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6년 만에 파업 돌입...“의료공공성 쟁취할 것”

병원이 교섭 거부하면서 노조 파업 돌입, “지금이라도 교섭 나와야”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공공의료 사수와 단체협약 개악안 철회 등을 요구하며 6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23일 오전 5시부터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는 22일 밤부터 병원 측에 교섭을 요구하며 문제해결에 나섰으나 병원이 교섭을 거부하면서 파업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파업에는 서울대병원분회 전체 조합원 1,444명 중 교대근무자와 필수유지업무 대상자를 제외한 350~400여 명이 참여했다.

노조와 병원은 지난 6월 27일부터 40여 차례의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2일 오후 3시에도 노사 교섭이 예정돼 있었으나 회사가 막판 교섭을 거부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노조는 23일 새벽까지 병원 측에 본교섭을 요구했으나, 병원이 이를 거부하면서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

서울대병원분회는 23일 오전 9시 30분,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이 돈벌이에 눈이 멀어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좌시할 수 없어 총파업에 돌입하게 됐다”며 “회사는 지금이라도 당장 노조와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는 △적정진료시간 보장 △어린이 환자 식사 직영 △의사성과급제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병원 인력 충원 △임금인상 △병원 내 조직문화 개선 △단체협약 개악안 철회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 중이다.

현정희 서울대병원분회장은 “값싼 주사기와 끼자마자 찢어지는 장갑, 수액세트, 기도흡인 튜브 등 저질 의료 재료가 환자와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심지어 병원은 어린이 병원 환자 식사와 환자 옷 등을 외주화 시키며 외주업체의 이윤을 보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이 선포한 ‘비상경영’이 돈벌이 진료를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병원의 비상 경영 선포가 사실상 암센터 증축, 호텔 매입, 첨단복합외래센터, 심뇌혈관센터 등 수천억 원대의 건물 증축으로 인한 적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과잉된 규모 확장으로 발생한 적자는 또 다시 환자와 직원들을 쥐어짜는 명분이 될 것”이라며 “특히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임금동결과 단체협약 개악을 요구하며 비상경영의 고통을 전담시키며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조는 “의사성과급제 도입으로 환자수와 검사 건수에 따라 교수들에게 돈을 주다 보니 환자들은 고작 30초~1분 진료를 받고 있으며, 한 명의 수술교수가 3~4개 방에 잡혀 있는 수술을 동시에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내 비정규직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에 고용된 비정규직 규모는 1,143명에 달한다. 어린이병원 환자 급식 외주화 역시 13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이정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본부장은 “공공의료를 선도해야 할 서울대병원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며 공공의료 파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특히 서울대병원의 공공의료 파기 행보는 전국의 다른 국립 병원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은 “서울대병원의 파업은 병원이 병들어 가는 것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이라며 “의사성과급제와 과잉진료, 외주화, 의료의 질 저하 등을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그동안 투쟁을 통해 의료공공성 관련한 합의안을 만들어낸 바 있다”며 “우리는 돈벌이 경영을 합리화하기 위해 내건 비상경영을 반드시 철회시키고 서울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모아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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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뽀크라테스

    속내가 뭔가요?

  • 히포꼬라테스

    10분씩 진료 받을 수 있나요? 요호~~~. 병원비는 오르지 않겠죠? 설마

  • 헤포크라테스

    의사들도 반성의 의미에서 동참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