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2일 천주교 전구교구 사제단이 시국기도회를 통해 정권퇴진을 요구한 이후, 처음으로 전국차원에서 정권퇴진 입장을 밝힌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전국사제단은 지난 4일 저녁, 입장을 발표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주장한 전주교구 사제단의 요구를 존중하며 이를 사제단의 입장임을 밝히고자 한다”며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통과 독선,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는 공포정치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명예로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 11월 22일 천주교 전주교구 사제단의 시국기도회는 민주주의의 토대가 뿌리째 뽑혀나가고 있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며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며 “그러나 대통령과 각료들, 여당은 강론의 취지를 왜곡하고 거기다가 이념의 굴레까지 뒤집어씌움으로써 한국천주교회를 심히 모독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양심의 명령에 따른 사제들의 목소리를 빨갱이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작태는 뒤가 구린 권력마다 지겹도록 반복해온 위기대응 방식이었다”며 “여기에는 신문과 방송의 악의적 부화뇌동도 한 몫을 했다. 분명 한국 언론사에 치욕스럽게 기록될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사제단은 정부와 언론이 종북몰이 등의 탄압을 가한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정권 퇴진 운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들은 “선거부정의 책임을 묻는 일이 설령 고난을 초래하더라도 우리는 이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의 전면적인 회심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나승구 신부는 이번 사제단의 발표가 전국적인 입장이자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나승구 신부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총회를 준비하는 모임 자리에서 논의 끝에 우리의 입장을 정리 해 주는 것이 지금 천주교가 직명하고 있는 문제나 앞으로 사제단이 나아갈 길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단은 입장정리를 먼저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직무유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사제단이 나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교구에서 지난 7월부터 계속해서 국정원,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 왔지만, (정부가)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번에 박창신 신부님의 뜻을 전하기 위한 부정선거 등의 말씀들에 대해서 돌아온 답은 굉장히 즉각적이었다. 종북이라든지 빨갱이라든지 등등의 틀에 묶어서 발의 진의를 없애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런 의미에서 일단 취임한 대통령이 정말 해야 될 국정에 대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라는 판단이 섰다”고 밝혔다.

박창신 신부의 강론이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서도 “그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는데 이 말씀이 어떻게 혁명전사까지 연결시키게 될 수 있었는지(모르겠다)”며 “이분이(박창신 신부) 말씀하신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대통령부터 시작해 여당 대표, 총리까지 어떻게 준비된 것과 같은 일들이 이뤄졌는가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혹이 생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전국사제단의 입장발표 이후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자기 교구로 돌아가서 이 부분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하는 과정들을 거칠 것”이라며 “(전국적인 시국미사 등의 계획은) 아직 생각만 하고 있고, 일단 각 교구의 반응들을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