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중 '위장'도급으로 1조 이상 챙겨

소비자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 직원에겐 저임금 장시간 노동

삼성전자가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국형 AS비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는 것과 동시에 서비스센터 직원의 저임금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이윤을 챙겼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19일 ‘최종범 조합원 죽음을 통해 본 AS 노동자들과 소비자의 이중 피해 실상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가 2012년 제품 가격에 방문서비스 등의 비용을 포함시켜 17조 원가량을 한국형 AS비 명목으로 소비자로부터 받고, 이 가운데 6천억 원만 실제 AS 비용으로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언론 보도를 통해 분석한 삼성전자 제품의 국내외 가격차, 삼성전자가 해명한 보도자료 등에서 AS비용을 추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2011년 4월 노트북과 스마트TV에 대해 밝힌 한국과 미국의 가격비교를 보면, RV511 모델 노트북은 부가세 제외하면 한국 65만6천 원, 미국 59만5천 원이다. 한국에서 6만1천 원이 비싸다.

삼성전자에 의하면 미국 제품 가격이 싼 이유는 6만5천 원에 달하는 출장수리비를 따로 받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가격은 6만5천 원의 방문수리서비스가 추가된다. 스마트TV에 대한 26만원의 가격차이도 마찬가지다.

국내외의 가격차별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장 큰 스마트폰의 경우 한국에만 부가되는 AS비용 비중이 다른 가전제품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2010년 출시된 갤럭시S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36만 원가량 비싸다. 국내에만 적용되는 AS비용 때문이다.

2013년 미래창조과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대 30만원에 이르는 갤럭시노트3의 한국과 해외의 가격차이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10만원은 사양 차이 때문이고, 20만원은 AS비와 유통구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AS 관련 현금 흐름 [출처: 노동자운동연구소]

하지만 삼성전자의 AS를 총괄하는 삼성전자서비스에 2012년 지급한 돈은 6천억 원에 불과해 삼성전자가 나머지 1조1천억 원을 이윤으로 챙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가 삼성전자에서 6천억 원, 소비자들에게 4천억 원을 받아 외주 업체에 지급한 돈은 2012년 3천3백억 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서비스로 AS업무 전체를 위탁했고, 삼성전자서비스는 다시 90% 이상의 수리 업무를 169개의 도급업체에 위탁, 이중 ‘위장’ 도급 형태다.

결국 삼성전자는 2조1천억 원가량을 소비자로부터 받아 90%의 AS업무에 단 16%만 쓰는 셈이다.

한지원 연구소 실장은 “삼성전자가 AS에서 이렇게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비용을 부담시키고, 반대로 AS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일반적일 정도로 저임금을 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AS업무를 총괄하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서비스노동 특성과 노동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도급단가를 책정한 저임금 임금체계도 문제다. AS기사의 건당 수수료 임금체계는 도급업체가 AS기사의 임금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는 구조이다.

[출처: 노동자운동연구소]

심지어 일급이나 시급이 아닌 ‘분’급 방식으로 설계한 임금 책정방식은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을 모두 노동자의 부담으로 떠넘긴다고 연구소는 우려했다.

한 실장은 “도급업체 노동자 직고용 비용으로 5천억을 추가 지출하고, 국내 제품 소비자판매가를 5% 내외 인하해 삼성전자가 애프터서비스 명목으로 국내에서 적절치 않게 취득한 이익을 사회로 환원할 것”을 제안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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