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지하철 기관사 자살...서울시, 도시철도공사 책임론 확산

올 해만 세 번째 순직, 공사는 ‘처우개선’ 노사합의도 불이행

또 한 명의 지하철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서울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총 5명의 기관사가 공황장애와 신경정신질환 등으로 잇따라 목숨을 끊었지만,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했던 지자체와 기관이 기관사 처우개선을 위한 합의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도시철도공사 7호선 기관사 정 모씨는 4년 전부터 우울증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렸다. 지난 9월에도 자살을 시도한 바 있으며, 10월부터는 신경정신과에서 약물치료를 받아왔다. 유가족에 따르면, 가정 또는 경제적 문제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서울도시철도노조와 유족 측은 고인의 사망이 열악한 노동환경과 조직문화, 악질적 노무관리 등에 따른 것이라 보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유족들은 “(고인이)민원, 수동운전, SR전동차, 7호선 전동차 4개 차종적응 어려움에 시달려 왔고, 민원관련 경위서를 쓰는 것이 억울하다고 호소해 왔다”며 “성과급에 불이익, 근무시간외 봉사활동 강요 등 때문에 심적으로 매우 힘들어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족들은 고인이 최근까지 “덥다, 춥다 민원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승객들은 민원 올린다. 그러면 나는 시말서를 써야 하고 P/L들에게 깨지는 게 너무 싫다. 알량한 성과급까지 영향을 받는다”며 “SR이 7호선에 투입되면서 열차 타기가 더욱 겁난다. 검증되지도 않은 열차를 어떻게 믿고 운행할 수 있으며 승객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토로했다고 밝혔다.

지하철 기관사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부터 총 5명의 기관사들이 공황장애나 신경정신질환 등으로 스스로 목숨이 끊었다. 올 해만 해도 1월 황 모 기관사가 신경정신질환으로 투신자살 했으며, 10월에도 정 모 기관사가 신경정신질환을 앓다 자택에서 사망했다.

노조 측은 기관사들의 잇따른 사망이 심각한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기관사들의 임시건강검진 결과, 기관사들은 일반인들 보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주요 우울증 등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경우 일반인들 보다 5.6%나 높았다.

노조는 “기관사들의 직무스트레스는 8개 항목 모두에서 일반인보다 높다”며 “특히 올해에는 직무요구 영역이 전국 평균을 넘어서는 정도로 증가했는데, 이는 시간적 압박, 업무량 증가, 과도한 책임, 휴식시간 부족 등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기관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면서 노조와 도시철도공사는 올 2월, ‘기관서 처우개선’과 ‘도시철도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최적근무위원회’ 등에 대한 노사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공사 측이 처우개선과 관련한 주요사항을 다수 이행하지 않고, 정신건강관련 합의사항을 축소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심지어 공사는 최적근무위원회의 ‘서울지하철 종사자 최적근무를 위한 권고안’조차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다.

한편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반복되는 기관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공사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연속 자살 사고의 배경에는 폭압적인 조직문화, 악질적인 노무관리가 늘 존재했다”며 “순직사고에 대해 재발방지를 약속한 서울시와, 폭압적 조직문화와 악질적 노무관리를 방치하고 조장한 이희순 운영본부장, 재임기간 중 세 건의 기관사 순직사고를 방생시킨 김기춘 사장은 이번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노조는 “공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인의 경제적 어려움, 재판 등을 언급하며 개인적 어려움에 따른 단순자살로 몰아가려 한다”며 “공사가 언론을 통해 호도하고 있는 사실을 바로잡고 고인의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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