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감정통제’와 ‘감시’에 두 번 울어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1) 죽음 앞에 선 감정노동자

<연재순서>

(1) 감정노동자, 회사의 ‘감정통제’와 ‘감시’에 두 번 운다
(2) 흰 옷에 가려진 통제의 그늘, 간호사
(3) 강요된 웃음, 백화점 판매 노동자
(4) 감시와 통제, 돌봄 노동자
(5) 과로사 아니면 자살, 사회복지사
(6) 1인 승무, 공포와 싸우는 지하철 승무원
(7) 인력퇴출프로그램의 결말, 죽어가는 KT노동자
(8) 불법파견의 비극,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9) 퇴출악몽에 자살충동까지, 콜센터 노동자
(10) 독일과 일본, 감정노동자의 권리
(11) 감정노동자의 현실, 감정노동자의 권리


서비스산업의 팽창과 더불어, 일명 ‘감정노동자’들의 그늘진 이면이 드러나고 있다. 회사가 노동자의 감정까지 통제, 관리하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노동자들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심리적 외상, 우울증,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기도 한다.

현재 감정노동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 판매 분야 직종의 종사자는 약 600만 명에 육박한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약 2,400만 명 중 22% 이상은 서비스분야에 편중돼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올 4월 발간한 <감정노동의 직업별 실태> 자료에 따르면, 감정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직업으로는 승무원, 통신서비스 및 이동통신기 판매원, 판촉원, 고객 상담원, 텔레마케터, 사회복지사, 경호원, 보육교사, 간호사 등을 꼽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직장 유형별로 보면 공공기관보다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직업인들이 상대적으로 감정노동을 더 많이 수행한다”고 분석했다.


2000년대 이후, 서비스업에 진출하는 노동자들의 규모는 급증하고 있지만, 감정노동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0년 서비스연맹이 서비스직 종사자 3,0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6%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증세를 겪고 있었다. 이는 징계 해직자 중 우울증을 겪고 있는 비율(28.5%)과 맞먹는 수치다.

또한 심리치유 전문기업인 마인드프리즘(주)(대표 정혜신)이 지난달 발표한 감정노동자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들의 심리적 외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분석대상인 86명의 감정노동자 중 약 40.7%가 심리적 외상을 경험했으며, 44.2%가 스트레스 경고수준 상태로 나타났다. 개인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이후 ‘감정 마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1년, <여성 감정 노동자 인권 가이드>를 발간해 사업주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영업시간 전, 중, 후 스트레칭 체조 도입 △서서 일하는 여성 감정노동자에 대한 의자, 바닥매트리스 등 시설 제공 △고객응대기준의 일관성 유지를 위한 표준지침 △자신감을 고취하는 교육 및 권한과 책임 확대 △심리 상담실이나 고충처리전담기구 운영 등의 방안을 제시해 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5월, <서비스직 근로자의 근로기준법 강화> 보고서를 통해 “서비스산업의 갑작스러운 발달로 ‘고객은 왕’이라는 왜곡된 서비스 문화가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언론에서도 감정노동자의 문제를 서비스 문화와 블랙컨슈머 등 고객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문제로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감정노동자들이 이렇게 고객을 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노동자들의 감정과 일상을 통제하는 왜곡된 회사 구조, 비정규직 확대에 따른 노동환경 저하 등 노동조건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서비스 산업의 감정노동 연구> 보고서에서 판매직 노동자의 감정노동 실태와 관련해 “고객대면 지침이 있는 곳이 80% 이상이었고, 복장이나 외모에 대한 통제를 하는 곳도 80%가 넘었다”며 “약 50% 정도의 조직은 암행감찰, CCTV 등을 통해서 감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인아 산업의학전문의는 “감정노동 문제와 관련한 핵심은 사업주의 과도한 모니터링과, 이에 대한 근로자의 거부권이 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있다”며 “사업주는 친절교육만을 강요하며, 사업장 내의 폭력이나 폭언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회사의 감정통제와 감시 때문에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씨를 비롯, 지난 4월에는 롯데백화점 판매 여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콜센터 직원과 KT노동자들은 물론, 사회복지사들과 간호사, 도시철도 기관사, 보험설계사 등 감정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