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전국서 모여 삼성 본사로 행진

경찰, ‘삼성전자’ 깃발 태우는 상징의식 방해...“한국정부는 삼성의 대리인인가”

전국에서 모인 삼성전자서비스 하청노동자 A/S기사들이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10일 오전 10시 서울 교대역에 모여 강남 삼성전자 본사 앞으로 행진하며 “최종범 열사를 살려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1.2km가량 행진하는 내내 ‘삼성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도 지키지 않는 대기업’이라고 비판하며, 최종범 열사에게 당장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은 삼성전자서비스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삼성 측의 노조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10월 31일 유서를 남긴 채 자결한 바 있다.



전국금속노조와 삼성전지서비스지회 등은 △최종범 열사 죽음에 대한 삼성의 사과 △노조 조합원에 대한 표적 감사 중단 △일감 빼앗기 중단 △부당 인사 중단 △노조 파괴 매뉴얼 인정 및 사과 △적정 생계비 보장 △임금 체계 개선 △삼성과 삼성전자서비스 차원의 성실 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행진 뒤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는 오전 11시부터 금속노조와 최종범 열사 대책위 등 주최로 2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최종범 열사 추모 및 삼성 규탄, 열사정신 계승 집회가 열렸다.

박석운 최종범 열사 대책위 공동대표는 “열사는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에 다니며 너무 힘들었다. 배고파서 못 살겠다고 유서를 남기며 자결했다”며 “삼성 재벌과 박근혜 정권이 합작한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노조를 만들었으면 노사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표적감사, 일감 뺏기 등으로 노조를 탄압했기 때문에 삼성 재벌이 학살의 주범”이며, “위장도급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이 학살의 주범”이라고 설명했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아시아 지역 45개 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아시아초국적기업감시네트워크’의 연대 메시지를 전했다. 아시아초국적기업감시네트워크 측은 “삼성전자에 항의한 또 한명의 전태일 열사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비통한 소식을 들었다”며 “특히 삼성의 노조탄압이 드러났는데, 한국 정부가 왜 삼성의 대리인 노릇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삼성의 노동착취는 천박한 삼성 자본의 추악한 실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삼성 노동자와 모든 노동자의 이름으로 삼성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그러면서 “최근 암울한 노동 현실에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단결하고 뭉쳐서 이 개 같은 상황을 끝장내자. 계급적 산별노조로서 진군해 나가겠다”고 투쟁의지를 밝혔다.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최종범 열사가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알리기 위해, 동료들의 노동현실을 바꾸기 위해 유언을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며 “마음이 한없이 무겁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2013년 지금, 우리는 가슴에 삼성 마크를 달고 일하지만 이건희 왕국에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 착취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로 여러분이 전태일 열사의 화신이다. 최종범 열사의 화신이다. 열사는 죽지 않았다”며 “열사는 이렇게 살아서 이 땅의 노동권을 사수하기 위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삼성을 타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금속노조와 최종범열사 대책위는 집회 마지막 순서로 ‘삼성전자’ 로고가 적힌 깃발을 불태우는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하지만 경찰이 무대 쪽에서 기습적으로 들어와 불에 타는 삼성전자 깃발에 소화기를 뿌리며 상징의식을 방해, 5분가량 실랑이가 벌어졌다. 앞서 경찰은 삼성전자 본사 주변에 경찰버스를 동원하고, 차벽을 설치해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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