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주민 분향소 경찰 강제 철거

주민 격렬히 저항... 천막 못 세우고 노상 분향소 설치

밀양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다 사망항 유한숙 씨(74) 분향소 설치를 두고 8일 오후 경찰과 주민들이 심하게 부딪쳤다.

  경찰지휘관이 "줄을 끊어!"라고 명령하자 경찰은 천막과 기둥을 부숴 강제로 가져갔다.ⓒ 용석록 기자 [출처: 울산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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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차리려던 분향소 천막을 세차례에 걸쳐 경찰이 부수고 가져갔다. 충돌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고 사망한 고 유한숙(74) 어르신 영정은 노상에 놓였다. ⓒ용석록 기자 [출처: 울산저널]

상동면 유한숙 씨가 사망한지 3일째 되는 날인 8일 오전, 경찰은 밀양시청과 밀양역, 영남루 등 주요 거점을 미리 지키고 있었다. 정오 지나서 영남종합병원 내 밀양농협 장례식장에 있던 주민들은 영남루 맞은편 삼문동 시민체육공원 들머리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천막을 쳤다.

이는 유족들이 장례 절차를 송전탑 반대 주민과 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와 의논해 정하기로 한 결과로 유족들이 장례식을 송전탑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미루기로 해서 결정된 일이다.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천막 두 동을 치려고 기둥을 세우는 도중 경찰 100여 명이 달려와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천막을 부숴 일부는 가져가고 일부는 남았다. 주민들은 다시 천막을 일으켜 세웠으나 경찰은 두 차례 더 천막을 부숴 기둥조차 세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경찰이 어디에 분향소를 차릴지 눈치채지 못하도록 시청과 밀양역 등으로 흩어져 있었으므로 천막 치는 현장에는 처음 10여 명 밖에 없었다.

주민들이 영남루 맞은편 체육공원으로 모여들면서 천막을 치려는 주민과 천막을 철거하려는 경찰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계속 됐다. 그 과정에서 천막을 지키려고 기둥을 움켜 잡았던 주민을 포함한 연대온 사람 2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주민 한 명은 웃옷을 벗고 저항했으나 경찰은 천막을 다 부쉈다.

분향소를 차리려던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유한숙 씨의 영정은 노상에 놓여졌다. 주민과 유족들은 노상에서 예를 갖추고 책임자 처벌과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송전탑반대대책위는 분향소 설치를 경찰이 방해하는 것은 법 이전에 인륜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신청을 할 예정이다. 또 경찰이 분향소 설치를 막아서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고 분향소는 계속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유족들 이의 제기, "사망 원인 경찰 발표 아버지 모욕"

유족들은 분향소 설치에 앞서 "아버지(고 유한숙 씨) 사망에 대한 경찰 발표가 의문투성이"라며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오전 10시 30분에 영남종합병원 밀양농협 장례식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족들은 경찰이 전체를 보지 않고 단편적 이야기로 아버지 죽음을 모욕한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경찰 2명이 병원에 찾아와 왜 죽었느냐고 녹음기를 대고 물었을 때 아버지는 첫 마디에 송전탑 때문이라고 대답했다"며 "그럼에도 경찰은 여러가지 이유로 음독 했다고 발표해 본질을 흐린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사망한 유씨는 2일 밤 맹독성 농약을 마시고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6일 새벽 3시 50분께 숨을 거뒀다. 유씨는 숨을 거두기 전인 4일 입원해 있는 부산대학병원에서 송전탑반대대책위 관계자와 가족들에게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살아서 철탑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해 농약을 마셨다"고 말했다.

6일 새벽 사망한 유씨의 유족들은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모든 장례 절차를 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와 의논해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6일 새벽 사망한 유씨의 시신 이송이 지연된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유씨의 큰아들은 "아버지가 새벽 3시 50분쯤 돌아가셨고, 시신을 밀양으로 옮기려고 6시부터 운송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경찰이 이송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했다"고 했다. 그는 "다시 조사 받는데 2시간 넘게 걸렸고 검사의 지시서가 있어야 한대서 기다리다 하루가 다 갔다"고 했다.

6일은 금요일이었고 대책위는 분향소를 밀양에 차린 후 기자회견을열 계획이었으나 시신 운송이 늦어져 휴일인 토요일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장소에는 주요 공영방송사가 오지 않았으며 유씨의 사망 소식은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유족과 송전탑반대대책위는 정부와 한국전력에게 공사 중단과 사죄할 것을 요구했고,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고인의 장례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덧붙이는 말

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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