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근무여건 실태조사’ 나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삼성이 조사 대상이다”

‘위장도급’ 논란 중인 삼성전자서비스가 25일부터 전국 각 센터 협력사 AS기사들을 상대로 ‘근무여건 실태조사’를 시작했지만 비판이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실태조사에 앞서 “이번 실태조사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면담 시 제기된 사안으로 삼성전자서비스(주) 협력사의 근무여건 파악을 위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3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의 면담에서 협력업체의 노조 파괴 활동에 대한 전면 실태 조사에 나서고, 노동조건 개선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했다.

실태조사는 모두 10개 문항으로 근무 기간, 1일 평균 총 처리 건수, 1건 수리 시 평균 소요시간, 개인사정으로 인한 스케줄 조절 가능 여부, 2012년 연간 총소득, 매월 급여명세서 확인 여부, 기본급 금액(100만원 미만과 100만원 이상), 이상데이터 발생에 대한 검증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지 여부, 물량 이관 여부, 업무상 월평균 주유비용, 기타 건의사항 진술 등이다.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AS기사 제공]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AS기사 제공]

하지만 AS기사들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의 실태조사에 대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실태조사지를 찢어버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본사의 ‘지시’하에 협력사가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노조 탄압을 벌였으며, 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도급’을 했다고 주장했다.

AS기사 안 모 씨는 “오늘 아침 실태조사지를 받았는데 찢어버렸다. 많은 기사들이 찢어버린 것으로 안다”며 “삼성전자서비스가 부정부실을 다 저지르고 이제 와서 조사를 한다. 기가 막힐 뿐만 아니라 기분조차 더럽다”고 말했다.

AS기사 김 모 씨는 “삼성이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모든 노동법을 지키지 않은 일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설문 항목은 본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서비스가 실태조사를 하는 게 맞는가. 만일 진행한다 해도 노동부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사가 불합리한 일을 저질렀고, 노동자의 처우 개선도 하지 않았다”며 “협력사를 배후조정한 곳은 삼성전자서비스이다”고 주장했다.

10개의 설문 항목이 과연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합당한 질문인지도 의문이다. 더욱이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실태조사라 노동조건을 개선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제기가 나온다.

AS기사 이 모 씨는 “삼성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10개 항목으로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월급 기본금을 100만원 미만과 이상으로 나눈 것도, 하청노동자는 최저임금만 받아야 하며, 위장도급으로 인한 나머지 이윤은 삼성이 모두 독차지하겠다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라며 “익명성조차 보장되지 않아 또 다른 노동자 탄압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6일 성명을 내고 “여론에서, 내부에서 코너에 몰리고 있는 삼성의 꼼수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당연히 삼성은 조사의 행위자가 아닌 조사의 대상이다. 엔지니어를 죽음으로 내몰고 우리를 고통스런 현실로 내몬 당사자다. 조폭이 새끼두목들의 영업장을 조사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는 기만적이고 익명성조차 보장되지 않는 면피조사를 즉각 중단하라. 이런 식으로는 어떤 면죄부도 살 수 없다”며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사장의 책임 있는 사죄와 요구안 인정, 노조와의 직접 교섭만이 유일한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

삼성 , 삼성전자서비스 , 최종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재은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이건희

    누가 누굴 감사하나.... 삼성이 저지른 부당노동행위를 자신이 누굴 조사한단 말인가... 어용 고용노동부... 옆에서 눈치만 보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