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경영 자문료’ 퍼주고도...1,302억 사라져

연구용역과 상관없는 의료기기회사에 돈 퍼주기...민영화 투자 회사도 손실

‘개원 이래 최대 위기’라며 비상경영을 선포한 서울대병원이 무리한 시설확장으로 경영악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의료산업화론자가 대표이사로 있는 사설 회계법인 등에 경영 자문을 받으며 막대한 연구용역비를 지출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사설 회계법인과 의료기기 회사에 이유 없이 돈 퍼주기
민영화 관련해 투자한 회사도 막대한 손실로 허덕여


노동자운동연구소가 발간한 ‘서울대병원 비상경영의 진실 2’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엘리오앤컴퍼니’와 4건의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이 4건의 연구용역비로 지출한 금액은 67억 원 가량이다.

연구소 측은 병원 경영 컨설팅 회사인 ‘엘리오앤컴퍼니’가 그동안 서울대병원 경영 자문을 맡으며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엘리오앤컴퍼니는 의료기관의 원가절감, 경영효율화, 수익성 강화 등을 주요 목표로 제시하는 기업으로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이 나아갈 방향과는 맞지 않으며, 엘리오앤컴퍼니의 대표이사인 박개성은 대표적인 의료산업화론자”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동근 연구원은 “현재 서울대병원이 처해 있는 과도한 시설투자로 인한 경영악화, 의사성과급제로 대표되는 상업화의 심화, 의료관광 활성화, 의료민영화 문제, 첨단외래센터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된 민자유치 문제 등 상당 부분은 사실상 2006년의 ‘New Vision 수립 컨설팅’ 결과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엘리오앤컴퍼니가 수행한 ‘그랜드 비전 수립 컨설팅’ 등의 연구용역 결과를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앨리오앤컴퍼니와 직접 연구용역을 계약했던 서울대병원은 2010년부터 앨리오앤컴퍼니와의 연구용역 계약에 ‘이지메디컴’이라는 위탁계약 회사를 끼우기 시작했다. 이후 3건의 연구용역 계약에서 ‘이지메디컴’은 앨리오앤컴퍼니로부터 총 1억 3,033만 원의 ‘서비스 이용료’를 수령했고, 서울대병원으로부터는 1,768만원의 대행료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계약했을 때보다 1억 4천 8백여 만 원이 중개수수료로 더 들어간 셈이다.

이지메디컴은 의료기기와 장비 및 기타 의료관련 용품의 판매, 판매 중개 및 전자상거래 등을 주 업종으로 하고 있는 회사다.

김동근 연구원은 “이지메디컴은 서울대병원의 발전전략 및 경영시스템 관련 연구용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지메디컴은 수행하는 역할 없이 1억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은 이지메디컴의 주식 128만 주(지분율 5.55%)를 보유하고 있으며, 교수 2인이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각각 100억 원을 투자해 설립한 ‘헬스커넥트’의 막대한 손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헬스커넥트는 작년에만 33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으며, 1년 만에 자본금은 200억 원에서 168억 원으로 감소했다. 작년 매출은 4억 9천만 원 가량인데, 이 중 상당액은 서울대병원이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헬스커넥트는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 등의 의료민영화 사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이러한 사업에 국립대병원이 앞장서서 1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해 회사를 설립하고, 이로 인해 최소 35억 원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의 ‘비상경영’ 선포? 4년간 흑자 1,302억은 어디로 갔나

서울대병원이 2009년~2012년까지 4년 동안 1,302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비상경영’을 선포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서울대병원이 공격적인 시설 확장 전략을 추진하며 수익보다 더 큰 투자를 강행한 것이 위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의 흑자액은 2009년~2012년까지 1,302억 원이지만, 같은 기간 유형자산의 증가폭은 1,785억 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건물 및 구축물 855억 원, 의료장비 1,126억 원, 토지 103억 원이 각각 증가했으며, 외래센터, 외래암센터, 로비(증축), 첨단외래센터(민자투자사업으로 추진), 첨단치료개발센터, 암병원, 메디컬HRD센터, 심장뇌혈관병원 등의 시설투자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김동근 연구원은 “흑자액을 훨씬 초과하는 규모의 유형자산 증가, 즉 시설확장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 중 상당수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사업으로, 향후 몇 년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로 병원의 부채액은 2011년 265%에서 2012년 306%로 증가했다. 김동근 연구원은 “수년간의 대규모 투자와 이후 예정된 천억 원 이상의 시설투자는 경영적 관점과 의료공공성의 관점 모두에서 적절하지 않은 방향이며, 서울대병원이 추진해 온 투자항목 중 상당수는 공공병원이 해야 할 책임과 맞지 않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병원측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다면 2013년에는 100억 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병원측은 대규모 시설 확장 계획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지난 23일부터 9일째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노조는 △적정진료시간 보장 △어린이 환자 식사 직영 △의사성과급제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병원 인력 충원 △임금인상 △병원 내 조직문화 개선 △단체협약 개악안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분회 관계자는 “현재 병원 측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병원이 조합원 근로건과 임금조건을 제약시키는 안을 제시하고 있고, 노조의 공공의료요구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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