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화에 맞서 기아차 비정규직 고공농성

외주화 합의 반대,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마련 요구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안정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옥상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12일 기아차 화성지회와 회사가 기아차 화성 KD공장 외주화를 합의했다. 그러나 노사합의를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10월 6일부터 ‘KD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대책마련’을 요구로 KD 비정규직 노동자가 화성공장 안 식당 옥상농성에 돌입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주화 합의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규직이 고용승계를 약속받은 것에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은 명확하게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주화로 KD공장에서 일하던 정규직 70여명은 다른 부서로 전환배치 되지만, 비정규직 127명은 순차적으로 내년 6월까지 다른 공정에 결원자리가 생길 때 배치되게 된다. 이에 대해 기아차 화성지회와 사내하청분회는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외주화 합의’라는 입장으로 외주화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출처: 기아해복투]

석 달 전 회사는 ‘KD공장 물량이 10만대에서 2만대로 줄었고, 수익성과 전망이 없다. 대신 KD공장 부지에 누우엔진 공장을 신설해야 한다.’면서 외주화 협의를 노조에 요청해 노사는 지난달 KD공장 외주화를 합의했다. KD공장 비정규직 업체인 중원과 백상 관련 화성지회 고용소위 합의사항은 ‘10월 1일부터 3개월간 유급휴무, 타 업체의 결원공정으로 전원 고용승계, 퇴직금 및 근속승계’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아차 화성지회는 초기 ‘외주화 반대’에서 입장을 바꿔 차기 집행부 선출을 일주일 앞둔 9월 12일 전격 합의했다. 화성지회 집행부는 ‘책임 있는 집행과 물량 불균형 문제로 KD 운영상황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회사와 KD공장 외주화와 누우엔진공장 증설을 합의했다. 합의 뒤 외주화 반대 투쟁이 벌어지자 기아차 화성지회는 소식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현장 조합원과 충분히 토론하여 결정한 일”이라 주장했다.

사내하청분회 역시 선전물을 통해 “지금의 상황에서 KD 외주화 반대투쟁을 지속하는 것은 더욱 큰 혼란과 어려움을 가져올 뿐”이라며 “이미 원청 노사 간 합의가 완료된 사안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합의 백지화를 부르짖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기아해복투]

그러나 KD 외주화 반대투쟁 중인 노동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비정규직 A씨는 “외주화를 조합원들이 찬성한 게 아니라 ‘싸운다고 바꿀 수 있겠냐’라는 심정이었다”며 “지회는 조합원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없다고 공청회에서 말했으나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투쟁으로 쟁취해온 업체 정년단협(만 66세, 이후 희망자 촉탁직 2년)을 파기당할 위기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 조합원은 127명에 대해 연말까지 77명을 다른 하청업체의 결원자리에 넣어주겠다고 하고, 나머지 50명은 내년 6월까지 결원자리 생기면 넣어주겠다는데, 자리가 확정되어 있지도 않은 상태라 고용불안을 크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KD 비정규직 B씨는 이번 외주화 합의 배경에 의문을 제기했다. B씨는 “물량이 10만대에서 2만대로 떨어진 것은, 8만대의 물량을 현대 글로비스로 일감을 몰아줬기 때문”이라며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의 이득을 위해 수익성 높은 것들을 외주화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가 8월 29일 발표한 ‘2013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현대차그룹 물류업체인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24개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몰아 받아 3조2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35.04%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31.8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그 다음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11.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가장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이 한달반, 고공농성이 일주일을 넘어서고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 현대‧기아차그룹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어떻게 화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사제휴=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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