 것처럼 몸이 힘들었다. 당 수치가 떨어져서 그때부터 효소를 먹었다. 다른 단식참가자도 일주일이 되는 날 제일 몸이 힘들었다고 하더라. 5년 투쟁하는 기간 중에 가장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단식농성에서 감동했던 때는 언제인가?
"단식을 하면서 지역의 동조단식이 확산되어 갔을 때가 가장 감격스러웠다. 부산과 충북, 대구, 전북, 울산 등지에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지역에서 투쟁사업장과 함께 동조단식을 진행했다. 또한 민주노총이 동조단식에 함께 했다는 게 유의미한 것 같다. 단식기간이 조금 더 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향후 투쟁 각오
"지부 지도부는 건강이 상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 때, 다른 투쟁을 준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쌍차가 집단단식 들어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동지들이 다른 전기를 만들려고 하는구나’고 인식했던 동지들이 많았을 것이다. 5년 전 쌍용차 파업 대 민주노총도 금속노조도 여러분을 버렸다는 사측의 방송을 들었던 수많은 활동가들에게는 상처와 아픔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 집단단식 농성은 쌍용차 투쟁에, 정리해고 문제해결에 함께 하려고 노력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계기를 확인시켜준 것 같다. 쌍용차 문제는 단순한 해고자 복직의 의미를 넘어 민주노조의 역량들이 모아져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사회적인 힘들이 좀 더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뉴스셀]

조희주 노동전선 대표

최고령자인데 건강은?
"11kg가량 몸무게가 빠졌다. 황달 기가 약간 있는데, 음식을 먹으면 정상으로 될 것 같다. 단식에 참가했던 12명이 그날 바로 병원에서 검사했는데, 다들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집단단식에 참여하며 아쉬웠던 점은?
"쌍차범대위 소속 단체들 대표들이 대거 집단단식에 참석했으면, 투쟁에 더 힘도 되고 더 많은 연대를 끌어낼 수 있었을텐데, 많이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나마 민주노총이 참여해서 다행이지만, 금속노조가 선거로 이번 단식농성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너무 안타깝다."

쌍용차 해고자들과 21일간 동고동락 해보니 어떤가?
"쌍용차 동지들과 그동안 많이 투쟁을 했지만, 21일을 같이 살기는 처음이다. 5년의 해고투쟁으로 다들 힘 빠져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낙담하거나 침체되어있지 않고 정말 열심히 활동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출투 참여 소감은
"진짜 현장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야간 퇴근자나 주간 출근자나 들어가며 나오며 해고자들에게 인사 나누고, 살이 많이 빠졌다고 걱정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당장 공장에 들어가서 일해도 아무 문제가 없이, 같이 어우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안에 있는 노동자들이 더 많이 다가와서 이들이 빨리 복직될 수 있도록, 기업노조에서도 열린 자세로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도 더 많이 연대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기사제휴=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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