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먼 국립병원...암환자에게 ‘패스트푸드’ 공급

병원노동자는 ‘집단유산’...노동자, 환자 등 ‘대형 국립병원’ 횡포 입 열어

대형 국립병원의 환자와 병원노동자들이 ‘돈벌이’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병원의 ‘인건비 절감’ 조치로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저임금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환자들은 원치 않는 고가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10일, 민주당을지로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개최한 ‘대형병원 횡포로 신음하는 환자·병원노동자 증언대회’에 나선 환자와 병원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간호사들의 경우 높은 노동 강도로 집단 유산을 겪는 일도 있으며, 간병사나 환자이송 노동자들도 해고와 저임금, 차별 등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성적 인력부족...집단 유산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

간호사인 문 모씨가 일 하고 있는 제주의료원은 간호사들의 ‘집단유산’이 발생한 곳이다. 지난 2009년 당시, 제주의료원 간호사 중 15명이 임신했고 그 중 4명이 집단 유산했다. 2010년에도 11명의 간호사들이 임신을 했지만 4명이 유산했다. 심지어 2010년 출생아 8명 중 4명이 선천성 심질환 진단을 받았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집단유산’ 사태가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 씨는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3교대근무만으로도 벅찬 업무환경에, 2004년부터 2011년 까지는 상습적인 임금체불까지 이루어져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또한 간호사들은 한 달에 10번 이상의 야간 근무와, 한 사람이 25~30명의 환자를 맡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 돼 있다.

문 씨는 “그러나 유산의 고통보다 더 힘든 것은 간호사들 뱃속의 태아들은 하나 둘 죽어가는 것을 뒷짐만 지고 방관하고, 원인조사를 하라는 노동자들의 소리를 듣는 척도 안했던 제주의료원 사측의 모습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우 모씨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우 씨는 “병원에는 2년만 지나면 간호사가 사라진다”며 “이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 씨에 따르면, 야간 근무에는 간호사 한 명이 18~21명에 이르는 환자를 돌봐야 한다. 병원이 돈벌이를 위해 재원기간을 줄인다며 입퇴원을 늘려 업무량이 급증하기도 하고, 물자절약을 강요하기도 한다.

우 씨는 “병원은 ‘적자’라며 가격이 싼 주사기, 수액세트들을 들여오기 때문에 한번 할 일을 두 번하게 되고 한 개만 써도 될 물품을 두 세 개 써야 한다”며 “환의를 아끼라고 하고, 비수가성 물품은 최대한 주지 말라고 해, 결국 간호사는 환자에게 매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의료원 간호사인 김 모 씨는 온갖 허드렛일을 처리하느라 죽을 맛이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준비한 서울의료원의 ‘안심병동’은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어서, 간호사의 간호업무 요구도가 훨씬 높아진 탓이다.

김 씨는 “속옷을 빨아 달라, 수건을 빨아 달라, 콜벨을 수시로 눌러 창문을 닫아라 열어라, 불꺼라, 휴지 주워라 등 갖가지 잔심부름과, 빵과 우유 등 개인 간식을 사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신규 간호사들의 경우, 3교대 근무를 하며 야간수당을 포함해 월 160만원의 저임금을 받고 있다.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 때문에 올 해만 78명의 간호사가 사직했다.

환자에게 ‘고가의 치료’ 권유, 소아암병동에 ‘패스트푸드’ 넣기도
병원 간병, 환자이송, 진료보조, 청소 노동자들도 고용불안, 저임금 만연


환자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의사가 질병과는 상관없는 고가의 치료를 권유하기도 하고, 비싼 검사를 실시하고 난 후 제대로 된 설명조차 생략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자녀가 소아암을 앓고 있는 보호자 김 모 씨는 “의사가 아이의 병과는 상관없는 치료 방법을 권유하기도 하는데, 그 비용이 400만원에서 600만원에 달한다”며 “CT나 MRI등 고가의 검사를 하더라도 의사는 ‘괜찮아요’, ‘나아졌네요’라는 설명밖에 하지 않아 큰 비용을 지불한 만큼 검사에 대한 만족도가 보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간병, 환자이송, 진료보조, 청소 노동자들의 잦은 해고와 저임금, 차별등도 만연해 있다.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진료보조 노동자로 일하던 강 모 씨는, 작년 12월 26일 만 2년 만에 해고됐다. 병원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2년 미만 노동자를 해고하고 신규채용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후 병원장은 재고용을 약속했지만 지난 6월, ‘상황이 바뀌었다’는 한마디로 약속을 뒤엎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병원에서 간병사로 일사는 고 모 씨도 병원의 횡포에 혀를 내둘렀다. 고 씨는 “간호사가 부족해 의료행위인 석션, 피딩, 투약, 넬라톤까지 간병인이 하지만, 수가는 병원이 가져간다”며 “24시간 간병을 하는데 시급은 2천 7백 원으로 정해놓고 무료로 의료행위까지 요구하는 병원의 횡포는 근절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보라매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청소, 환자이송 노동자들 역시 저임금과 낮은 복리후생, 주사바늘 위험 등에 상시 노출 돼 있다. 특히 이들의 1인당 도급비는 205~220여 만 원 정도지만, 실제 손에 쥐는 임금은 130~140여 만 원 뿐이다. 보라매병원 환자이송 노동자인 박 모 씨는 “상여금도, 수당도 거의 없다”며 “감염위험 환자의 경우 전염예방을 위한 대책이 있어야 하지만 겨우 마스크 하나가 전부”라고 설명했다.

한편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은 “서울대병원 병원장은 돈을 벌겠다고 소아병동 아이들의 급식을 외주화해, 암환자 아이들 병실에 버거킹인지 맥도날드인지를 집어넣었다가 노조가 반발해 결국 직영화를 이뤄낸 사례도 있었다”며 “한국의 의료는 해도 해도 너무 상업화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변 국장은 “병원들은 쓸데없는 병상을 증축하느라 일시적인 적자를 내고, 이를 노동자들과 환자들에게서 쥐어 짜낸 돈으로 메우고 있다”며 “우리의 ‘갑’은 병원 경영인들 뿐 아니라, 민간병원화 되고 있는 국립병원을 관리감독 하지 않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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