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공청회, “농업, 공공정책, 민주주의 침해 우려 제기”

“실질 GDP 2.5-2.6% 추가 성장?”...“경제수치 정치적으로 남용 우려”

아수라장으로 시작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청회에서 경제적 이득을 말하는 정부 측의 주장에 대해 국내 농업, 공공정책 잠식과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TPP 추진 동향, △경제 효과, △한국의 전략과 함께 조기 참여의 득과 실을 주제로 TPP 공청회를 진행했다. 농업, 지적재산권, 통상 등 각계 전문가들은 TPP로 인한 경제적 이득과 참여 필요성을 제기하는 정부 측에 대해 다양한 이유로 반박 논리를 펼쳤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TPP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고, “TPP에 가입하면 발효 후 10년 동안 실질 GDP가 2.5-2.6% 추가 성장하는 반면, 불참할 경우에는 0.11-0.19%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TPP에 참여하면 석유정제품, 음식료품, 기계, 화학 순으로 수입이 증가하고 수출은 자동차, 석유정제품, 섬유 순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참하면 자동차, 1차금속, 석유제품 순으로 수출이 줄어들며, 아세안, 미국 순으로 전환 피해가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김정수 한국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TPP 개별국가와 FTA를 체결하기 보다는 TPP에 동시에 참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내적으로 사회적 합의 도출 노력과 대외적으로 기존 FTA 협상에 성실히 임하는 가운데 TPP 참여국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사전 협상’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제기했다.

“실질 GDP 2.5-2.6% 추가 성장?”...“경제수치 정치적으로 남용 우려”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은 곧바로 각계 전문가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TPP의 경제적 효과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GDP 성장률을 얘기하는데, 사실 한중FTA 등 다양한 FTA 효과가 시나리오에 들어가지 않은 것 같다”며 포괄적으로 산정되지 않은 성장률 관측에 의문을 드러냈다.

한홍렬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의 관점이 아닌 비대칭적인 경제사회적 효과를 조사해서 제시돼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지적이 많은데, 다시 한번 경제 수치가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있다”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먼저 함께 추정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제기했다.

“지적재산권, ISD 등으로 농업과 공공정책 잠식”

농업 부문, 지적재산권, ISD(투자자-국가소송제) 등 각 분야에 대한 우려도 쏟아졌다.

토론자로 나선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농업계는 한미FTA, 한EUFTA 발효, 한중FTA 본격화, 쌀 관세화 유예도 2014년에 끝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 미국은 지속적으로 쌀과 쇠고기 추가 개방, 호주 등은 낙농업 개방, 칠레는 한칠레FTA에서 유예된 품목에 대한 추가 개방을 요구할 듯하다”며 “농업분야 피해가 없다는 것은 막연한 기대”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일본도 TPP에 참여할 때 쌀, 커피, 설탕 등 5개 민감 품목 예외를 전제로 참여했지만 현재에는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임정빈 교수는 또 “TPP는 한중FTA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다”라며 “정부는 한중FTA에서 민감 농업 분야를 10%로 제한하며 부정적 영향이 감소됐다고 하는데, TPP 협상을 한다면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이어 “미국은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보조금도 많으며 농촌에 수용자를 늘리려고 한다. 취약 산업에 대한 대책 마련과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홍렬 한양대 교수는 “TPP는 기존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을 연장, 심지어 의료분야 시술 방법 자체에 대해서도 지재권으로 보호한다는 등의 WTO 보다 훨씬 강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보호가 지나치게 강화된다면, 개도국과 선진국 간 격차 해소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이는 미국이 TPP를 추진하는 주요 이유”라고 밝혔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ISD의 적용대상을 TPP협정 위반 뿐 아니라 투자계약과 투자인가 위반까지 확장적용하고 있다”며 “TPP 투자챕터는 결국 ISD의 확산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이로 인한 공공정책의 약화와 무력화 위험을 범태평양 차원에서 가중 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매우 특기할 사항은 호주가 ISD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이는 한-호주 FTA에서 ISD를 요구해 온 한국 측 입장의 미래가 밝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간의 통상 전략에 있어서도 TPP 참여에 대해 여러 관계자가 이견을 밝혔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학 교수는 “TPP는 이미 미국주도로 각국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지금 협상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홍렬 한양대 교수는 TPP에 참여하지 않으면 일본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 TPP는 한국과 일본 간 양자협상적 성격을 가진다”며 “일본과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이 문제를 차분하게 봐야 한다고 본다”고 제기했다.

일방적 공청회...“통상비밀주의로 가진자들만을 위한 협상 진행”

일방적으로 진행된 공청회 문제는 여러 참여자들이 가장 크게 비판한 대목이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공청회를 법적으로 하게 돼 있으며 입법 취지,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나와 대변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 자리는 이해 당사자인, 농민, 노동자, 중소기업, 환경단체가 없다”며 공청회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용역과 경찰의 보호 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반대자들을 “몰아낼 문제는 아니다”라며 “대외 협상에 앞서 대내 협상부터 실패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교수는 이어 “통상비밀주의가 혹시 반민주적인, 비민주적인 절차로 정당성 확보에 실패하며 가진자들만을 위한 협상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한홍렬 한양대 교수는 “앞으로 잘 될 것인지 아닌지라는 전망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잘 안될 것이라고 본다”며 “미 의회에서 통과하려면 찬반 토론을 해야 하는데, 민주당 내에서 150명 이상의 하원 의원이 이에 대해 회의적이며 신속처리권(Fast Track)을 정부에 허용하는 것을 문제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관계자는 기존 FTA에 대한 평가부터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정빈 교수는 “국내에서 TPP는 다른 FTA와는 다르게 영향 조사, 국내 수용능력에 대한 판단, 국민들의 이해에 대한 의견수렴도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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