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과 대기업이 ‘불법파견, 위장도급’ 선도

선도적 정규직 전환조치 요구 높아...법 개정 요구도

파견법이 도입된 지 15년. 한국 사회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불문하고 불법파견, 위장도급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등은 산업 전반에 뿌리내린 간접고용 문제가 양극화와 고용불안, 차별 등을 낳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간접고용을 확산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사실상 정부가 대기업의 간접고용문제에 방패막이 돼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곤 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간접고용 문제가 화두가 되고, 노동자 당사자들의 노조 결성과 투쟁도 이어지면서 노동계와 야당 등은 불법파견과 위장도급 근절을 위한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 주최로 18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불법파견·위장도급 근절, 공공부문·대기업 사회적 책임’ 정책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기관과 기업 등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법 제도적 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불법파견, 위장도급’ 선도

2010년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울산, 전주, 아산 등 3개 공장에서 9,076명의 사내하청노동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노동자 대비 26.3%에 달하는 수치다. 노동계가 파악한 사내하청 규모는 더욱 크다.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1만 3천여 명의 사내하청노동자가 고용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노동부는 지난 2004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동자 9천명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대법원 역시 지난해 2월,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 최병승 씨가 불법파견이라는 최종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줄을 이으면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차에 이들에 대한 구제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현대차는 노동위원회의 명령을 거부하며 2년째 53억 원의 이행강제금만 부과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문제도 터져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에 총 1,623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 집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최소 9천~1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성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지시, 관리, 건물 임대료 대여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위장도급 논란이 일었다.

(주)티브로드홀딩스의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불법 하도급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협력업체 사장을 본사가 직접 발탁하기도 하고, 케이블 기사들의 임금을 직접 책정·지급해 왔으며 부진인력 퇴출제도를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에서의 간접고용 실태도 심각한 상황이다. 직원 중 87%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인천공항의 경우 지속적으로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돼 왔다. 특히 2012년 당기 순이익이 5100억원에 달하고, 정부 배당금으로 700억 원이 책정됐지만 정규직 전환 실적은 전무했다.

이미 중노위와 지노위에서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판정 이행을 거부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 콜센터 노동자들 역시 원청의 업무 지시를 받으며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돼 있다.

“대기업, 공공부문의 사회적 책임 강화해야”
원청 사용자 책임 확대 등 법 개정 요구 목소리도 높아


토론회에 참석한 김경란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사업본부 실장은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인 정규직 전환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경란 실장은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의 불법적, 탈법적 고용을 남용해 온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며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실장은 무엇보다 ‘원청 사용자 책임 확대’ 등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써 원청의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며 “간접고용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자를 사용자로 간주토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해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상 상시고용 외주화 금지 조항을 신설하고, 궁극적으로 파견법을 폐지하는 동시에 파견노동을 현행 직업안정법상의 ‘근로자 공급’ 조항을 통해 규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외주화 등 간접고용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방안은 법률에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시적 업무에 대한 직업고용 원칙을 규정하고 도급, 용역, 위탁 등에 의한 간접고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두는 방안”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위장도급 근절을 위한 법적 요건으로 △노조법 제2조 제2호 사용자 개념 확대 △노조활동으로 인한 불이익금지 보완 △도급과 근로자공급(파견 포함) 구별 기준의 법제화 △직접고용간주 조항의 도입 △직접고용간주 시의 근로조건 명시 등을 제시했다.

차별금지 및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확립을 위해 근로기준법상 균등처우 원칙을 보다 풍부한 내용으로 개정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권영국 변호사는 “또한 공공부문이 먼저 사회적 책임을 다해 간접고용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접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소, 경비, 시설관리, 생활폐기물수집운반 업무의 용역 등을 재직영화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며 “일시적 직영화에 대한 주담이 있다면 한시적인 준공영화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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